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지 보드 “대학들에 SAT 응시자 명단과 정보 판다”

대입 지원자들에게 먼저 연락할 대학들 자료로 활용 … 대학마다 지원률 높이고 불합격률 낮추려는 시도 “희생양 속출”

시카고 외곽에 살고 있는 요리 존슨(Jori Johnson) 양은 고교생으로 SAT 시험을 치렀다. 그 뒤로 밴더빌트(Vanderbilt), 스탠포드, 노스웨스턴, 시카고 대학 등에서 학교 소개 및 지원을 권하는 안내지를 받았다.
이렇게 여러 대학으로부터 지원하라는 요구를 받게되자 그녀는 결국 이들 대학에 지원서를 다 냈다. 몇달 뒤 그녀는 이 모든 대학으로부터 불합격했고 지원서를 또 낸 다른 3개 대학으로부터도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고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했고 다른 모든 기준에서도 강했지만 실제 그녀의 SAT 시험 점수는 이들 대학에 합격한 다른 지원 학생들에 비해 많이 낮았던 것이다.
지금은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21세의 존슨 양은 당시 “아주 많은 불합격 통지를 하루 동안에 받았다”고 회고하며 10개 지원 학교 중 단 한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대학들이 앞서서 지원을 종용하는 방식이 존슨 양에게는 도움이 안됐지만 대학으로서는 크케 혜택이 되는 일이다. 대학들로서는 지원자가 많다는 자료를 보여주는 게 전국 대학 순위 및 명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학으로서는 더 많은 지원자들을 불합격시키는 것이 경쟁력있는 대학이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실제 햡격 가능성이 있는지를 차치하고서 우선 지원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 대학의 SAT 응시자 자료 필요성= 그런데 SAT 관리 기관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는 이런 대학의 입학 경쟁에서 또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 즉, 시험을 친 학생 명단과 개인 정보를 대학들에게 돈을 받고 팔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대학들은 지원자 수와 불합격률을 부풀릴 수 있게 된다. 대학의 불합격률은 해당 대학이 그만큼 독특하다는 인식을 확대해줘서 학생들이 합격을 위해 칼리지 보드의 시험을 준비해서 재시험을 치르기 위한 시간과 돈을 더 투자하게 밀어부치는 효과를 내게 된다.
밴더빌트에서 1996년부터 1997년까지 학부 입학처 컨설턴트를 역임한 테리 코드레이(Terry Cowdrey)는 “상위 10%의 대학들은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다른 대학들은 합격 확률이 거의 없는 학생들의 이름까지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원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밴더빌트 대학 합격률은 2002년의 46%에서 2017년 11%로 대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밴더빌트의 지원자 수 역시 3배로 증가했다.
밴더빌트 대학측은 이렇게 구입한 칼리지 보드의 명단을 대학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며 이 자료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대학은 작은 농촌 커뮤니티로부터 온 학생들이 있고, 작은 도심, 대형 도시, 소규모 도시 출신 등 다양하다. 이들을 모집하기 위해 해당 지역을 다 찾아다닐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미국 대학들의 25%는 SAT나 ACT 시험 점수를 입학 지원시에 요구하지 않는다.
칼리지보드의 대변인 자카리 골드버그(Zachary Goldberg)는 시험 응시자 자료를 “학생들이 대학이나 장학금 단체 등과 중요한 대화를 시작해서 선택권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응시자 자료 매매에 대한 우려보다는 그 혜택이 더 많다는 것이다.
칼리지 보드 측은 응시자 명단을 파는 게 아니라 사용 면허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해당 자료를 대학들이 일정 기간에 특정 규칙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개념이라는 것.
따라서 학생을 불합격시키기 위해서 정보를 사용한다면 해당 자료 사용에 대한 조건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칼리지 보드는 말한다.
칼리지 보드가 수행했지만 아직 출판되지는 않은 논문에 의하면 명단을 파는 것으로 인해 지원자나 대학 모두에게 아무런 혜택을 주는 게 없다고 제시되고 있다.
이 논문에서 명단이 팔린 학생들의 경우 이런 정보 유출이 없는 학생에 비해 대학에 지원할 확률은 0.1% 많을 뿐이고, 해당 대학에 입학할 확률 역시 0.02% 증가할 뿐이라고 결론낸다.
그러나 칼리지 보드 대변인 골드버그는 “이 숫자가 작은 것처럼 들리지만 그 효과는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 대학들의 활용도= 미국 명문 대학에 입학할 확률은 높았던 적이 없었다. 2021년 클래스 경우 하버드 대학은 39,506명이 지원했는데 이는 2006년 클래스의 19,527명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합격률 또한 5.2%였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경우 13,988명에서 37,259명으로 증가했고, 합격률은 9.2%였다.
명문대학들은 자격이 되는 학생들의 엄청난 숫자가 전 세계로부터 지원하기 때문에 합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학생들도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합격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2017년에 대학 신입생의 36%가 7개 이상 대학에 지원했는데, 2007년의 19%에서 많이 증가한 것이다. 결국 미국의 대학들은 전체적으로 불합격시키는 지원자 수가 더 많아졌다.
복수지원 추세로 인해 많은 대학이 안전책으로 더 많은 지원을 종용하고 있다. 이미 합격된 학생이 다른 대학을 선택하게 되기도 하고 그래서 합격한 대학에 입학하지 않는 공석을 만들어 놓게 된다.
대학들은 더 많은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칼리지 보드를 찾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응시자의 고교생 명단, 인종, 부모의 교육 상황, PSAT와 SAT의 대략적 점수 등을 이름 하나당 47센트에 살 수 있어서다.
칼리지 보드는 매년 1,900개 대학과 장학금 프로그램이 200만에서 250만개 정도의 지원자 중에서 조합된 명단을 구매했다고 밝혔지만 전체적으로 몇명의 명단이 팔렸는지는 언급을 회피했다.
대학은 지형, 사회경제학적 계층, 학문적 수준 등의 조합으로 명단을 구매했다는 것. 가령 축구를 하는 콜로라도, 와이오밍, 몬타나 출신의 백인 여학생으로 PSAT 1200-1300점대로 엔지니어링에 관심이 있으며 부모는 대학에 가지 않은 경우 등의 조합으로 명단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 대학은 1년에 50만명의 명단을 구매한다고 입학 사정관들은 언급한다.
툴레인(Tulane) 대학은 지난해 칼리지 보드로부터 30만명의 명단을 구매했다고 말한다. 툴레인 대학 지원자는 2002년에서 2017년 사이에 174% 증가했고, 합격률은 62% 하락했다.
응시자들은 칼리지 보드 시험을 치르기 전에 그들의 정보가 대학에서 사용할 수 있어도 되는지에 대해 물어보게 된다.

