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멧돼지, 핵 가진 자 앞에 건들지 말 것들

국제 축구대회가 이렇게 재미없게 진행된 적이 있을까.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 축구가 경기 생중계도 안되고, 관중 하나 없이 ‘깜깜이’ 시합으로 열렸다. 스포츠 경기는, 특히 국제 경기는 열렬한 응원전과 함께 많은 관객 앞에서 선수들이 그간 닦은 기량을 뽐내며 승부하는 ‘뜨겁고 활기찬’ 그 맛 아니겠는가. 그런데 모든 걸 숨기고 가린 가운데 ‘살벌한’ 분위기 속에 경기를 후다닥 치렀다. 결과는 0대0 무승부.

도대체 뭐가 두려워 북한은 이같은 횡포를 저지르는 것인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마저 북한은 ‘몽니’를 부리고 자기 아집을 부린다. 혹시 경기에 지는 모습이 전 세계에 전파를 탄다면 북한 지도자 위상이 추락할까 두려운 것일까. 하긴 갑자기 백마 타고 백두산을 날아다니는 ‘신령’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의 축구팀이 패배하는 꼴을 보여줄 순 없어서라 말하는 게 맞을 지 모른다.

한국 손흥민 선수가 “차라리 무승부였는 게 다행이다. 이겼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 알 수 없었다”며 시합 당시 욕설로 위협적인 분위기 가운데 경기 치렀다고 말한 걸 보면 아찔하다. 한국 정부는 자국 선수들 안전을 생각했다면 이런 경기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했어야 했다. 중계도, 관중도 없는 경기장에서 오래전 판문점에서의 ‘도끼 만행 사건’과 같은 끔찍한 일이라도 발생했다면 그 책임이나 해결을 어떻게 하려고 방관했을까 싶다.

그런데도 이런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국 선수를 뭐라 하는 골수 네티즌들이 있다. “축구만 잘 하지 정치 의식이 부족하다” “남북 평화에 기여는 못 할 망정 웬 불만이냐” “북한 나름대로 최대한 매너 지킨 것이다”고 북한을 옹호하고 그걸 방관한 한국 정부를 감싸는 발언을 한다. 이런 궤변이 어디 있나.

이들은 북한에 대한 환상을 절대로 깨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현 한국 정부도 북한에 대해서는 맹목적이다. 이유가 알고 싶다. 이렇게까지 일방적인 애정 공세인 건, 아무리 봐도 꺼림칙하다. 약점이 잡혀 있거나 아니면 진짜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된다. 평화 통일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이렇게까지 하기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이런 모습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감염 돼지 방역에 대한 일련의 과정에서도 엿보인다. 한국의 발병 초기부터 전문가들은 북한 야생 멧돼지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 멧돼지가 그럴 리 없다는 식으로 부정하고 방관했다.

결국 남한의 사육 돼지만 수십만 마리 살처분했는데, 나중에 비무장지대 북한 멧돼지에게서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원인이 그 북한 멧돼지인데도 한국 정부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말라는 식으로 쉬쉬한다. 그냥 우리 돼지들만 땅에 묻어 죽이라는 식이다.

하긴 돼지 수십만마리가 죽은 들 뭐 그리 대수일까. 북한 눈치를 보느라 무조건 퍼주고 그저 상대의 ‘은총’만 바라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그깟 돼지니, 농민 재산이니, 자국민 안전이니, 별 거 아닐 것이다. 올해 북한 지도자가 한국에 방문해 주기만, 그래서 그 덕에 내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고, 혹시 노벨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도움을 주기만 한다면 그 어떤 희생과 기다림, 인내를 보이겠다는데 말이다.

문제는 오래 북한을 겪어본 상식적인 이들의 변하지 않는 우려다. 거짓, 인권부재, 독재와 잔혹한 숙청, 그리고 핵보유의 북한에 대해 절대 믿을 수 없다는 그 확실함이다. 한국 여당 인사마저 ‘북한의 갑질에 할 말도 못하는 정부의 짝사랑은 언제까지 할 것인가’라는 논평을 내는 현실에서 더 그렇다.

옛 성현 말이 있다. 옳고 그름이 명백한데도 시비하는 자들은 언제나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한다. 실상을 알면서도 명백하게 판별하지 않는 것은 두텁고 각박함이 있어 일부러 편이 되는 것이다. 그 중에 주견없이 남의 말만 믿는 자가 있고, 선입견을 고수해 다시 살펴볼 생각도 않는 경우도 있다. 서로 번갈아 호응해서 잘못을 답습하고 오류를 더한다. 북한에 대한 저들의 자세가 이같다.

북한과 여자월드컵이니 올림픽 공동의 꿈을 여전히 꾸는 한국 정부다. 이에 대해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다리가 하나 부러졌던지 했을 것”이라고 말한 게 대비된다. 핵마저 보유한 그들이 ‘핵몽둥이’라도 휘두르겠다고 으름짱쳐도 이제 누가 그걸 말릴 것인지 핵답답하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