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의 마스크, 가난과 불안의 미래를 가린다

나라가 산산조각이 나고 있는 느낌이다. 모든 부문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말이 한국 상황에 맞을 것이다. 요즘 한국 공무원들은 1조원은 우습게 여긴다고 한다. 세금 선심으로 경제 성장, 일자리, 복지를 다 하겠다고 3년째 혈세를 쏟아붓는 정부 밑에서 공무원들 배포만 커졌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난 2년간 일자리 만든다고 쏟아넣은 게 50조원이다. 천문학적 세금을 탕진하는데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소리는 없다.

세금을 몇조원씩 푸는 일은 이제 너무 흔한 일이 돼버렸다. 경기 살린다고 24조원 투입, 남부 내륙철도에 5조원, 복지부 예산 82조원 등등 이제 ‘조’가 아니면 명함 내밀기도 부끄러울 판이다. 그러다 보니 보건복지부는 드디어 한국이 “복지국가가 됐다”고 자찬했다는데, 사실 그 모든 돈이 국민의 혈세다.

올해 740조원인 한국 국가 채무가 2023년에는 1000조원을 넘어선다는 건 모른 척 하고 가시적 성과만 선전하는 식이다. 세금 아껴쓰는 것이 정부 공무원의 역할이던 때는 이제 지나갔다. 효율적으로 집행하기보다 더 퍼주는 것에 몰두한다. 1조원은 별 것 아니라며 선심성 세금 잔치를 벌이는 놀음에 나라 곳간은 비어지고 서까래는 주저앉고 있다.

공기업들 역시 재정적으로, 도덕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실제 1050억원 적자를 본 코레일은 최근 발표에서 당기순이익 2893억원으로 허위 공시했다. 1000억대 적자 기업이 수익을 부풀려 3000억 흑자 기업으로 둔갑한 것이다. 나라의 대표 공기업이 이런 숫자상 실수를 할 리는 없고, 고의적으로 부풀려 비난을 면해보려던 꼼수였을 것이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코레일이 경영 부실, 회계 부정에도 무사한 것은 정부가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획재정부가 2018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코레일에 대해 2017년 C등급보다 오른 B등급을 줬다. 정부가 내세우는 일자리 창출의 선전효과를 위해 정규직 정원을 수천명씩 늘려줘서다. 만성 적자 회사인데 직원만 더 늘려 세금으로 임금 주면서 “잘하고 있다”는 뻥튀기에 동참했다는 말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은 주위에 이민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불안하고 탄력을 잃었다는 반증이다. 또한 인구가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노령 인구를 위한 연기금 또한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또 세금으로 정부 재정을 보충해 보겠다는 것인데, 국민의 허리를 쇠사슬로 조여보겠다는 것과 같다.

나라가 불만스러워 떠나려는 사람도 조심스럽게 떠나야 할 판이다. 불만을 표하는 것마저도 포착되면 곤혹을 당할 수 있으니 못 알아보게 마스크라도 쓰고 도망쳐 나와야 할 지 모른다. 서울대에서 ‘조국 교수 STOP’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800명 시위대 중 마스크를 쓴 이들이 보였다. 그러자 한 어용 지식인이 왜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집회하냐며 “비겁하고 진의가 의심스럽다”고 타박했다.

그도 80년대 386세대가 반정부 데모하면서 사진 찍혀 잡혀갈까봐 썼던 마스크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그 마스크가 다시 필요해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과의 소통이 막혀있는 듯한 현 정권에서는 마스크로 가려야 후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팽배해지니, 민주주의도, 법치도, 인권도 없다. 나라 위정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자신들의 주장에 자신이 없어 시위대가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다.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도 마스크를 쓴다. 홍콩 시위 참가자의 60%가 1020세대니, 대학생은 물론 중고교생도 많다. 이들이 마스크를 쓴 이유는 중국 정부의 악랄성을 알고 있어서다. 중국을 비판한 홍콩 사람들이 그간 쥐도 새도 모르게 중국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걸 아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시위할 수밖에 없다.

1020세대들이 살아나가야 할 날들은 엄청 많이 남아있다. 그 길고 긴 남은 날들에 대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상징이 마스크다. 지금 나이든 정치가들은 나랏돈을 거덜내면서 정권 놀이에 빠져있다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남은 세대들은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한다. 그 날들이 가난하고 캄캄할 뿐이다.

아이들은 묻는다.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주려는 것이냐고. 잘 사는 나라도, 자유로운 나라도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어른들 고집과 투쟁을 통해 지켜왔다고 자랑하고 싶은, 피와 가난만 새겨진 그 고약한 이데올로기 훈장은 아닌건지. 노탱큐가 대답이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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