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정략 결혼, 삭발로도 막지 못할 파경의 시작

파경으로 끝난 트럼프와 볼턴의 ‘정략 결혼’이라는 표현이 기막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해임했다는 기사인데, 볼턴은 자신이 먼저 그만두겠다고 말했다고 우긴다. 처음부터 뜻이 안맞는데도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이유로 합쳐졌지만 결국 파경을 맞이한 것이다. 그것도 서로 내가 잘랐다, 아니 내가 싫어 그만뒀다 아웅다웅하면서 헤어지는 모습에 ‘지저분한 이별’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치적 관계를 결혼에 비유하는 것은 그만큼 그 관계가 세간의 이목을 끄는 중요한 사안이어서다. 사실 강경파 ‘매파’로 유명한 볼턴과 외교 정치적으로 ‘낭만적 협상가’이자 ‘전략적 현실주의자’인 트럼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트럼프는 무장반군조직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어 18년간의 전쟁에서 벗어나게 해준 ‘평화 실천자’로 비쳐지길 원했지만 볼턴은 믿을 수 없는 상대와 무슨 협정이냐며 극구 반대해 좌절시켰다.

볼턴은 이란에 대해서도, 또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과 시리아와 아프카니스탄 미군 철수에 대해서도 강경했다. 물론 북한에 대해서는 더했다. 세계적 ‘깡패’인 극악무도한 폭군들과도 거래를 트러 하던 트럼프는 번번히 볼턴에게 발목잡힌 꼴이 됐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인연’과 로맨스를 쌓아보려던 남편을 가둬두고 바깥 출입조차 제대로 못하게 만든 냉정한 아내를 만난 것이다. 그게 현모양처일지, 아니면 악처일지는 각자의 입장에서 달리 보였을 뿐이다. 이제 남은 건 그 엄한 마누라 ‘매파’가 내쳐졌고 대신 ‘비둘기파’가 새로 안방을 차지할텐데, 일부에서는 비둘기가 아니라 ‘새대가리’를 달고 다니는 살찐 닭이 들어오면 북한을 비롯한 그 사나운 ‘폭녀’들을 어떻게 상대하게 될건지 우려된다는 표현도 한다. 이래 저래 트럼프의 정치 외교적 ‘여성편력’은 계속 뉴스를 장식하게 될 모양이다.

정치적 혼인에 비유될 또 다른 사건은 그 모양새가 트럼프에 비해 사뭇 심각하다. 한국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빗댄 ‘혼인’ 사태는 신랑의 자격 시비부터 역대급 논란을 빚었다. 결국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강제적으로 성사된 결혼이지만 그로 인한 여파는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임명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여전하고, 삭발로 이를 반대하는 모습까지 극한 상황이 계속된다. 자칫 대통령에 대한 반대 운동으로까지 확대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대체 삐걱거리는 이 혼인을 왜 꼭 성사시켜야만 했는지 수많은 의문과 답답함이 있지만, 그 중 꼭 집고 싶어지는 점은 대한민국이 사회주의자로 자칭하는 법무부장관을 맞이하는 역사적, 이념적 탈바꿈의 시대가 이제 도래한 것이냐는 의문이다.

자유대한민국의 법을 지키는 수장의 자리에 사회주의자가 등극했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난감하다. 이제 대한민국은 사회주의자 위정자를 포용하고 그에 의한 통치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시대가 온 것인가라는 자조감이 들 정도다.

물론 사회주의가 꼭 공산주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로 형제뻘인 건 분명하다. 최소한 자본주의는 모순덩어리라고 비판하며 이를 붕괴시키려는 사상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공통점일진대, “자본주의가 잘못된 것이라 사회주의 사상이 필요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이를 자본주의 민주국가의 법무장관으로 세웠으니 세상이 상전벽해요, 나라가 뒤집어질 기세다.

이제 대한민국은 어느날 대통령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자라고 말해도 받아들이는 때가 오는 것인가. 자유민주주의 헌법에 기초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들이 사회주의자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이들로 채워지고 있으니 이 ‘결혼 우화’는 비극 아니면 무엇일까.

트럼프의 낭만과는 다른 ‘이념적 바람둥이’ 남편을 지켜보며 살아야 할 날이 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마치 “너를 사랑해서 결혼은 하지만 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다른 여자를 만나 바람 핀 뒤에 그 여자로 너를 변화시키겠다”는 남편과 사는 느낌이랄까. “차라리 나 대신 그 여자하고 살아.” 그렇게 통곡하며 자신들의 결혼을 비통해할 아내들의 데자뷰다.

그런 남편을 반대하는 여성 의원들이 삭발을 하고 나섰다. 여성의 정절과 자존심 같은 머리털을 다 밀고 항거하는 이들의 마음이 독하다. 잘못된 혼인으로 야기될 여인들의 심정을 몸으로, 머리털로 저항하는 몸부림이 눈물겹다. 문제는 잘려진 머리카락으로는 꿈쩍도 않는 남편들이다. 도대체 뭘 잘라내야만 돌아설지, 그 혹독한 현실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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