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어쩔수 없는 관계(XII)

인간에게 물과 석유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현대 생활에서 석유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만일 지금 당장 석유가 없어진다고 가정해보자. 경제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고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매일 굴러다니는 수천만대의 자동차 와 항공기 그리고 선박들도 거의 없어지고 그 많은 석유화학 제품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요즈음 전기차를 비롯하여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지만 대체에너지가 본격적으로 개발될 때까지는 우리는 주로 석탄에 의존해야만 하며 우리의 생활수준은 적어도 한 몇십 년쯤 뒤로 후퇴하게 될 것이다. 석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아니 하지만 석유가 없다고 인간이 죽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은 어떠한가? 인간의 몸은 80% 이상이 물로 되어있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아니 모든 생물이 존재할 수 없다. 물은 이 세상에서 공기와 함께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그런데 물값은 석유 값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 정도이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살아남을 수가 없지만 없다 해도 인간의 생명에 치명적이 아닌 석유보다 물이 비교할 수 없도록 값싼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흔히 이것을 석유가 희소가치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흡족한 설명이 되기에는 너무 막연하다.
이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준 이론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한계효용은 무엇이며 체감은 또 무슨 뜻인가? 한계효용이 체감한다는 말은 재화가 하나 증가하면 그만큼 재화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줄어들어 재화의 가치가 떨어진 다는 것을 말한다. 물은 지천에 널려 있으므로 물이 추가로 더 있다 해도 그 물에 대한 욕망이 더 없으므로 한계효용은 거의 없는 것이다.
반면에 석유 한 배럴이 더 있다면 이 또한 한계효용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물만큼 줄어들지는 않고 그 석유에 대한 욕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어린아이가 장난감이 하나밖에 없을 때에는 보물단지처럼 애지중지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그 장난감에 싫증이 나서 다른 장난감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며 또한 장난감이 여러 개 생기면 장난감에 대한 욕망이 점점 줄어들어 장난감을 시들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도 한계효용이 체감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우리가 배가 고파서 밥을 먹을 때 첫 숟갈이 제일 맛있고 먹을수록 맛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배가 불러서 결국은 수저를 놓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한계효용이 체감하기 때문이며 죽자 살자 사랑하던 남녀가 몇 년이 안 가서 서로 원수가 되어 헤어지는 것도 상대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단점을 알게 되니까 호기심이 떨어지고 사랑이 식는 것도 경제 이론으로 보면 한계효용이 체감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십수 년간 IRS 세무감사 대행을 하면서 이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한계효용 체감이라는 이론이 IRS 감사에도 크게 적용된다는 아주 흥미롭고 유익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IRS 감사원이 세무감사를 할당받으면 처음에는 호기심이 많게 된다. 직업은 무엇인지 무슨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인지 수입은 얼마고 지출은 얼마며 왜 감사를 해야 하는지 또 세금 보고서의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감사를 해야 되는지 또한 어떻게 해야 세금을 더 추징할 수 있는지 등등 궁금한 점들이 많이 생기는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호기심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감사를 받는 우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IRS 감사원의 호기심이 줄어들면 들수록 우리에게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감사를 받게 되면 될 수 있는 대로 하루라도 빨리 감사가 끝나서 잊어버리려고 한다. 감사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세무감사가 끝나는 것이 유리한 일이지만 완벽한 감사 준비란 완벽한 세금 보고서 보다 더 힘든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반대로 느긋하게 대처해야 한다. 왜냐하면 IRS 감사원은 동시에 적게는 20개 내지는 많게는 40-50개의 세금 보고서를 동시에 감사하므로 항상 시간에 쫓기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시간이 갈수록 다른 CASE를 할당받으므로 감사 CASE가 많아지므로 한계효용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어 먼저 할당받은 CASE에 대해서는 빨리 종결하기를 바라며 점점 관심이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IRS 감사원 뒤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SUPERVISOR가 버티고 있어서 정해진 기한 내에 감사를 마치라고 독촉을 성화같이 하기 때문에 무작정 우리 맘대로 시간을 끌 수는 없다. 감사 결과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으면 우리는 될 수 있으면 시간을 끌면서 감사를 우리에게 유리한 시점까지 끌어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IRS 감사원은 가능한 한 빨리 감사를 종결짓고 다음 감사로 넘어가려 하는 것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작정 시간을 끌려다가 IRS 감사원에게 비협조적이고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게 하면 IRS 감사원의 화를 돋우게 되고 비위를 건드리게 되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IRS 감사원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시간을 연장하여 감사를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종결지을 수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세무감사를 받는 납세자와 세무감사를 대행하는 회계사가 밤잠을 설치며 고민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이 숙제를 잘 풀어야만 어쩔 수 없이 불편한 IRS와의 관계가 조금이나마 덜 불편 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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