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서

우리 집에도 트로트 열풍이 불었다.
남편은 물론 아이돌을 좋아하는 딸내미까지 조명섭 노래를 부르며 다닌다. 운전하면서 듣고 다닐 정도니 참으로 놀라운 변화다. 남편이 미스 트롯을 보며 송가인에 열광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었다. 싫은 건 아닌데, 일부러 찾아 듣진 않았다. 몇몇 트로트 가수의 과한 꺽기나 비브라토가 솔직히 좀 불편하기도 했다. 트로트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음악 장르인 엔카가 도입되면서 시작되었다. 서양음악인 ‘Foxtrot’과 일본 민요가 합쳐져 만들어진 게 엔카라면, 우리나라의 트로트는 한국의 민요와 합쳐져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경쾌하고 찰진 지금의 트로트와 달리 초기 트로트는 우리의 한과 정서가 담겨 슬프고 구성진 곡이었음에도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대중화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올드 트로트는 정통트로트, 엘레지 트로트, 발라드 트로트, 락 트로트, 댄스 트로트, 세미 트로트로 발전하면서 우리에게 친근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뽕짝은 트로트를 낮춰 부르는 말이고, 뽕삘은 뽕짝과 feeling의 합성어로 애절하고 간드러진 느낌의 목소리를 말하는데, 제대로 부르면 귀에 착착 감긴다.
나이가 들면 뽕짝이 좋아진다는 말도 다 옛말인 것 같다. 요즘은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많고 뽕삘 또한 장난이 아니다.

Ear Warm이란 ‘귓속 벌레 현상’이라는 뜻이다. 용어가 생소할 수도 있는데, 아마 누구나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날 들은 노래의 특정 멜로디가 귓가에 맴돌아 마치 뇌 속에 벌레가 있어 계속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자신의 의지로는 멈출 수 없어 종일 부르게 되는 현상이다. 조명섭에 의해 다시 태어난 신라의 달밤이 이어웜의 주범이다. 오래된 축음기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미성의 목소리로 힘을 빼고 부르는 그의 매력에 빠지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다. 우리 가족은 지금 조명섭 앓이 중이다.

‘미스 트롯’은 TV조선의 오디션 프로였다. 트로트라는 장르를 재조명받게 한 공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진이었던 송가인의 무대를 본 남편은 바로 열혈팬이 되었다. 그녀가 나오는 ‘뽕 따러 가세’와 유튜브 방송을 모두 찾아서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옆에서 듣다가 홀려 ‘트로트가 좋다’와 인기리에 방송 중인 ‘미스터 트롯’까지 몰아서 보게 되었다. 귀가 호강하고 힐링이 된 시간이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무대에 선 참가자들의 진지한 모습을 응원하며 함께 울고 웃었다. 조명을 받으면 파헤쳐지는 게 신상이다. 직업, 학벌, 가족 관계 등이 낱낱이 공개되기 마련이다. 가수는 노래로 평가받아야지 그 어떤 것도 평가의 기준이 되거나 흉이 되어선 안 된다. 참가자 중에는 조명받지 못하고 힘든 날을 보내다 도전한 현직 가수도 있고, 아이돌로 출발하였으나 인기가 없어 트로트에 재도전한 사람도 있었다. 아무리 애써도 이루어지지 않던 꿈을 다시 이뤄보려는 참가자들의 사연은 절절했다. 그 간절한 마음이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들의 도전과 성공담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제2의 송가인, 조명섭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Nothing great in the world has been accomplished without passion” 이 세상에 열정 없이 이루어진 위대한 것은 없다고 말한 Georg Wilhelm의 명언처럼 꿈을 향한 열정과 도전이 삶을 바꾸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성공이 하루아침에 찾아오진 않는다. 물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는 스타는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의 꿈은 수없이 꺾이고 좌절만 되풀이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If you’re never scared or embarrassed or hurt, it means you never take any chances” 만약 당신이 한 번도 두렵거나 굴욕적이거나 상처 입은 적이 없다면, 당신은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Julia Sorel은 조언했다.

일월의 마지막 날이다. 새해 목표가 지금쯤이면 작심삼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부모, 자식, 아내, 남편의 꿈을 위해 사느라 내 꿈을 접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내 꿈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지금 도전해 보라고 제언하고 싶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다시 한번 재기의 허리를 곧추세우고 새로운 달을 맞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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