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받는 시니어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이번 여름에 멕시코 메리다 주 프로그래소 지역에 단기 선교를 다녀왔다. 선교에 동참한 23명의 성도들 중 4명이 6-70대였고 그중의 3명은 이미 은퇴를 한 시니어 들이었다. 사실 선교를 떠나기 전 성도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텍사스 보다 덥고 에어컨도 없고 습하기까지한 선교지에서 과연 시니어들이 선교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에서였다. 그러나 그러한 염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선교 현장에서 시니어들은 그동안 교회에서 보던 모습이 아니었다. 통역, 운전, 전도, 식사 봉사 등으로 시니어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들을 해 낸 것이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시니어를 선교에 사용하실 수 있는가?
현재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인구 1000명당 5.8명 정도이며 여성의 가임기간당 평균 출산율은 0.98명으로서 한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단연 세계 최저 출산율이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이민 한인사회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고 있고 한인 교회 또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기대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세가 넘었고 한국 남성의 기대 수명 또한 84.7세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65세에 은퇴를 하고 난 뒤에도 많게는 20년의 삶을 더 살아가야 한다. 프로이트가 말하길 사람은 누구나 주목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은퇴 이후에 시니어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순간은 자신이 세상에서 이제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자각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의 70대 노인이 20년 동안 아내의 병간호를 하다 지쳐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내를 살해한 동기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라고 대답한다. 과연 시니어들은 세상의 짐인가?
스스로를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다면 시니어들은 세상에서 쓰임 받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하나님의 손에 붙들리기만 하면 얼마든지 의미 있는 인생의 마지막 점을 찍을 수 있다. 모세는 80세에 부름을 받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떻게 시니어들을 선교에 사용하시는가?
시니어들은 젊은이들이 결코 갖지 못하는 놀라운 자원을 이미 갖고 있다. 첫 번째로 시니어들은 시간이라는 귀한 자원을 갖고 있다. 70세가 넘어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도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단 1초의 시간도 더 살 수 없다. 과연 젊다고 시간이 많을까? 20-30대의 시간과 60-70대의 시간의 양과 질을 비교해 본다면 20-30대가 마음껏 쓸 수 있는 가용시간은 절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학업, 취직, 결혼, 여가, 가정 등에 시간을 쏟아야 하기에 정작 쓰려고 하면 쓸 시간이 없다. 그러나 60-70대는 쓸 수 있는 시간의 양과 질이 20-30대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훌륭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시니어들은 자신의 노고를 맥도날드 시니어 할인 커피로 보상받으려 하는 유혹에 빠진다. 젊은이들이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그 귀한 하루의 절반을 시니어 커피 한 잔과 맞바꾸려 한다. 교회는 시니어들의 가용시간을 선교를 위해 활용하며 선교에 동원해야 한다.
두 번째로 시니어들 중에는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이 많다. 젊다고 경제력이 많은가? 20-30대는 가사와 육아로 인해 경제력이 없다.
필자도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거의 매일 은행 잔고를 확인한다. 그러나 시니어들은 재산을 정리해야 할 때가 다가온다.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곳에 돈을 쓰며 자신의 노력에 보상받으려 하는 욕구가 있다.
교회는 그러한 잠재 욕구를 선교에 사용해야 한다. 필자의 교회에서 23명의 성도들이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멕시코 선교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니어들의 헌신이 있었다. 작년 겨울 시니어들과 함께 선교 답사를 갔고, 마음에 감동을 받은 시니어들이 함께 헌신하여 선교의 문이 열린 것이다. 선교를 다녀와서 현장을 본 시니어들은 내년 여름 선교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 중이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시니어들을 선교 현장에 부르고 계신다. 하나님께서 쓰시기에 늦은 인생은 없다. 죽은 나귀의 턱뼈도 삼손의 손에 의해 하나님께 붙들리니 블레셋 군대를 치는 무기가 되지 않았던가? 아름다운 퇴장이 시니어들을 부르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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