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법 3편

지난 두 차례의 법률 칼럼을 통해 입증 자료의 종류와 법정 다툼에 있어서 과연 어느 측이 먼저 입증의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번 법률 칼럼에서는 법정에서 요구되는 일정한 입증의 기준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얼마만큼 명백히 증거를 대야 하는가 하는 입증 자료의 질과 양에 대한 문제다.

증거 자료를 보면 사실관계를 비교적 명확히 입증하는 것도 있고 좀 애매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철이는 똘이가 너무 얄밉다. 그래서 똘이를 매일 저주하며 번개나 맞았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던 어느 날 똘이가 번개에 맞아 죽었다면? 다른 특별한 사인이 발견되지 않는 한, 똘이를 죽인 것은 번개라고 보는 것이 상식선에서 타당할 것 같다. 과학적으로도 증거가 쉽고 확실하게 나올 것 같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똘이가 죽은 원인이 철이의 저주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다른 상황을 보자. 순이는 어제 밤 10시경 자신의 집 앞에서 철이가 자신의 뺨을 두차례 세게 때렸다고 한다. 이를 실제로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옆 집 사는 똘이가 그 당시 밖에서 찰싹 하는 소리를 두 세 차례 들었다고 한다. 앞 집 사는 미애는 무슨 소리를 듣진 못했지만 그 시간대에 어떤 여자가 밖에서 얼굴을 감싸고 주저 않아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철이는 순이의 주장을 완강히 부인하며 자신은 어제 그 시간대에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과연 이 상황을 놓고 볼 때 철이가 순이의 뺨을 때린 증거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상황을 살짝 바꿔보자. 만약 똘이가 들었던 찰싹 하는 그 소리를 같은 시간대에 똑같이 들었다는 이웃이 세 명 더 나타난다면? 아마도 점점 순이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것 같다. 한편 철이가 그 시간대에 집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봤다는 철이의 식구들 및 같은 집에 사는 하숙인이 증인으로 나타난다면? 여러분의 생각이 아마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순이가 그날 그 시간대에 전혀 다른 곳에서 커피를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는 순이의 친구 및 그 만남을 보았다는 커피숍 직원이 증인으로 나타난다면? 순이의 애초 주장이 점점 믿기 어려워질 것이다. 마치 입증 자료들 간에 일종의 줄다리기를 하는 것과 같아 보인다.

여기서 당연히 사람들은 어떤 주장을 하는 데 필요한 입증 자료의 질과 양 및 그 명확성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텍사스 주도 여타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법정 다툼에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입증의 기준을 다툼의 성격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제시해 놓았다. 즉 우세한 증거 기준에 의한 입증,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기준에 의한 입증, 그리고 의심의 여지없는 증거 기준에 의한 입증, 바로 이 세가지를 법률로써 규정해 놓은 것이다.

먼저 우세한 증거 기준에 의한 입증에 대해 살펴보자. 이 기준은 대부분의 민사 소송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즉 개인간의 법정 다툼인 이혼, 채권 채무, 계약위반, 상해 등과 관련된 사안들이 대표적이다. 당사자들의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물들을 모아 놓고 저울질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체적으로 어느 쪽이 조금이라도 더 믿을 만한 증거물들을 제시하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51 대 49라면 51이 이기는 것이다. 상당히 느슨한 입증 기준이다.

반대로 가장 어려운 기준이 의심의 여지없는 증거 기준에 의한 입증이다. 주로 형사 소송에서 피고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데 요구되는 입증 기준이다. 누군가를 범죄자로 고소하는 경우 범죄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하라는 것이다. 유죄의 결과가 감옥형, 종신형, 혹은 사형까지도 가능한 경우가 있어서 한 개인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심의 여지없이 라는 말에서 “의심”이라는 것은 합리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을 얘기한다. 위의 예에서 보았듯이 번개를 맞아 죽은 똘이를 보고 혹시 철이의 저주가 똘이를 죽인 이유인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마지막으로,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 기준에 의한 입증이 있다. 이 기준은 위에서 이미 살펴본 두 가지 입증 기준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된다. 의심의 여지없는 확실한 증거만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한쪽의 증거물이 상대방보다 조금 더 믿을 만하다고 그쪽 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입증자료들이 상당히 신빙성도 있으면서 그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꽤 높아야 한다. 주로 아동 인권보호 문제와 관련하여 학대 부모의 친권을 끊느냐 마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에 적용된다.

이제 증거법에 관련된 얘기는 그만 하려고 한다. 이미 재미없는 얘기가 돼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저 증거법의 중요성만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증거법을 모르고는 법정 다툼을 이해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정 다툼을 고려하고 있거나 실제로 준비중인 경우 입증자료의 문제와 관련하여 먼저 그 분야의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받아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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