존슨 양의 경우 대학이 사용할 정보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러나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대학이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주길 바랬다. 그러나 그녀 자료가 돈으로 거래되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 대변인은 학생들에게 접근한 이유는 그들로 하여금 가장 좋은 대상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지 스탠포드 대학이 가장 경쟁이 심하고 또 합격률이 가장 낮은 대학으로 비쳐지길 원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스탠포드는 지난해 더 이상 학부생 지원 숫자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스웨스턴 대학 대변인은 칼리지 보드 자료는 단지 입학 진행 과정에서의 하나의 단계일뿐이라고 말한다. 모든 요소를 고려하기 위한 총체적 접근에 근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밴더빌트 대학은 지난해 10만명에서 20만명 사이의 명단을 구매했다고 말한다. 밴더빌트의 접근을 확대하고 학교 명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런 시도는 1990년초부터 시작됐다. “돈이 있었기에 이런 아이디어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밴더빌트는 지역 대학으로 그 명성을 높였고 전 세계 학생들을 남동부 최고 명문 대학으로 오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21년 클래스 지원자는 2006년 클래스의 9,830명에서 31,462명으로 증가했다.

칼리지 보드의 명단 판매는 1972년에 시작됐다. 학생들이 더 많은 대학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대학 카운슬러들의 요청에 의해 학생 발견 서비스(Student Search Service)를 창설하면서였다. 이로 인해 칼리지 보드의 사업은 혜택을 입기 시작했다. SAT 응시자 역시 2016년 160만명에서 2019년 220만명으로 36% 증가하고 ACT 응시자보다 많아지기도 했다. 수입 역시 2012년 7억6천만달러에서 2017년 11억달러로 급증했다.
학생들이 더 많은 대학에 지원하기 시작한 지난 10년간 칼리지 보드의 사업은 더 큰 번창을 이뤘다. 학생들 자료를 판매하면서 얻은 이익도 포함됐다.
칼리지 보드 측은 명단 판매가 직접적인 이름을 파는 게 아니고 대략적인 조합에 포함된 이들이 몇명이고 누구인지 정도만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안되고, 또한 대학들이 이 자료를 통해 학생들에게 먼저 접근하도록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의 대학 문호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존슨 양과 같은 학생은 그녀 남동생이 대학에 지원할 때 자신이 빠졌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다. 2017년 합격률이 28%였던 뉴욕대에 입학해 시니어가 된 그녀는 다른 명문대들이 진짜로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서 먼저 우편을 보내준 것으로 착각했던 것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동생을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낮은 합격률이 마치 자신들의 고귀함을 말해주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