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의 불을 켜라

멀리 수평선이 보이고, 끊이없이 파도가 밀려와 검은 바위들에 부딛쳐 하얗게 깨어지는 바닷가, 그 언덕 위에 높다란 등대가 서 있었습니다. 하얀 기둥에 빨간 띠를 두른 그 등대는 육지에서도, 바다에서도 쉽게 보이는 명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해안을 통과하는 배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지역의 바다는 파도가 높고 큰 바위들이 많아, 배들이 사고를 당하기 아주 쉬운 곳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등대에는 마음이 착하고, 남 돕기를 좋아하는 등대지기가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왕래가 별로 없는 그 바닷가에서, 늘 파도소리를 듣고, 밤이면 등불을 켜는 단조로운 일상이었지만, 그는 외롭게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그로 하여금 늘 즐거운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했습니다.
매달 첫날에, 한달동안 등대에 필요한 기름을 실고오는 청년의 방문도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와 세상돌아 가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후, 떠날 때가 되면, 등대지기와 악수를 하면서, 청년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매일 밤, 등대 불 켜는 일, 잊지 마십시요.”
“그럼요, 당연하죠. 염려말아요.”
웃으며, 등대지기는 늘 한결같이 대답을 했습니다.

바람이 몹시 부는 추운 겨울 밤, 낡은 코트를 걸친 어떤 아주머니가 등대지기를 찾아왔습니다.
“우리 집이 얼음장 같애요. 아이들이 이 밤에 얼어버릴 것만 같애요. 난로에 쓸 기름을 조금만 주시면 좋겠어요”.
“사람을 얼어죽게 할 수는 없지”라는 생각을 하며, 등대지기는 약간의 기름을 아주머니에게 주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또 다른 방문객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가까운 마을에 사는 농부였습니다.
“아들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해야하는데, 램프에 넣을 기름이 떨어졌어요. 조금만 빌릴 수 있을까요?”
자식을 위한 아빠의 마음을 생각하며, 등대지기는 약간의 기름을 농부에게 빌려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며칠이 지난 어느 밤,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져 차가 서 버렸어요. 주유소까지 도저히 걸어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기름 좀 살 수 없을까요?”
그의 딱한 처지를 동정하며 등대지기는 약간의 기름을 노신사에게 주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착한 등대지기는 그런 식으로 몇 사람에게 기름을 나눠주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다음 달까지는 이틀을 앞둔 11월 29일 밤, 그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두려움에 잡히게 되었습니다. 등대의 불이 갑자기 꺼져버린 것입니다. 기름이 떨어진 것입니다. 기름통도 텅 비어 있었습니다. 칠흑같은 추운 밤에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했습니다.
“이 밤만, 무사히 지나면, 내일 기름을 구할 수 있을거야.” 아무일이 없기를 바라며, 그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바램과는 달리, 그 밤에, 그 바닷가에서 세 척의 배가 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100여명이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사람들을 현장으로 파견했고, 등대지기도 심문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등대지기의 자초지종을 다 들은 후, 조사팀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이 반드시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매일 밤, 등대의 불을 켜는 일이었습니다. 책임을 피할 길이 전혀 없습니다.”

착한 등대지기처럼, 우리도 때로는 작은 좋은 일들을 하느라, 반드시 내가 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지 않거나 등한히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분별하지 못하고, 나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헌신이 없이,별 생각없이 하루 하루를 살다보면, 등대지기처럼, 어느 순간 위기를 당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이 땅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습니다. 돈으로도, 힘으로도, 명예로도, 그 어떤 것으로도 우리 삶의 유한성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이런 한정된 시간 속에서 사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그 험난한 바닷가의 등대지기에게 가장 소중한 일이 매일 밤, 등대의 불을 켜는 것이었다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돌보아야하는 가장 소중한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매일 돌보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나와 내 가족과의 관계, 나의 동료,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돌보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인생의 행복은 관계에서 옵니다. 물질이나, 지위, 학력, 명예, 인기가 잠시잠깐 행복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과 사람을 살맛나게 하는 기쁨은 관계에서 옵니다.
진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말이 내 행동이 내 자신과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별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그 소중한 관계에서 꽃이 피고, 아름다운 열매가 맺히도록 열심히 가꾸어야겠습니다.
나로 인해, 내게 소중한 관계들이 상처받고, 죽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샬펴야겠습니다. 내게 맡겨진 등대의 불을 매일 밤, 감사함으로 밝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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