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승자효과, 세상을 다 불사르고 자신도 태운다

미식축구인 풋볼은 축구와는 관전 포인트가 많이 다르다. 굳이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축구는 설렁탕 먹는 것 같고, 풋볼은 양식 스테이크 먹는 것 같다. 후루룩 쉽게 들이키는 탕과 다르게 풋볼은 스케일도 크지만 규칙도, 장비도 많다. 처음 미국에 와서 이질감에 별로 안 좋아하다가 후에 룰을 알고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푹 빠졌던 적이 있다.

달라스에 온 뒤로는 카우보이스 팀 열성 팬이 돼 시즌 매주 TV 경기 시청에 매달리기도 했다. 1990년대 ‘아메리카 팀’으로 불릴 정도로 카우보이스는 인기와 실력이 대단했다. 수퍼볼 우승도 몇번 하던 때여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그 뒤 20여년간 실력도, 경기 성적도 많이 안 좋았다. 특히 지난 10년간 새 감독 밑에서는 형편없는 결과만 나왔다. 수퍼볼은 고사하고 몇차례 플레이오프에 나가서도 중요한 경기에서는 번번히 패했다. 올 시즌도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못하더니 결국 감독이 경질됐다. 이번 감독은 이전에 다른 팀 감독으로 수퍼볼도 우승한 적이 있어 이제 달라지리라 다들 기대하는 눈치다.

나도 지난 10년간 카우보이스에 흥미를 잃고 있었다. 어쩌다 경기를 보면 패하는 일이 많아서다. 그래서 나는 그 감독에 대해 연민을 갖기 시작했다. 전에 쿼터백 백업으로 뛰던 게 전부였던 그가 감독까지 맡았기에, 승리의 경험이 없는 터라 큰 경기에서 이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게 이해되기까지 했다.

스포츠에서 이런 속성을 적용한 것이 아일랜드의 신경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의 ‘승자효과’다. “이겨본 사람이 승리의 맛을 알기에 다음 경기에서도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핵주먹 권투선수 타이슨이 감옥에 갔다온 후 슬럼프에 빠지자 그의 코치가 일부러 쉬운 상대를 부쳐줘 몇번 이기게 해주는 작전을 썼다고 한다. 그 뒤 챔피언전과 같은 큰 경기에서 타이슨은 승승장구했다.

실제 인간의 뇌는 한번 목적을 달성해 승리하는 그 순간에 일종의 ‘호르몬’ 같은 생화학적 기제를 발휘하고 그것을 축적해 다음 경기나 도전에서 스스로를 고취시키는 힘으로 사용하게 한다. 일종의 중독같은 현상이다. 그래서 승자효과로 뇌 속에 쌓이는 게 섹스, 마약, 알코올, 그리고 권력욕과 같은 중독성일 경우 그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현재 한국 정치에 비교해볼 수 있다. 이번 주집권당이 전격 단행한 검찰 인사가 ‘대학살’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이런 인사를 주도한 이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부패를 파헤치는 검찰총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참모진을 공중분해시킨 이번 인사에 대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폭거라고까지 회자되고 있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보복성 좌천 인사로 좌절시키는 시도는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너무 쉽게 ‘보란듯이’ 해치워냈다. 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도 보지말라” 하더니, 정작 그럴 기세에 놀라 후에 탄핵의 빌미가 될 정도의 폭거를 해버린 것이다.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겠느냐는 일들을 이 정권이 눈 하나 깜짝 않고 해치우는데는 ‘승자효과’의 부정적 여파다. 이런 오만이 습득해서 얻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간 ‘4+1’ 선거법이니 공수처 입법이니 그들에게 유리한 일들을 절차와 법을 무시하면서 밀어부쳤는데 하나같이 다 되는 데 맛들인 것이다. 반대하고 막아내야 할 야당은 지리멸렬한데다, 분노해야할 국민은 적당히 눈을 가려 조작된 여론과 지지도로 뭉개버렸더니, 안 되는 게 없었다.

물론 세상을 바꿀 강력한 권력욕을 가진 지도자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실제 권력욕은 사람의 뇌를 변화시켜 더 용감하고 더 집중력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만큼 더 많은 성공을 거둘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문제는 규제와 감시를 벗어나 폭주할 정도로 방치되는 권력욕이 문제다. 더구나 그 권력욕이 오로지 개인적 목적을 위해서만 작동하게 되면 그 종말은 비극이 되고 만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권력을 개인적 목적만을 위한 권력욕과 집단 사회를 위한 목적에 초점 맞춘 권력욕으로 구분해 실험한 결과 개인 권력욕이 높은 경우일수록 자신의 욕구를 독단적으로 충족하려 한다는 걸 밝혀냈다. 이런 권력욕은 주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본인 자신 역시 파국으로 몰고간다는 발견과 함께였다. 역대 최고로 권력욕의 불길을 활활 태우고 있는 현 정부, 불꺼진 뒤의 심판이 두렵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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