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설레다

2016년 10월, 다운타운에 있는 작은 책방에서 배수아 작가의 북 콘서트가 있었다. 그 행사 소식을 당일 두 시간 전에 미국 로컬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다.
한국 책방도 아니고 미국 책방에서 한국 소설가의 북 콘서트라니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검색해보니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2000년대를 이끌어가는 소설가를 공부할 때 접하게 된 그녀의 작품이 좋아서 거의 다 읽었던 독자로서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만 만나던 작가를 만난다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있을까. 머릿속에선 어떤 질문을 먼저 할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주소를 보니 혼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프리웨이 운전을 못 해서 결국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책방은 작고 아담했다. 한국 사람은 나와 딸 그리고 어떤 남학생뿐이었다. 외국 분도 많지 않았다.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진행요원이 번호표를 나눠주고 인원 제한하여 들여보내던 한국의 북 콘서트 풍경과는 너무 달라 당황스러웠다.
책을 진열하던 직원에게 여기서 하는 게 맞냐고 물었더니 들고 있던 책을 보여 주었다.
제목이 “A Greater Music”이었다. 2003년에 출간한 “에세이스트의 책상”이라는 소설을 Deborah Smith가 번역하였다.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으면서 이름이 알려진 그녀가 이번엔 배수아 소설을 번역하고 홍보를 위해 영국에서 왔다.
책방을 돌아보았다. 규모가 작고 책도 많지 않았다. 출판사를 겸한 책방이어서 자기네 회사에서 출간했거나 번역한 책만 진열되어 있었다.
거기서 한국 작가의 책을 몇 권 보았다. 김훈, 장정일의 이름이 보였다. 그곳에서 책을 출간하려면 그 출판사와 네트워크가 있는 번역가를 써야 한다.
한국어로 된 원고를 주면 그들이 번역가를 찾아 연결한다. 그중 한 사람이 드보라 스미스다.
아무나 책을 낼 수 있는 건 아니고 인지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이메일로 원고를 보내면 자기네가 심사하여 출판 여부를 결정하고 통보한다. 표지도 자기네가 결정하고 출판비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싸다. 그곳에서 책을 내면 미 전역의 서점에서 판매된다는 장점이 있다.
짧고 간단한 북 콘서트였다. 두 사람을 직접 만났다는 것으로 기분이 좋았다. 드보라 스미스는 당차고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영어권인 딸이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냐고 묻자 자기가 어떻게 한국어를 배웠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곳에서 “Blind date with a book”이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 코너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갈색 종이로 포장되어 있었다. 갈색 끈으로 띠까지 감아놓아서 안의 내용물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다만 겉장에 적힌 키워드 몇 개만으로 책을 고르는 것이다. 운 좋게 좋아하는 책이 걸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확률도 있어 고르기가 조심스러웠지만, 어떤 장르일까, 누가 썼을까, 어떤 내용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설렘이 있었다.
외국 방문을 했던 사람들이 배워 가서 이젠 한국 책방에서도 하는 곳이 생겼다 하니 따라쟁이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설렘은 시집 코너에서였다. 시집 한 권에 80-100여 편을 넣어 출간하는 우리나라 시집과는 달리, 좋은 시만 뽑아 5편에서 20여 편 정도를 넣어 얇게 출간하는 데 놀랐다.
솔직히 말해서 유명한 시인이라 해도 시집 한 권에 든 모든 시가 잘 썼거나 좋은 건 아니다. 그중 빛나는 시는 몇 편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가장 자신 있는 대표 시 몇 개만 뽑아 얇게 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서서 몇 권 읽어봤는데 굉장히 설렜다.

지난달에 시 쓰느라고 맘고생을 했다. 마감에 맞춰 보내고 난 후 쳐다보지 않았다.
고칠 게 튀어나올까 봐 무서웠다.
어떤 색깔을 입고 태어났는지는 모르겠으나 “박인애 작은 시집, 생을 깁다”가 디지북스에서 전자책으로 나왔다고 한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내 새끼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작가를 기다리는 일도 설레는 일이다. 6월에 “하얀 국화”의 작가 메리 린 브락트가 달라스를 방문한다.
문학회 많은 분이 이미 그 책을 읽고 독서 토론도 하였다.
아마도 나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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