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연가

| 문정의 미술 스케치 |

Spring 3, Water color, 24×30
‘그래, 어느새 사월이네…… 지난주만 해도 보지 못했는데…….’
보라색으로 텍사스가 물드는 시기, 무더운 곳으로만 알려진 텍사스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계절이 되었다. 지천으로 깔린 블루보넷의 영롱한 보랏빛은 고속도로를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아직 이른 봄이라 생각했는데 키 작은 들꽃들이 초록 풀들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길가의 야생화로 그렇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고고한 빛을 보여주는 남보라 빛의 블루보넷은 텍사스를 상징하는 주화(State Flower)로 텍산 들로 부터 사랑받는 꽃이다.
고대부터 색(color)은 하나의 권위를 보여주는 매개체로 사용됐다. 유럽인들은 엘리트 조직의 프라이드를 보여주기 위해 특별한 색의 옷감으로 만든 복장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나타내곤했다.
지금도 여전히 단체의 조직력과 본인들의 주장을 이슈화하기 위해 같은 색의 복장을 통해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세계적인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Panton)은 올해의 색을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으로 선정하였다. 남보라색이다.
팬톤 걸러 연구소의 이사인 리트리스 아이즈먼(Leatrice Eiseman)은 “우리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울트라 바이올렛 색상은 이러한 창의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푸른빛 바탕의 보라색이며, 우리의 지각 능력과 잠재력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인도한다…” 또한 “신기술과 광대한 은하계에 대한 탐닉에서부터 예술적 표현과 정신세계의 반영에 이르기까지 직관적인 울트라 바이올렛은 다가올 미래의 방향을 밝혀 준다”며 올해의 색 선정에 관해 설명을 덧붙였다.
2000년부터 해마다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걸쳐 유행할 색상을 제시하고 있는 팬톤의 올해의 색 선정은 해를 거듭하면서 산업과 패션 분야에 걸쳐 절대적 인정을 받고 있다. 벌써부터 모든 인더스티얼 분야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발표와 함께 보라색 톤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하여 언론, 정치계 사람들까지도 보라색 패션 차림으로 행사장에 등장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더구나 팬톤이 색을 발표하던 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포츠머스 해군 행사에 보라색 코트 차림으로 등장을 했다. 귀족적이며 신비롭고 자존감을 표현해 준다는 보라색이 주는 감성은 다양하지만 대중적인 면에서는 일반화된 색으로 구별되지 못하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색의 깊이를 더해 주는 보랏빛 색조는 개성과 사용자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반면, 극히 자극적인 색상으로 정서적 불안감을 초래하는 색상 중의 하나로 취급되기도 한다. 뭔가 편안함을 주지 못하고 정서적 결핍의 색상으로 인정되던 보라색이 어느 색조를 가하느냐에 의해 가장 고귀하며 쉽게 표현되지 못하는 색으로 최고의 컨텐츠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상반된 감정을 숨긴 색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보라색은 어쩌면 인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순간을 대변하는 색이 아닌가 싶다. 빨강이 인간 심리의 원초적 갈급함을 다루는 색이라 한다면 파랑은 치유의 색이라 할 수 있다. 빨강과 파랑의 적절한 배합에서 탄생한 보라색은 두 색의 양면성을 간직한 채 빨강과 파랑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각자 나타내는 성격이 전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미라보 다리Le Point Mirabeau’라는 시의 작가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여인으로 알려진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1883-1956의 그림에는 언제나 울트라 바이오렛의 보라색이 함께하고 있다.
그녀만큼 보라를 신비롭게 표현한 작가를 결코 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 시기의 부르주아적 여성 이미지를 거부하고 화가로서, 문학가로서, 당당한 삶을 살아갔던 마리 로랑생 자신의 내부적 모습을 이 아름다운 색채로 대변했는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그녀가 다룬 인물 그림 속에는 남성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라고 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녀가 다룬 색채 자체가 여성과 이미지가 맞기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지인 중의 한 분은 블루보넷꽃을 ‘마법의 꽃’이라 칭하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지나온 세월 동안 텍사스를 통해 새롭게 전개된 삶 이야기를 한 송이 블루보넷으로 대변한 것이다. 이 봄, 나의 인생의 새로운 정점이 어떤 블루보넷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그러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
 무심코 읊어 보는 아폴로의 시 구절이 보랏빛 여운과 함께 가슴 깊이 파고든다. 저 멀리 아득히 펼쳐 져 있는 보랏빛 언덕에 마리 로랑생의 블루보넷도 함께 봄바람에  휘날리는 듯 하다. 찬란한 봄이다.
fd4d8834913ca42e21a952b2985194ac_kfKKexqmjxyAPdb.jpg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