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에 적응하기

이례적인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고, 새로운 상황과 환경속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모두가 살아가고 있지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사람과 사람간의 쇼셜 디스턴스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웃과 지인, 심지어는 가족간에도 서로 교통하고 누리고 나누던 당연한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야 하는 부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너싱홈이나 병원에 있는 가족들도 자유롭게 방문하거나 만나지 못합니다. 교회도 회사도 학교도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그 기능들이 진행되고 유지됩니다. 모든 삶의 패턴을 바꿔야 하는 시기이면서, 또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해 방황하는 것을 보게 되지요.
모두가 경험하는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이사까지 하게 된 제게는 많은 부분이 적응해 가야하는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사를 하고 자가격리를 마친 후에 근거리에 계시는 한국목사님 가정에서 여러 가지 식물의 모종을 나눠주셨습니다. 사실 모종이라 하기 에는 한참 자라던 것들이라 옮겨 심어도 될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옮겨 심은 후에 잘 못자라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들면서 농사에 문외한인 제게는 또 다른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하였지요. 뒤뜰의 잔디 한쪽에 땅을 파고 갈아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얻어온 식물들을 심었지요. 토마토, 호박, 깻잎, 부추, 쑥, 고추, 파 등등 한인상권이 없는 이곳에서 참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식물들입니다. 열심히 밭을 일구고 옮겨 심은 후 매일 정성껏 물을 주면서 녀석들이 잘 자라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한동안 낮만 되면 축축 쳐져 있는 모습이었지요. 한창 자라던 것들을 괜히 옮겼구나 싶으면서도, 경험이 없으니 무엇을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들시들하기를 며칠을 하더니 어느 사이 꽃이 피고 토마토 열매도 열리기 시작했지요. 풀죽어 있던 깻잎들은 잎이 싱싱하게 자라면서 매일 아침 좋은 먹거리가 되어 주고 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환경과 땅에 적응하고 뿌리를 내려야 하는 시기가 식물들에게도 필요했나 봅니다. 한 달여 만에 주렁 주령 열매 맺고 잘 자라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상황과 환경에서도 뿌리내리고 열매 맺을 수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모두 어려운 시기와 갑작스런 상황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 속에서도 계속 자라가고 열매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감사와 용기가 마음속에 생겨났지요.
지난 8월 1일 올해로 90세가 되신 준 브록맨 란 성도님이 계십니다. 65세 이상은 교회에 직접 와서 예배드릴 수 없다는 정책에 따라 교회 출입은 못하시는 상황입니다. 이미 연로하셔서 제공해 드리는 온라인 예배를 이용하기도 어려움이 있고, 주차장에서 라디오로 참여할 수 있는 예배에도 라이드가 힘들고 귀가 어두워서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요. 예배하고 싶은 간절함에 매주 설교문과 주보를 집으로 보내줄 수 있는지 요청해 오셨습니다. 아직 연세에 비해 눈이 밝고 글을 잘 쓰시기 때문에 읽고 쓰는 것을 더 편안하게 여기십니다. 그리고는 예배시간마다 받으신 주보와 설교문을 보고 함께 예배드리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고 간증을 담아 매주 편지를 주고 계시지요.
모여서 예배할 수 없고, 지금까지 하던 예배와 생활의 방식이 바뀌었어도 하나님을 향한 그녀의 열정과 예배자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불편한 상황에서도 그녀가 할수 있는 방법과 노력으로 있는 곳에서 예배자로 서 있는 모습에 참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보내주는 편지에는 매주 설교를 읽고 찬양하며 경험하는 은혜가 담겨 있습니다. 편지를 통해 그 은혜를 저 또한 함께 누리고 있지요.
뿌리 뽑힌 식물이 새로 심겨질 때 생명의 상황 전체가 변하듯이 팬데믹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선택하지 않은 급변기를 주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이 새로 적응해 가야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요. 만날 수 없고, 예배하는 장소에 갈 수 없고, 많은 사람의 온기와 열기속에 찬양하고 뜨겁게 기도하던 모습으로 똑같이 예배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예배자를 찾으시고 그들에게 더 풍성한 은혜를 주기 원하시지요.
그리고 그곳이 어디이든 어떠한 모습으로 예배하든 간절함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성령을 부으시고 갈급함을 채워주십니다. 지금까지 환경에 도움받아 예배하던 모습이 아니라 불편한 상황에서도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서 예배하는 예배자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면 어떨까요? 신실하신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큰 은혜를 이미 준비하고 계실테니까요.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요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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