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

무더위가 막 시작되는 6월입니다.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봄이 지나고, 모든 것이 초록빛으로 변하는, 시원한 소나기가 반가운 계절… 더위를 피해 카페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옆에 두고,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사랑에 관련된 수많은 소재들 중, 슬프지만, 아름답고, 행복하지만 가슴 시린, 누구나 하나씩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두었을만한 ‘짝사랑’의 기억. 클래식 역사 가운데도, 아름답고 숭고하기까지 한 짝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19세기 낭만시대 위대한 작곡가인 브람스의 이야기인데요. 그의 짝사랑 뒤에는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가 있습니다.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과 클라라(Clara Josephine Schumann)는 부부였고, 브람스(Johannes Brahms)는 슈만의 제자였습니다. 먼저, 슈만과 클라라는 어떻게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을까요?
클라라(Clara Wieck)는 9살에 데뷔한 피아노 신동이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의 음악교육 덕분에 그녀는 여성 피아니스트로서 19세기 유럽 순회공연을 다니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고 있었는데요. 그녀의 아버지 비크(Wieck)는 바로, 슈만의 스승이었습니다. 슈만은 자기 스승의 딸인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클라라의 아버지는 그들의 사랑에 대해 노발대발했습니다. 그 당시 슈만은 작곡과 평론을 하긴 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였고, 겨우 14살이었던 딸을 넘보는 제자가 반가울 리 없었습니다.
하지만 슈만은 클라라와 결혼하기 위해 그의 스승인 비크와 법정 다툼까지 벌이게 되고, 결국 1840년 성인이 된 클라라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 후 행복한 가정을 이룬 슈만은 결혼한 그해, 1840년에만 183곡이나 되는 가곡을 작곡했고, 그 다음 해에는 교향곡, 협주곡 등 수많은 곡들을 작곡하며, 작곡가 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게 됩니다. 또한 그는 지휘자로서도 활동하였는데요.
지휘자로 활동하는 중, 1853년 20세의 젊은 음악가 브람스를 만나게 됩니다. 그가 작곡한 곡을 듣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슈만은 그를 제자로 키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해, 슈만은 라인강에 투신을 하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정신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결국 가족을 위해 슈만은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지내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폐렴까지 얻게 되어 1856년 사랑하는 클라라의 지극 정성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품에서 숨을 거둡니다.
이후 클라라는 8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피아니스트로서 열심히 활동하며 고된 생활을 해 나갑니다.
브람스에게 일정한 선을 그으며, 그에게 ‘우정’만을 보여줍니다. 클라라는 슈만이 죽고 나서 40년 동안이나 피아노 연주를 계속하며, 슈만과 브람스의 음악을 연주하고,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브람스와 함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같은 공감대를 쌓아 나가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들 사이에 음악적 공감대를 넘어선 특별한 감정을 느낀 브람스는 한결같이 클라라만을 바라보았지만, 그녀와의 로맨스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브람스는 실제로 그 당시 많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어 연애도 하고, 결혼할 기회들도 있었으나, 클라라에 대한 일편단심의 마음을 접지 못해 결국 독신으로 남게 됩니다. 클라라가 1896년 숨을 거둔 1년 뒤인 1897년 브람스 역시 간암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지고지순한 짝사랑이 또 있을까요?
브람스는 평생 그녀를 그의 방식대로 사랑했습니다. 그녀가 숨을 거둘 때까지 그녀를 보살피고 지켜주며 헌신하면서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먼 발치에서, 그녀를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녀를 먼저 보내고 자신도 1년 뒤에 따라 세상을 떠난 브람스. 자신의 사명을 다했다는 안도감과,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클라라가 떠난 그 마지막 1년까지도, 오롯이 그녀만을 짝사랑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1896년 5월 20일 클라라가 77세의 나이로 타계했을 때, 브람스가 남긴 말은 ‘사랑’에 대한 깊고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나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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