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의 위트와 재치 – 고별 교향곡 45번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직장이나, 학교나 가정에서조차 ‘리더십’이라는 덕목은 참 중요하다.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온화한 리더십이 있었던 하이든.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가 있다면,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그는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100여 개의 교향곡 작곡을 통해 ‘교향곡’이라는 장르의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종신악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에스테르하치 가문은 엄청난 부를 자랑했는데,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 궁전을 모방한 호화로운 별궁을 세웠다고 한다. 후작은 늘 여름 휴가를 이 궁전에서 보냈는데, 126개의 방과 22,000권이 넘는 책이 소장된 도서관, 2개의 오페라극장과 2개의 대연주홀이 있을 만큼, 호화로운 궁이었다. 하이든은 이러한 가문의 궁정음악가로서 작곡활동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지휘 및 관리, 단원 훈련 그리고 오페라와 관현악 곡 연주를 했다. 그는 지휘를 할 뿐 아니라, 단원도 챙겨야 하고, 여러 역할을 도맡아 해야 하는 리더의 자리에서 많은 일들을 책임져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이든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때는 1772년 여름, 여느 때처럼 하이든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6개월 동안 별궁에서 거주하며 연주하기로 계약이 되어있었다. 별궁에는 단원들의 가족들까지 머물 수 있을 만큼의 방은 없었기 때문에, 단원들은 6개월 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약속된 6개월이 지나고 8개월이 되도록 후작은 본인의 휴가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거의 매일 연주를 하는 단원들은 지쳐만 갔다. 가족들이 그리웠던 단원들은 하이든에게 직접 후작과 이야기해보라고 요청했지만, 하이든 역시 고용인 신분이었기에 직접 단원들의 요청을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당시는 귀족들에게 함부로 항의하거나 건의하기 어려운 분위기였기에 하이든은 단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귀족의 기분도 상하지 않게 할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그의 교향곡 45번을 통해서이다.
이 작품은 매우 빠른 1악장, 느린 2악장, 미뉴에트 형식의 3악장 그리고 피날레인 4악장 구조다. 보통 피날레는 힘차고 강하게 끝나는 데에 비해, 하이든은 45번 교향곡 피날레를 오케스트라의 악기 수가 점차 줄어드는 방식으로 작곡했다. 그는 피날레 파트에, 이런 문구를 적어 두었다. “자신의 파트가 끝나면 보면대의 촛불을 끄고 조용히 퇴장하시오.” 그가 지시해 놓은 악보의 문구 대로 단원들은 악보에 나온 본인 파트가 끝나면 보면대의 촛불을 끄고 악기를 들고 무대에서 조용히 퇴장했고, 마지막에는 바이올린 주자 2명만이 남아 곡을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다 앉아있던 단원들이 모두 사라지고, 마지막 2명만이 남아 연주하는 깜짝 퍼포먼스를 본 후작은 지친 단원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다음 날로 단원들에게 휴가를 주어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런 일화로 인해 교향곡 45번은 ‘고별교향곡’으로 불리게 되었다.
평소 온화한 인품과 유머 감각으로 단원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존경받은 하이든의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자칫 잘못하면 큰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상황을 음악적 지혜를 발휘하여 해결한 하이든. 그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온화한 리더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보통 리더라고 하면 강인하고 탁월하며 품위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고별 교향곡의 비하인드스토리는 하이든처럼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진심으로 대하는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위트와 재치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리더의 면모 중 하나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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