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실이 억울해

일본의 한 연구팀이 태국 방콕에 사는 짧은 꼬리 원숭이 암컷 7마리를 관찰했는데, 이들이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치실을 하는 것이 목격되었다. 특이한 것은 암컷 원숭이들은 새끼 원숭이가 자신들을 보고 있을 때 치실을 더욱 자주, 더 열심히 하며 시간도 두 배 정도 소요했다는 것인데, 어미가 새끼에게 치실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치느라고 이빨 청소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든 건 필자 혼자만일까?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 중에서도 온갖 문명의 혜택을 받는 미국인들의 10% 정도만이 치실을 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월마트도 크로거도 없는 원숭이들이 게다가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하는 정성까지 들여서 치실을 하고 가르친다니 말이다.
구강 건강을 위해서는 양치질이 가장 중요하지만, 치실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필자가 진료하면서 만나는 환자들 대부분은 알고 계시지만, 치실까지 챙겨 다니기 번거롭기도 하고 양치보다 꼼꼼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알면서도 귀찮아서 빼먹는 경우가 허다하리라 본다. 하지만 양치와 더불어 치실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치실을 사용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충치 발생률이 40%까지 차이가 나고, 치실을 하지 않는 경우 현저히 많은 수의 구강 내 세균을 보유하게 되는데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을 많이 보유한 사람은 동맥경화 지수가 높고 치아 사이의 플라그나 치석은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과 같은 전신 질환과 연관이 된다고 하니, 치실을 사용해야 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가 진료하다 가끔 놀라는 것 중에 하나는, 이렇게 소중하고 고마운 치실에 대해 오해하는 환자가 꽤 많으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오해가 치실을 사용하면 피가 난다며 치실이 잇몸 건강을 오히려 해치는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신다. 사실 건강한 잇몸은 양치질이나 치실 질로 인해 피가 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잇몸 염증이 존재하는 치주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 잇몸 자체가 붓고 조직이 매우 약해져있기 때문에 치실 같은 아주 약한 자극에도 모세 혈관 출혈로 인해 피가 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건강하지 않은 잇몸 염증이 문제인 거지 치실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가끔은 치실을 하고 나서 잇몸이 더 내려가고 이와 이 사이의 공간이 더 커졌다고 하소연하시는 환자도 있으신데, 염증이 있을 때는 부어 있으니 일시적으로 이 사이의 공간을 막았다고 느꼈겠지만 부어있는 염증 조직이 가라앉으면서 공간이 드러나는 것은, 사실 이는 정상적인 잇몸 조직으로 되돌려주는 것으로 건강한 잇몸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 중 하나이다. 치실을 하시다가 가끔 보철이 빠졌다면서 치실을 원망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치실을 사용했을 때 빠질 정도의 보철이라면 이미 상태가 안 좋거나 접착제의 수명이 다 되었거나 이와 보철물 사이에 충치가 생겨 더 이상 보철을 지탱할 구조적인 힘이 없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발견해 줄 수 있게 해준 치실에 오히려 고마워하셔야 한다.
그럼 과연 올바른 치실 방법은 어떤 걸까.
필자는 우선 치실을 먼저 사용하고 양치질을 하실 것을 권한다. 많은 분들이 먼저 양치질을 한 뒤, 치실을 사용하는데, 치실을 먼저 사용해서 이와 이 사이의 음식 잔여물을 제거하고 뿌리와 가까운 아랫부분의 이의 구조를 드러낸 다음 양치질을 한다면 양치질의 세척 효과도 높여주고, 치약과 수돗물 등에 함유되어 있는 불소 성분을 뿌리에 가까운 이의 약한 부분에 발라주는 효과도 있기에 충치 예방에 도움도 된다.
만약 치아 사이가 많이 넓어서 치실을 사용해도 쉽게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치간 칫솔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크고 단단한 재료의 치간 칫솔을 장기적으로 사용하시다 보면 오히려 잇몸과 이의 상태를 나쁘게 만드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기에 치간 칫솔 선택 시에 크기, 모의 종류 등 내 이의 상태에 맞춰 신중하게 고르시기를 권한다. 이때, 너무 과도하게 치아 사이를 닦는 것보다는 치아 사이의 이물질을 쓸어내듯이 양치하는 것이 좋고, 과도한 힘을 줄 경우 잇몸에 상처가 나거나 피가 날 수 있기에 주의하시길 바란다.
전체 치아에 모두 치실을 사용할 경우 40-50cm 정도로 치실을 잘라주고 양쪽 가운뎃손가락 두 군데에 치실 길이가 5-10cm 정도 될 때까지 감아준 후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2-3cm가 될 정도로 짧게 잡는다. 치실을 사용할 때 많은 분들이 치실을 치아 사이에 끼운 뒤, 앞뒤로 왔다 갔다만 하시는 방식으로 사용하시는데, 이렇게만 해도 안 하는 것보다야 훨씬 많은 양의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지만, 치아 표면이나 안쪽, 그리고 잇몸에 맞닿아 있는 플라그와 치석을 제거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치실을 사용할 때에는 우선 톱질하듯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 사용한 뒤에, 반드시 C자 모양으로 치아를 감싸준 후 아래에서 위로 튕기듯이 닦아주는 것이 좋다.
치실을 사용하는 게 번거로울 뿐만이 아니라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간혹 손에 힘이 없어서 도저히 치실을 쓸 수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필자는 실로 된 기본적인 치실을 추천하지만 치실을 하기가 도저히 어려우시다면 손잡이가 있는 조금 더 손쉬운 형태도 있고, 정 안되면 치간 칫솔을 사용하셔도 되니까 아무것도 안 하시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시기를 권한다.
필자가 진료 마지막에 환자들에게 강조 또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치실을 할 때 피가 난다며 치실이 잇몸을 해친다고 생각하며 사용을 중단하지 마시라는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피가 나고 아픈 것은 이미 잇몸병이 진행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지만, 아주 심각한 중증의 잇몸 병이 아니라면 간단한 클리닝 치료 후 매일 양치와 치실을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하시면서 관리하신다면 몇 주 안에 어렵지 않게 정상의 잇몸으로 되돌릴 수 있다. 잔소리쟁이 닥터 리의 한마디, 매일 식사 후 치실 하 시고 제대로 양치만 하신다면 치과에 오실 일이 별로 없으실 것이다. 물론 우리 환자분들 자주 보면 반갑기는 하지만 그래도 별다른 일 없으면 우리 6개월에 한 번만 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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