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편지

바바라라는 32세의 여인이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갔습니다.
‘아이들이 넷입니다. 첫째가 아홉살이고 막내는 세살입니다” 를 시작으로 그녀는 말문을 열었습니다.
남편이 얼마나 아내를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하고 괴롭혀 왔는지를 그녀는 차분하게 묘사를 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까지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 사람은 지금까지 그런 남편을 참고 살았을까’ 하고 의아해 하고 있는 변호사에게 바바라는 말했습니다.
‘다 그 사람만의 잘못은 아니에요. 저와 아이들이 참고 살았던 것은 전적으로 제 선택이었어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시간이 오면, 결단하리라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된 것 같애요”라고 말한 바바라는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변호사님, 변호사님은 용서를 믿나요?”
변호사는 서슴지 않고 대답을 했습니다. “물론이죠. 우리는 뿌린 씨를 거두게 되죠.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되돌아 온다는 것을 저도 믿습니다”
“저도 용서의 힘을 믿어요.” 바바라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제가 계속 남편을 미워하고 원망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갈등에 불을 지르는 것이 되고, 그 불에 타는 사람은 우리 아이들일거예요.”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참으로 똑똑해요. 내가 자기들 아빠를 말로만 용서를 했는지, 진짜 용서를 했는지 알거든요. 그래서 진짜 그 사람을 용서하고, 내 속에 있는 분노를 내보내야만 해요.”
“변호사님, 저는 이 이혼을 최대한 조용하게 끝내고 싶어요. 그 사람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고 싶지도 않아요. 제가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을 이미 용서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고리를 끊는 것이에요. 이 이혼이 치열한 싸움이 되기를 원치 않아요. 변호사님께서 그렇게 되도록 일을 처리해 주실 수 있나요?”
“뜻을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기가 평소에 들어온 요청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하며, 변호사는 간단히 답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혼과정은 결코 쉽지가 않았습니다. 이혼이 된 후에도, 그 남편은 10년 넘게 아내에게 인신공격을 했고, 자녀 양육비도 제대로 지불하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바바라가 원하기만 하면, 전 남편을 충분히 감옥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그녀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바바라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그 변호사에게 카드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오월, 바바라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10년 전과는 너무나 다른, 자신감 넘쳐 보이는,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그녀를 보며, 변호사는 놀람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변호사님께 꼭 보여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들렀어요”라며, 그녀는 사진 하나를 변호사 앞에 내밀었습니다. 그녀의 큰 아들 쟌이 12학년 때, 풋볼팀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 날 쟌이 팀에게 승리를 안겨준 마지막 터치다운을 한 후에 찍은 거예요. 그 게임으로 인해, 쟌 팀이 전국 최고의 팀이 되었구요.” 자랑스럽게 사진을 설명하면서, 바바라는 또 말했습니다. “사진 뒤에 있는 것을 읽어보세요”

“엄마, 엄마는 제게 최고의 엄마이고, 최고의 아빠 역할까지 했어요. 아빠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를 저는 너무도 잘 알아요. 아빠가 양육비를 주지 않아, 엄마가 더 많이 일을 해서, 우리를 공부시키고, 돌보았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도, 엄마는 제게 아빠에 대해 나쁜 얘기는 한마디도 안했지요. 아빠에게 돌봐야 할 다른 아이들이 있다는 말씀도 안해 주셨지요. 우리가 나쁜 아빠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아빠가 정말로 수준 이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엄마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을 저는 알아요. 저는 엄마, 아빠를 다 사랑해요. 하지만, 엄마를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고, 존경하고, 우러러 보아요. 사랑해요, 엄마. 쟌으로 부터”

이 이야기는 “Chicken Soup for the women’s soul”에 실린 실화를 요약, 편집한 것입니다.
75억의 사람들 중에, 두 사람이 만나 몸과 마음을 모아 한 팀이 되어 살아가는 것, 얼마나 큰 신비입니까?
부부관계를 세우고, 가정을 세우는 것은 우리 속사람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내면에 담겨 있는 것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쟌의 아빠 속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 있었을까요?

나의 가족을 나의 말과 행동으로 짓밟고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내 몸을 파괴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부는, 가족은 한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조그만 일에도 수시로 화를 내고, 배우자를 무시하고, 비난하고, 비판을 하고 있다면, 그런 나를 발견하고, 먼저 내 속에 무엇이 쌓여 있는지 돌아보고, 버릴 것은 버리고, 좋은 것들로 가슴을 채우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남에게 좋은 나를 보이는 것처럼, 내 가족에게 최고의 나를 주는 것이 행복의 비결입니다.
천번 만번 변할 수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사람입니다. 부부는 힘든 인생의 싸움터에서, 목숨을 걸고 서로 돌아보아야 하는 전우입니다. 내가 이겨야만 하는 나의 적이 아닙니다. 배우자를 공격하면, 우리 팀이 죽고, 결국 나도 죽습니다. 배우자를 돌보고 사랑하고 살릴 때, 내가 삽니다. 문제가 있을 때, 상대 탓을 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대화하며, 변화를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필요하면, 다른 사람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가족을 살려야 합니다. 잘못했을 때,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사람이 큰 사람이고 된 사람입니다.

부부가, 매일 내 곁에 있는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사랑, 감사, 이해, 격려, 칭찬을 주고, 실수할 때는 ‘사람이 실수 하는 게 당연하지’ 하면서 아낌없이 용서를 한다면, 행복한 부부, 행복한 가정 될 것이 확실합니다.
오늘도 내게 호흡을 주신 분께, 가정을 주신 분께 감사하면서, 좋은 씨들을 먼저 뿌리는 사람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