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아직 이혼은 …

간혹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있다. 이혼 문제 관련 법률 상담을 할 때도 그런 경우를 적잖이 마주하게 된다. 물론 이미 마음의 결정이 섰거나 상대방이 이혼 소송을 먼저 시작해 버려서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이혼이란 것에 대해 그저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 보고 싶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경우도 꽤 있다. 안타깝게도 상담 후에 더욱 혼란스러워 보이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 이혼을 고려중이긴 하나 실제로 이혼할 생각은 아직 그다지 없는 분들이다.

미국내 대부분의 다른 주에서는 법적으로 꼭 이혼을 하지 않아도 마치 이혼한 사람들처럼 자녀들의 양육문제는 물론 부부 상호간의 재산 분할 및 관리에 대해서 법원의 정식 명령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정 별거 (Legal Separation)” 라는 제도이다.
한마디로 두 당사자 부부가 서로 별거는 하되 혼인 관계는 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단, 상호간에 별거 생활을 원만히 해 나갈 수 있도록 법원의 명령을 통해 자녀 양육권, 접견권, 양육비는 물론 각자 소유하고 관리하게 될 재산 및 부채도 일단 정리해 놓는 것이다. 굳이 이혼은 하기 싫은데 함께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를 위해 만들어 놓은 법적 장치이다.

그런데 텍사스 주는 이러한 “법정 별거”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내 7개 주 가운데 하나이다. 한 번 결혼했으면 이혼하는 순간까지는 그냥 혼인 관계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텍사스 주에서 별거를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나 자유 의사에 따라 별거를 할 수 있다. 다만 별거하고 있는 두 사람의 신분 상태를 법적으로 혼인 혹은 이혼이라는 이 두가지 이외의 어떤 어정쩡한 다른 종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대부분 다른 주에서 얘기하는 “법정 별거”라는 것은 텍사스 주에선 없다는 얘기다. 그럼 텍사스 주에서 별거를 할 때 생겨나는 문제들은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아이가 둘 딸린 어떤 부부가 있다고 하자. 성격차이 때문에 같이 살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런데 꼭 지금 이혼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란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어쨌든 곧 바로 이혼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함께 얼굴 마주보며 사는 것은 고역인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서로 떨어져 살기로 했다.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살고 아빠는 집에서 나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아빠가 아이들을 보자고 하는 때가 들쭉 날쭉 아주 자기 맘대로이다. 엄마도 아이들도 각자의 일들로 바쁜데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 문제로 다툼이 더 심해졌다. 더욱이 아빠는 집을 나가고 난 후 자기 살기도 바쁘다며 자녀 양육비는 단 한 푼도 보조를 안 하고 있다. 참 문제다.

다행히도 텍사스 주에서 아이들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는 그 해결책을 명확히 마련해 놓았다. 굳이 이혼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선 텍사스 주 법원이 자녀 양육권, 접견권, 그리고 양육비 문제에 대해 강제력 있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놓았다. 따라서 별거중인 부부 사이에서도 만약 상호간에 원만한 합의와 약속 이행이 어려운 경우는 법원으로 달려가 그 해결책을 요청할 수 있다. 일단 법원의 명령이 내려지면 이를 어기는 사람은 법률로써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재산 및 부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그 상황이 다소 다를 수 있다. 아무리 별거를 하고 서로 각자 일하면서 따로 생활을 꾸려 나간다고 하더라도 둘 사이에 정리해야 할 경제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집과 관련하여 매달 들어가는 주택융자 상환금은 누가 어떻게 내야 할까? 아내가 아이들과 그 집에서 살고 있으니 아내 혼자 내야 할까? 그럼 나중에 이혼을 하게 되면 그 집은 온전히 아내 것이 되는 것인가? 남편이 그 논리에 그냥 동의할까? 만약 남편이 지금은 동의한다고 하지만 나중에 말을 바꾸면? 여러 물음이 생길 수 있다.

텍사스 주에선 이러한 경우 “별거 계약”이라는 문서를 통해 부부 당사자간에 합의 사항을 계약 형식으로 마련해 놓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그 계약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때는 계약 위반으로 법원에 달려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대부분의 다른 주에서 인정하고 있는 “법정 별거”와 다른 점은 말 그대로 “계약” 즉, 두 부부 사이에 그런 합의 사항에 대한 자발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다른 주의 ‘법정 별거”가 당사자간의 합의 내지 동의 없이도 법원을 통해 진행될 수 있는 점과는 크게 다르다.
더불어 “별거 계약”은 반드시 문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부부 두 사람이 각각 서명을 해야 하고, 합의 내용이 텍사스 주법의 관점에서 볼 때 대체적으로 공평 무사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이어야 한다.
상당히 복잡한 법률적 고려 사항이 있는 관계로 가정법 전문 변호사와 사전에 반드시 상의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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