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지키는 것이 우상숭배인가?

텍사스에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왔다. 올해는 습도까지 더해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날 정도다. 이런 무더위에는 어울리지 않을 주제처럼 보이지만 이번에는 성탄절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렇게 뜨거운 한 여름에 무슨 성탄절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지구의 북반부에 위치한 지역을 제외한, 적도 지역이나 남반부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성탄절이 무더운 여름이니 여름에 성탄절을 말한다고 크게 이상할 일은 없다. 그래서인지 1년 내내 성탄절의 문제를 가지고 성도들을 미혹하는 어떤 사람들이 있다. 장길자를 여자 하나님으로 믿는 하나님의 교회(구 안상홍 증인회)에 속한 사람들과 몇몇 이단종파들이다.
이들은 성탄절을 지키는 교회는 이단이고 우상숭배라고 주장한다. 성탄절이 태양신 숭배일 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기독교인들이 성탄절로 지키는 12월 25일은 로마 시대 연 중 최대 축제일인 농신제(새터날리아)로서 태양신 탄생일로 기념되어 왔는데, 타락한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탄생일로 명칭만 바꾸어 태양신을 섬기는 행위를 교회에 들여왔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교회 뿐 아니라 여호와 증인들이나 그 외 몇몇 단체들이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기성교회가 모두 잘못되고 우상을 숭배하는 집단처럼 간주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성탄절은 농신제, 태양신 축제일이었는가? 슬프게도 답은 예스다. 대부분의 교회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성탄절의 유래를 당시 로마에 유행하던 태양신 축제일과 관련하여 이해한다.
초창기 기독교인들은 로마로부터 크게 박해를 받았다.
그러다가 313년 기독교가 공인된 후 교회는 급성장하게 되었고 콘스탄틴 황제는 321년 태양신 숭배가 팽배하던 로마에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도록 주일을 제정한다. 325년 니케아 회의를 통해 예수님에 대한 교리가 정리된 후, 350년에는 미트라교의 축일인 12월25일이 예수님의 탄생일로 대치되고 확정되었다. 그렇게 12월 25일이 성탄절이 된 것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12월 25일에 태양신 미트라를 숭배하는 큰 축제를 시행했다. 이날은 1년 중 해가 가장 짧아지는 동지에 해당한다. 그들은 동지를 기점으로 해가 조금씩 길어지기 때문에 어둠이 물러나고 빛이 세력을 얻어 만물이 소생해 간다고 생각했다. 축제는 동지 일주일 전부터 한 달 동안 사투르날리아라는 이름의 축제로 열리었다. 농경신 사투르누스에게 감사하기 위한 성대한 잔치였다. 이때는 모든 사람이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기는 시간이었다. 이날은 로마의 사회질서가 완전히 뒤 바뀌는 쾌락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이 예수님이 태어난 성탄절로 기념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키는 것이 괜찮은 일일까? 정말 비판자들의 주장대로 성탄절을 지키는 것이 우상을 숭배하는 것일까?
답을 미리 말하자면,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될 일이 없다. 성탄절은 로마에 복음이 확장되어 가는 과정 중에 지역에 팽배한 태양신 숭배의 습관을 극복하는 과정 중에 생겨난 역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12월 25일은 비록 태양신 축제일이었지만, 그날 성탄절을 지키게 된 것은 이교도의 문화의 관습을 벗어나기 위한 기독교인들의 몸부림이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국가 전체를 덮고 있었던 태양신 신앙과 사투르누스 축제와 구별되기 위한 대안으로 성탄절을 지키게 된 것이다.
당시 상황으로는 기독교가 이교도들의 축제를 막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차라리 이날 다른 기독교적 의미를 부여하여 복음 전파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국은 매년 10월 31일을 할로윈데이를 지낸다. 할로윈데이는 기독교인들로서 도저히 받아들이 수 없는 이교 적이고 미신적인 풍습이 너무 많다. 하지만 아이들에 그저 할로윈 데이에 참여하지 말아라라고 강요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교회들은 할로윈데이 저녁 날에 할렐루야 데이라고 하여 코스튬도 하고 캔디도 나눠주고 아이들을 위한 게임도 준비한다. 이러한 노력은 조금씩 확대되고 있고 좋은 신앙적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근본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 중에 그마저도 좋지 않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러한 노력은 긍정적인 시도라고 필자는 평가하고 싶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추도예배라는 것이다. 유교, 성리학의 나라라 불리웠던 조선에서 제사 제도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제사에는 기독교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우상숭배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이 포함되었다. 초창기 선교사들은 제사를 막무가내로 금지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거기에는 사회 문화적인 긍정의 요소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추도예배라는 것이 탄생했다. 우상숭배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가족들이 모이는 사회적인 기능을 살려서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는 전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은 성공적으로 한국에 정착했고, 한국의 문화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새벽 기도도 이러한 토착화의 과정 속에서 정착된 긍정적인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12월 25일에 성탄절을 지켰다고 하여 그것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이는 마치 석가탄신일에 교회가 모여 체육대회를 하고 수련회를 했다고 하여, 그것을 석가모니를 숭배하는 우상숭배라고 비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관점에서 12월 25일 성탄절은 로마시대에 만연했던 우상숭배의 습관을 벗어나 그들의 습관을 따르지 않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억하기 위한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성탄절을 예수님의 오신 날로 알고 지키고 있다. 심지어 믿지 않는 사람까지도 성탄절에 분위기에 젖어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성탄절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 점점 더 성탄의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성탄절이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파되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하기에 더 좋은 기회가 됨을 인하여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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