참이슬과 신문, 우기고 꾸미고 표리부동할거야?

한자와 관련된 공부를 해서인지 한자의 매력을 느끼곤 한다. 글자에 담겨있는 의미가 좋을 때 그렇다. 최근 결혼식이 많아서 축의금 봉투에 ‘축 결혼’을 한자로 쓰다보니 ‘혼(婚)’이 ‘여자(女)’와 ‘남자(氏)’가 ‘날(日)’을 잡는다의 조합인 게 새삼 와닿는다.

한자 자획을 나누거나 맞춰서 뜻을 생각하는 한자 파자(破字) 중 ‘의(義)’자도 좋다. 성경 공부에서 알게 된 말이기도 하다. 사람이 의롭게 된다는 뜻의 이 한자는 ‘양(羊)’과 ‘나(我)’의 조합이다. 성경에서 유대인들이 자신의 죄를 대속하고 깨끗해지고 의로워지기 위해 양을 잡아 피를 흘렸다. 내 대신 양이 죽은 것이다. 중국인도 유대교 풍습을 알았던 것일까 싶다.

한자의 소리를 기묘하게 이용한 것도 있다. 일제 강점기에 검열을 피하기 위해 ‘목포의 눈물’ 2절 시작은 한자를 썼다. 일제 침략에 대한 원한을 말하려한 ‘삼백년 원한품은’ 가사를 ‘삼백연(三栢淵) 원안풍(願安風)은’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한자 단어들로 바꾼 것이다. 아무리 한자대로 또박또박 읽어도 삼백년 원한품은으로 들리는 게 정말 기묘하다.

오래전 진로 회사가 소주 ‘참이슬’을 출시해 매출에서 승승장구하던 때가 있었다. 소주 대명사가 된 참이슬이 회사 이름 ‘참 진(眞)’ ‘이슬 로(露)’에서 나왔다. 이렇게 기막힌 이름을 누가 한자에서 따왔나 싶어 알아보니 광고홍보회사의 여성 담당자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제품 이름을 고안해내는 일을 하는 그 여성 관련 기사에 감탄하기도 했다. 참이슬만이 아니었다. ‘처음처럼’ ‘딤채’ ‘정관장’도 그 여성의 작품이었다. 그 분야 천재를 본 느낌이었다.

그녀가 바로 요즘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다. 그 기발한 머리를 나라 정치를 위해 쓸 요량이었는지 국회에 들어가더니, 영부인과 친해지고, 그리고 기묘한 부동산 투기를 통해 목포 지역 수십채 건물을 사들인 장본인이 됐다.

검찰 수사 결과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사들이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 정황이 밝혀졌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녀가 누구인가. 진로 이름에서 참이슬을 찾아낸 인물이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심지어 네티즌이든 그녀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모든 논란에 대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전략으로, 도박사가 심리전을 하듯이 받아치고 있다. 도박에서 패가 없어도 약하게 나가면 진다는 심리로 더 큰소리치고 배짱을 보인다.

의혹이 사실이면 내 전 재산을 내놓겠다, 나도 그런데 너는 뭘 내놓겠냐 등으로 거칠게 나간다. 마케팅 전문가답게 불리한 상황을 오히려 판을 키우며 맞대응한다.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해주는 특정 매체에만 기사와 방송 나가게 하는 언론 물타기도 잘 한다.

어차피 그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다. 불리한 수사 발표나 재판에 대해서 계속 부인하며 맞불을 놓는 방식으로 물고 늘어지면서 시간을 끌면 대중들은 다 잊어먹을 것이라는 전략이다.

또 다른 한자 풀이가 정치권을 흔들었다. 한국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신문의 정의를 올렸다. 신문의 문자가 ‘들은 문(聞)’이지 ‘물은 문(問)’자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신문기자들이 ‘물을 문’으로 잘못 알고 자꾸 의문과 질문을 제기하는데,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해주는 말만 다소곳하게 듣고서 기사화하는 게 기자 업무라는 훈계인 셈이다.

참이슬만큼이나 기발한 발견인 듯 싶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솔직히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들을 것도 없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해줘야 새롭게 들을 게 있다. 그게 신문의 일이다. 문(聞) 전에 이미 문(問)이 있었고, 문(聞) 안에 문(問)이 있었다.

이처럼 한국 위정자들이 요즘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질문도 싫어한다. 자기 고집대로 밀어부치고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참이슬 의원에게 해주고 싶은 순자의 말이 있다. “알면서 모른 체하고, 나쁜데 고상한 척 굴며, 속임수를 쓰면서 교묘하고, 쓸모없는 말을 하지만 번드르르하고, 도움이 안 되는 주장을 펴면서 꼼꼼한 것은 정치가로서 큰 재앙이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엉큼하게 속내를 숨기거나, 욕심을 안 들키려 그럴싸한 속임수로 꾸민 사람들, 틀리고서도 인정하지 않고 우기는 사람들, 말은 청산유수인데 이치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나 조직, 정치와 나라가 망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들이 지적질에는 아예 귀 닫고 있으니, 입만 아프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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