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 판단, 지도자들도 따라야 비극을 막는다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연속적으로 대형 총격 살상 사건이 발생했다. 자동소총을 들고온 범인들은 몇십명을 향해 총탄을 갈겨댔다. 그렇게 질기게 버텨오던 사람 목숨이 총탄 한방에 쓰러졌다. 사람 죽이기가 이렇게 쉬울까 싶다. 총이 있느냐와 없느냐의 차이는 사람을 살해하는데 있어 ‘연장’의 유무를 말한다. 칼로 살해하려면 고도의 무공 기술을 가진 자가 아니면 한번에 수십명을 처치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총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허약한 인간이라 해도 수많은 건장한 상대들을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다. 대량 살상의 조건이 총이라는 게 자명하다.

그러니 대량 살상 총기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총기 규제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된다. 이는 매우 상식적인 반응이다. 의도해서든, 즉흥적이든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싶어져도 그를 실행할 총기를 구할 수 없다면 그 범행은 막아진다. 대형 범죄가 예방되는 셈이다.

그러나 총기를 팔아서 이익을 얻는 이들에게 이런 상식은 ‘손해’의 도전장일 뿐이다. 결국 이들은 정치가들에게 로비를 한다. 개인의 안전을 위해 총기 매매는 자유롭게 해야 된다는 것이다. 텍사스 엘파소의 22명 사망 총격 사건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의 주장을 반복했다. 총이 문제가 아니라, 그 총을 소유하고 쏴댄 그 사람이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신적 질병과 증오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지, 총이 그런게 아니다”고 했다. 총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말로 들린다.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말이다.

한국 대통령이 최근 “남북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하며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촉구했다. 대체 이 말이 상식적일까. 물론 일본이 밉고, 또 그런 일본에 맞서서 경제전쟁을 치른다는 일전불사 각오 선동를 하기 위한 표현일 수 있다.

이런 선동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상식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단 평화를 위한 북한의 협조 자체도 보장되지 않는다.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며 ‘핵’ 가진 힘자랑을 하는데 골몰 중인 북이 남한의 평화 손길에 아무 대가 없이 협조해줄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설령 합쳐진다 해도 북한은 세계적으로 하위에 속하는 경제 낙후 국가다. 그런 나라와 최근 경제적으로 총체적 난국 중인 남한이 손잡았다 한들 거기서 어떤 엄청난 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일까. 아마 북한을 살리는데 남한의 많은 것들이 소모될 것이다.

감정은 알지만 냉정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따지고 계산해보고 최대한 상식적이어야 한다. 기적을 바라는 게 아닌 것이라면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만나 대박 플러스를 낸다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무력 전쟁이든 경제전쟁이든 “전쟁을 일으키는 데는 외부 요인 못지않게 해당 결정을 내린 지도자도 중요하다”고 말한 ‘전쟁의 탄생’ 저자 스토신저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기상황에서 힘에 대한 인식은 특히 중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지도자들은 자국의 힘은 과장하고 적국은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그의 말도 일리있다. 잘못된 판단, 객관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은 무모한 싸움, 그리고 패배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식에 대해 개인적으로 경험한 게 있다. 소속 신문사가 매각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다. 물론 줄곧 흑자를 내는 회사였지만 소유주의 다른 사업 경영난을 메꿔주면서 힘들어졌고 결국 팔아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건 나쁜 결정이 아니다. 경영하다보면 병가지 상사다. 몇몇 구매 의사가 들어왔다.

유사한 업종의 업체가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우리 회사 전 직원이 반대했다. 듣기로 마이너스 업체인데 합쳐지면 플러스이던 우리만 죽는다는 판단에서다. 마이너스에 플러스가 넘어가면 당장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손해는 몽땅 플러스 쪽일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 판단을 전 직원이 한 것이다. 감원이든 봉급 삭감이든 주도권이든 모든 걸 뺏길 수도 있다는 상식이었던 것이다.

결국 무산됐고, 신문사는 목하 원래 가던대로 잘 굴러간다. 필요하면 언제든 다른 플러스와 좋은 관계가 이어지길 기다리면서다. 대신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합병돼 불운한 미래로 달려가는 식의 그런 비극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위안을 하면서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그런 작은 상식이 훗날의 엄청난 재난을 막아준다. 대통령이라 해도, 회사 소유주라 해도 그런 상식은 지켜줘야 한다고 본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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