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은 그리움을 부르고

우리가 사는 동네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고 함께 힘내 보자는 뜻에서 한 달 전에 로컬 가수 Jon Christopher Davis 초청공연을 마련했었다.
노을이 붉게 물든 호숫가에서 컨트리 음악을 들으며 시름을 달래고 저마다 좋은 추억을 한 페이지씩 저장하였다.
두 번째 이벤트로 아이들을 위해 ‘Sweet Frog Frozen Yogurt’ 트럭을 불렀다는 공지를 커뮤니티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참 뛰고 놀아야 할 아이들이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니 안쓰러워 달래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집안에서 몇 달 생활해 보았지만, 어른도 답답한 데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텍사스의 뜨거운 여름에 한몫 벌어야 할 빙과류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우리 동네 하겐다즈와 요거트 매장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가까워서 자주 가던 곳인데 망해 나가니 서운하고 마음 아팠다. 어려운 시기를 버티지 못해 폐업한 매장이 한둘이 아니다. 업주의 심정을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아 폭염 속에서도 가슴이 서늘했다. 참으로 하 수상한 시절이다.
캐롤톤 에치마트 옆에 Yogurtland가 생겼을 때 처음 요거트를 먹어보았다. 마련된 컵에 좋아하는 요거트를 직접 담고 과일, 견과류, 모찌, 사탕 등을 토핑하여 계산대로 가져가면 무게를 달아 가격이 정해지는 방식이 새로웠고 아이스크림보다 덜 달아서 좋았다. 거기서 주는 플라스틱 수저는 또 얼마나 튼튼하고 예쁘던지 그거 모으고 싶어 하는 딸내미 등쌀에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당시 요거랜드가 대박을 터뜨리자 우후죽순으로 다른 프랜차이즈의 요거트 가게가 생겼다가 오래지 않아 닫은 곳이 많았다. 지인도 큰 손해를 보고 접었다. 텍사스는 더운 곳이니 빙과류를 파는 디저트 가게가 잘 될 것 같아서 융자받아서 해 볼까 고민했었는데 안 하길 잘했다. 물론 잘 되는 매장도 많다.
괌에 가면 꼭 가야 하는 추천 맛집 중 하나가 Yogurtland라고 한다.
기다렸던 토요일이 오고야 말았다. 고작해야 마스크 쓰고 나가 요거트 한 컵 사 먹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 설레던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덜 자란 어른이 틀림없다. 딸내미가 미리 가서 줄 서자는 걸 꼼지락대다 십여 분 늦게 나갔다. 수영장 앞엔 이미 줄이 길었다. 우리 동네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부모 형제까지 나왔으니 동네 사람이 다 나온 거나 다름없었다. 핫핑크와 연두색으로 칠한 트럭에 그려진 개구리 눈이 오후의 따가운 햇살 아래 반짝거렸다. 그 더운 날 마스크를 쓰고 차례를 기다렸다. 원래 Sweet Frog Yogurt는 무지방, 저지방, 슈프림, 무설탕, 소르베가 있는데 가장 잘 팔리는 종류만 싣고 왔다. 5불짜리 컵에 요거트를 맘껏 담고 토핑 두 가지를 선택했다. 나는 딸기 초콜릿 복숭아, 딸내미는 딸기 타로 초콜릿 요거트를 담았다. 날이 얼마나 덥던지 바로 녹기 시작했다. 서둘러 먹으며 갔던 길을 돌아오는데 우리 앞으로 그림자가 길게 깔렸다. 그림자 속 모녀는 긴 머리를 흩날리며 우아하게 걷고 있는데, 손에 끈적끈적한 요거트를 묻히고 녹은 국물을 들이켜는 꼴이라니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또 다른 추억 한 장이 만들어졌다.
문득 친정 언니 생각이 났다. 사카린을 넣은 아이스케키가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친구랑 밖에 나가 놀기를 좋아하던 언니는 얻어먹을 기회가 적었지만, 집안 퉁수였던 나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자주 사주셨다. 아까워서 깨물어 먹지도 못하고 빨아 먹곤 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그 달콤함은 신세계였다.
하루는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아이스케키를 먹고 있는데 언니가 들어왔다. 그날도 오늘처럼 땡볕이었다. 앉아서 올려다본 언니는 거인처럼 커 보였다. 한 입만 달라기에 아이스케키를 선뜻 내주었다. 한 입만 먹겠다더니 순식간에 반을 베어 문 채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까짓 게 뭐라고 집안이 뒤집어지게 울었을까. 언니는 동생 울린 벌로 엄마에게 등 짝을 얻어맞았다. 지금 곁에 있다면 제일 큰 컵에 요거트를 잔뜩 담아 멋지게 토핑해줄 텐데 너무 멀리 있다. 그립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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