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교향곡

허양희 사모의 사모행전

1996년 6월 전혀 연고지가 없는 미국에 유학을 오면서 우리 부부의 가장 큰 기도제목은 만남의 축복이었다. 10년간의 유학생활과 부교역자 생활 가운데 하나님은 참 좋은 만남을 허락하셨다. 재정적으로 힘든 생활에서 그때 그때 마다 좋은 만남을 예비하시며 어려움의 시간을 넘어가게 하셨고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도 하나님은 좋은 만남을 통해 격려와 힘을 공급해 주셨다.
9년 전 이곳 어스틴에 올 때, 우리의 가장 큰 기도 제목은 축복된 만남이었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같은 복음적 사명의 동역자 열 두 가정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좋은 동역자와의 만남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9년 동안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복음을 위해 함께 일하고 서로 사랑하며 위로하는 좋은 동역자들을 만나게 해 주셨다.
아동 작가 정채봉 씨는 “만남”이란 제목의 글에서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라고 한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기에 그러하다.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으로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라고 말한다.
2010년 8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게 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는 손수건 같은 만남을 잘 그려주고 있다. 미국의 실존 인물인 미식축구 선수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토대로 한 것이다. 교도소에서 살해 당한 친아버지와 마약 중독자인 친어머니를 가진 그는 가족들과 격리되어 위탁 가정에서 자랐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빈민가 흑인 소년인 마이클 오어는 부모없이 밤 거리를 전전하다가 어느날 백인 가정에 입양되었고, 그들의 따뜻한 사랑 속에 자라나 미국 최고의 미식축구 선수가 됐다. 마이클 오어에게 양부모와의 만남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감동적인 만남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만남이 있다. 선천성무형성장애로 두 다리와 손가락 세개가 없는 채로 태어난 수영 국가대표  ‘로봇다리’ 김세진씨다. 1998년 보육원 자원봉사를 하던 양정숙씨는 생후 6개월의 김세진을 보게 되고 이를 입양했다. 아이가 세 살 때 병원에서는 더이상 걸을 수 없다고 진단받자 양씨는 집을 팔아서 수술비를 내고 티타늄 의족을 사주고 6차례의 뼈를 깎는 수술과 이후의 힘겨운 재활훈련을 잘 이겨내도록 도와주었다. 아들이 수영에 흥미를 느껴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도 양씨는 흔쾌히 허락했다. “네가 걷는 건 중요하지 않아.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게 중요해. 인생도 마찬가지야.” 라는 말로 힘을 불어넣고 중증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를 국가대표 수영 선수로 키웠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부러워하며 ‘나에게도 저런 좋은 만남이 있었으면……’하고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마이클의 양부모와 양정숙씨처럼 내가 좋은 만남의 주체가 되어보면 어떨까? 5년여 전 함께 신앙생활 하던 부부가 타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몇 주 전에 휴가차 교회를 방문하여 잠시 만남을 가졌다. 이후 자매에게서 장문의 문자가 왔는데 자매의 허락을 받고 일부를 실어본다.
“사모님께 감사드릴 일이 참 많은데, 어스틴 갔을 때 따로 교제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사모님 덕분에 기도하는 법을 배웠어요. 5분 기도도 길다하는 저에게 20분 기도 과제를 주셔서 그걸 계기로 기도생활을 배웠고, 또 중보기도도 시작하게 됐어요. 사모님가 함께 한 성경공부로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를 내려놓고 주님을 위해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주님이 아들 둘만 키우라고 하셔도 ‘주를 위해 살겠습니다’ 하는 작은 종의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
이 문자를 읽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좋은 만남의 주체가 되어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구나하는 작은 행복이 스며져왔기 때문이다. 인생은 악보 같다. 이분음표, 사분음표, 단순음표 등으로 하나의 악보가 완성되듯이 인생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며 영글어간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만남을 소홀히 대하지 않고 좋은 만남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베토벤의 교향곡보다도 더 위대하고 멋진 인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허양희사모
어스틴 주님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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