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Title강영근씨의 영주권 사냥 이야기 3회 - 미저리2018-06-29 15:02:39
Category수다방
Writer
그는 한국의 부모와 이모에게 자신이 얼마나 잘난 인물인지, 얼마나 역동적으로 개척정신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모의 딸 지민이를 방문토록 했다. 지민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상황이라 당분간 한가한 사람이었다.
다행히 지민은 잘 속아 주었고 한국에 돌아가면 다소 허접하긴 해도 투자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해 줄 것이었다.

그러나 영근의 상황은 꼬여만 갔다.

거미줄 같은 그녀의 포획에서 발버둥을 치나 회생의 길은 보이지 않았다.

괴로울때마다 가까운 메디신 파크에 오르는 것이 그나마 스스로를 위로하는 장소가 되었는데 메디신 파크로 향하는 드라이브는 점점 더 잦아졌다.

"ㅆㅂ. ×같은 년!" 능숙한 욕이 절로 나왔다. 욕설로 치자면 남에게 퍼붓긴 해도 자신이 그 대상이 될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앞에 센, 아주 드센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돈 달라고 떠나겠다고 하면 꿇어 앉아 싹싹 빌며 울고 매달리는가 하면 달콤한 뱀의 혀로 사랑을 속삭인다.

영근은 그녀가 심각한 정신병자라고 생각했다.

​가장 당면한 문제는 여자가 약속한 결혼신고를 죽어라고 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늘가자 내일가자 하면서 핑계를 대고 수개월째 미루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라툰녀와의 싸움은 계속 됐다.

결국 가게의 소유권과 소득을 모두 빼앗긴 뒤에야 그녀는 결혼신고를 해주었다. 그 과정은 실로 징그러웠다.

몇 번이나 헛걸음을 친 것은 접수 직전, 막판에 그녀가 버티거나 옆길로 샜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쨌든 결혼신고를 했으니 이제 노동 허가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 되었다.. 신고 후 얼마 되지 않아 퍼밋이 실제로 나왔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이민국에 연락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컨피덴셜 발송을 해 줄 것을 요청해 놓았고 그것을 받아 감추어 버렸기 때문이다. 영근은 광분했다.

그는 입에 담을 수 있는, 웬만한 사람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온갖 욕을 다 퍼부었다.

노동 허가증을 받는데 이런 횡포가 있었으니 이제 영주권을 그의 손에 받기까지는 그녀와 첩보전을 해야 할 판이다. 열정적으로 일하던 서울 식당도 내 것이 아니다 싶으니 꼴도 보기 싫었다. 내 것이라는 애착을 가지고 있을 때 레시피를 익히고 서울로부터 통신 매체로나마 요리법을 공수해오고 하는 것이지 불편한 심기와 울컥증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열면 열고 말면 말고 문 닫기가 일쑤니 장사는 나날이 침체해 갔다.

영근은 그녀가 자신에 대해 최소한의 측은지심을 가지고 협조해 주리라 기대했지만 그녀는 극도로 무례하고 무지하고 잔인한 미저리였다.

- 탈출을 시도하다-

라툰녀는 게거품을 물고 악다구니를 쳤다. 라툰녀에게 그는 제대로 잡힌 쓸만한 물건이라 놓칠 수 없는 종류의 자산이었다.

출로를 찾을 수 없는 미로에 갇힌 채 얼추 2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그에게 기쁜 소식이 날아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소식이 없어 그를 돕고자 하는 지인과 직접 이민국 오피스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그는 너무도 경악하여 유체 이탈을 경험했다. 영혼과 오체, 오감이 모두 따로 덜거덕 거리는 느낌이었다.

"배우자가 와서 영주권 신청을 취소했습니다."

제대로 카운터펀치를 맞고 링 위에 뻗어버린 복서나 다름없었다.

달라스에선 영주권 신청 후 평균 3년이 걸린다지만 이곳 오클라호마에선 6개월이면 충분하다 했다. 일단 영주권 신청을 했으니 6개월 만 참으면 된다하고 라툰녀의 횡포와 욕설에도 인내로써 버티었었다.

"ㅆㅂ년! X 년!"

또 다시 쉴새없이 욕을 퍼부었다. 이렇게 욕하다가 호흡 곤란으로 기절할 것 같았다.

그 후에도 그녀는 끈임없이 새로운 핑계를 대며 영주권 신청을 피하곤 했다.

내일은 갈 데가 있다 라든지 몸이 안 좋다 라든지,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든지 참 가지가지 사유도 다양했다.

그의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있었다. 여기서 더 이상 농락당하고 있어선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시간은 의미를 잃은 채 소비되고 진척은 없고 영혼은 피폐해지고.

그는 무작정 달라스로 차를 몰았다. 분노도 분노지만 자신이 바보 같아서 눈물이 났다.

학창시절에 불량한 아이들을 몰고 다니며 깡패 짓을 좀 할 때도, 종종 벌어지는 패싸움에서도 이렇게 굴욕적인 패배감을 맛보진 않았다. 주변에 한 가닥 한다는 인물들이 90도로 꺾어 인사하며 충성을 맹세했고 패싸움에선 손수 나설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낯선 이국 땅 미국에서 여자 하나에 이처럼 농락당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고 너무나 속상하고 막막했다. 때려죽이고 싶었다.

'빨간 지붕'<The red roof>이라고 하는 여관에 누워 이 일 저 일을 생각해 보았다.

화두는 당연히 앞으로 어떻게 할 것 인가였다.

라툰녀는 영주권을 내어 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내어 줄 것인가?

어떤 새로운 공약을 또 걸어야 할까?

그렇게 뜬 눈으로 상심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라툰녀였다.

" 자기야.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제발 돌아와.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영주권 신청 다시 하러 가자."

ㅆㅂ. X같은 년. 놀고 있네. 그말을 내가 믿겠니 했지만 며칠 만에 그는 오클라호마 라툰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방법이 있을 턱이 없었고, 당장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똑같이 허접한 인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