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확인 소송 아무나 하나?

“너 어쩌려고 그래? 빨리 서둘러!”
언니가 바로 아래 여동생에게 닦달을 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동생이 몇 해 전 아이를 낳았다. 동생이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어도 언니는 누가 그 애의 아빠인지 알 것 같다. 아마도 최근 여동생과 헤어진 남친임에 분명하다. 언니가 평상시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여동생의 남친. 하지만 아이의 출생 증명서에도 그가 아빠라는 얘기는 없고 여동생은 침묵하고 있으니 언니는 그런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동생한테 하루라도 빨리 친자확인 소송을 해서 자녀 양육비라도 받아내라고 한다. “얘, 나라도 그 놈 상대로 소송 시작할께.”

여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참 사정이 딱하게 되었다. 텍사스 주법에 의하면 그 언니가 동생을 위해 자신이 직접 자기 어린 조카의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그 아이의 엄마가 죽은 다음이라면 모를까. 이렇듯 법률은 어떤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데 있어 그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자격을 제한해 놓았다. 이혼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부부가 서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자. 이 경우 이혼은 그 둘 중 하나가 신청하는 것이지, 보다 못한 옆집 이웃이 대신 신청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옛날 애인이 그 둘의 이혼을 원해도 안 된다. 한 마디로 그 이웃이나 옛 애인은 이혼 소송 문제에 있어서 자격 있는 당사자가 아니다.

다시 친자확인 소송 얘기로 돌아가 보자. 대부분의 경우 친자확인 소송은 한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거나 불확실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 친자확인 소송은 누가 시작할 수 있는가? 많은 경우 아이의 엄마 혹은 자신이 그 아이의 아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한다. 물론 법적으로 이미 아빠라고 돼 있던 사람이 나중에 자기가 진짜 아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야 어찌됐던 이들 모두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할 수 있는 직접적인 당사자 들이다. 아이 본인이나 아이의 대리인도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인 것 같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애 엄마의 친언니는 자격이 안 된다. 법률은 그 친언니를 친자확인 문제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당사자로 보고 있지 않는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자기 손자 혹은 손녀의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해 보려 해도 텍사스 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단, 엄마가 사망한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엄마가 사망하게 되면 그 엄마의 아이와 관련하여 그 사망한 엄마의 부모 혹은 조부모, 그 사망한 엄마의 또 다른 자녀 혹은 손자 손녀, 그리고 그 사망한 엄마의 형제 자매 중 누구든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할 수 있다. 참 헷갈리면서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아빠라고 하는 사람이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하려는 경우다. 한 아이를 두고 아빠가 되고 싶은 사람 혹은 그 애의 아빠가 아니라고 주장하려는 사람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당연히 친자확인 소송의 자격 있는 당사자이다. 그런데 그 아빠라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라면 어떨까? 엄마가 사망한 경우에는 위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그 엄마의 가까운 주변 친척들이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할 수 있도록 법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텍사스 법은 친자확인 소송과 관련하여 아빠가 사망한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 참 묘하다.

한편 그 아이를 잘 알지도 못하고 특별한 관계도 없어 보이는 데 아무 문제없이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인 텍사스 주 법무부 산하의 자녀양육비 집행기관이 자녀 양육비 징수를 위해 친자확인 소송을 거는 경우이다. 왜 정부기관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텍사스 주 정부는 텍사스 주에 사는 아이들의 생명, 재산 및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법적인 책임과 의무가 있다. 어떤 한 아이가 부모로부터 아무런 재정적 지원을 못 받아 제대로 된 양육이 어렵다고 하자. 그렇다면 텍사스 주정부는 그 아이를 위해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하고 그 부모로부터 최소한의 자녀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있다.

누군가를 상대로 법률 소송을 제기하는 데에는 그러한 소송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자격이 제한되어 있다. 법은 각 다툼의 성격과 내용별로 소송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 조건을 각각 다르게 규정해 놓았다. 이번 법률 칼럼에서는 텍사스 주에서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조건만을 대체적으로 얘기해 보았다. 그런데 그러한 자격조건을 갖는 사람이라도 친자확인 소송을 아무 때나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만 18세가 되어 성인이 된 경우라면, 그 아이의 엄마 혹은 아빠도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할 수 없다. 오직 성인이 된 그 아이만이 자신의 친자확인 소송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자세히 알고 싶은 점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먼저 상담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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