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냐 하느님이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애국가의 첫 소절이다. 여기서 신의 호칭으로 쓰여 있는 ‘하느님’은 원래 ‘하나님’이었다.
1905년에 윤치호 장로가 작사했던 찬미가 14장과 몇 단어를 제외하고는 거의 일치 한다(박용규, 총신대학원).
애국가의 ‘하나님’은 한글 맞춤법 통일과 맞물려 ‘하느님’으로 개사 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하나님에 대한 호칭으로 ‘하나님’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천주교회와 일부 개신 교단은 하나님에 대한 호칭으로 ‘하느님’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님을 호칭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다른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에 개신교가 처음 전파되고 성경이 번역될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반에는 하나님의 호칭에 대한 사용이 정리되지 못했었다.
한국에 공식적으로 선교가 시작된 것은 1884년 북 장로교 선교사 알렌이 입국하면서부터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1904년까지도 개신교 선교사들은 하나님의 호칭 문제에 대해서 확실히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상제’, ‘천주’, ‘여호와’, ‘하느님’, ‘하ㄴ.님 (옛 한글의 아래아)’이 혼란스럽게 사용되었으며 어느 명칭을 사용할 것이냐를 놓고 선교사들 간에 적지 않은 마찰과 갈등도 있었다. 예로 언더우드와 기포드 선교사는 유일신 하나님을 ‘천주’로 호칭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게일과 마펫 선교사는 ‘하ㄴ.님’으로 호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혼란한 상황은 당시 성경 번역본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1884년 한문 성경을 기초로 번역 출간한 이수정의 마가복음서에서는 하나님이 ‘천주’로, 1882년 로스의 누가복음에서는 ‘하느님’으로, 그 다음 해 출간된 로스의 요한복음은 ‘하나님’으로, 1887년에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로스 역을 수정하여 번역한 마가복음서는 ‘상제’로, 1897년에 스크랜톤이 번역한 베드로전후서는 ‘천주’로, 1898년 게일의 갈라디아서와 에베소서 그리고 1892년 아펜젤러의 마태복음에는 ‘하나님’이 사용되었다.
초기에 하나님의 호칭이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영어에는 여러 신들을 의미하는 신(god)과 유일신 하나님을 나타내는 (God)가 분명했으나 한국에는 유일신 개념이 없었다. 대신 신들 가운데 으뜸 신의 개념으로 ‘상제’ 혹은 ‘하느님’의 개념이 있었으나 이 또한 성경에 나타난 유일신의 개념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여호와’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호칭과 이름을 같이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하여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하ㄴ.님을 사용하자는 주장은 다수 선교사들의 지지를 받았고 장로교 감리교 선교사들이 대부분 이 의견에 동의를 하게 되었다.
특히 천주’를 고집하던 언더우드가 자기의 주장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유는 그가 한국의 고유 종교를 탐구하다가 고구려 시대에 한국 민족이 ‘하ㄴ.님’이라 불리는 유일신을 섬겼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하ㄴ.님도 으뜸 신의 개념 가운데 하나였지만, 그 안에 유일신 개념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독교의 유일신 개념으로 가르치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1900년도에 들어서면서 호칭은 한 가지로 통일되어 갔다. 그 해 성서번역위원회가 번역한 시험용 신약성경은 ‘천주’로 출간되었지만, 같은 해 성서번역위원회는 하ㄴ.님 (옛한글 아래아) 이라는 한 가지 호칭을 사용해 성경을 공식적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
1933년에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해 아래아(ㆍ)가 폐지됨에 따라 ‘하ㄴ.님’이 ‘하나님’으로 변경되었다. 아래아( . ) 는 사실 ‘하느님’과 ‘하나님’의 중간 정도의 발음이었다. 하지만 한글 맞춤법 통일은 아래아(.)를 ‘ㅡ ‘로 통일했다. 그래서 아ㄷ.ㄹ이 아들로 하ㄴ.ㄹ 이 하늘로 변경된 것이다. 그런데 하ㄴ.님은 하나님으로 통일되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하ㄴ. 님’을 발음함에 있어서 중부 이남 사람들은 ‘하느님’에 가깝게 발음했고 서북 지방 사람들은 ‘하나님’에 가깝게 발음했다.
당시의 대부분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서북지방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하나님’으로 발음이 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하느님’의 의미가 기독교의 유일신을 설명하기보다도 자연신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일반적으로 하늘을 떠올리게 만들고 이는 한국인에게 자연신의 개념으로 이해되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하느님’보다는 ‘하나님’으로 정착이 된 것이다.
1939년 장로교와 감리교는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기독교의 유일신은 ‘하느님’이 아닌 ‘하나님’이라고 선언함으로 이 혼란은 마무리된다.
하지만 한 번 더 혼란이 야기되었는데, 그것은 공동번역 성경을 번역하게 되면서였다. 애큐메니칼 운동의 일환으로 1970년대 기독교와 천주교회는 성경을 공동으로 번역하게 되었는데, 가장 큰 이슈는 하나님 호칭에 대한 문제였다.
천주교는 당시 ‘천주’를 주장했고 개신교는 ‘하나님’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서로 여러 가지로 타협점을 모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모두 한발씩 물러나 ‘하느님’으로 통일했던 것이다.
하느님 호칭은 개신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공동 번역을 수용했던 천주교회는 하느님으로 변경해서 사용하게 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요컨대, 130년의 짧은 선교 역사를 가진 한국의 기독교는 하나님의 호칭이 정립되어 가는 과정에 많은 혼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호칭 논쟁에서 교회가 가장 붙잡으려고 했던 것은 하나님은 많은 신들 가운데 으뜸인 신이 하나님이 아니라 유일하신 하나님이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붙잡으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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