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h Bomb의 인기와 목욕 문화, 하지만 서양인들도 씻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몸에서 악취가 났던 것으로 유명했다. 신하들이 알현을 할 때도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쉬어야 했을 정도라니 가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왜 프랑스가 가장 강력했던 시대의 왕이었고 그 유명하고 아름다운 베르사이유 궁을 지은 그가 그리도 몸을 씻지 않고 지냈던 것일까 궁금해진다.
당시 유럽은 아직도 페스트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질병이 도시에서 도시로 번지며 사람들이 죽어나가던 기억 속에서 벗어나기 못하고 언제 또 그런 죽음의 기운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페스트가 한창 유행하던 때 사람들은 질병이 우물을 통해 전염되는 것을 보고 물이 위험한 모든 질병의 근원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지 일반인들의 견해가 아니었고 당시의 변변치 못한 의학을 기반으로 의료 행위를 해오던 의원들의 견해이기도 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물에 몸을 담그려 하지 않았다. 만일 오물을 뒤집어썼다거나 진흙탕에 빠지기라도 했다면 의원의 감독하에 마치 수술이라도 받듯이 몸을 조심해서 씻었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은 심각했겠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몸에서 나는 악취를 감추기 위해 각종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들로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향수를 중심으로 한 향장학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또한 18세기의 미술계 거장들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귀족들은 머리에 가발을 쓰고 가려울 때 머릿속을 긁을 수 있게 금은보석으로 장식한 꼬챙이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그 시대에는 귀족, 하층민 할 것 없이 다 몸을 씻지 않았으므로 목욕시설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한다. 베르사유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풍속이 사라진 것은 19세기 미국에서 호텔들이 번성하기 시작하면서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대륙을 횡단하는 기찻길이 들어서고 서부가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각지에서 호텔사업이 왕성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당시에는 아무리 비싼 호텔이라도 방마다 화장실이 있진 않았다. 그러다 일부 호텔에서 각각의 방에 화장실과 목욕실을 만들었고 이것이 대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 전역에서 사치스런 욕실을 가진 호텔들이 상류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목욕을 잘 안 하던 유럽인들은 미국 호텔에 와서 위생적이면서도 화려한 욕실을 보고 대경실색했고 또한 잘 씻어야 건강하다는 미국식 사고방식에서도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곧 미국식 목욕 문화는 유럽으로도 전해져 현대 서양의 위생관념이 형성되었던 모양이다.
요즘 젊은 층에서 배쓰밤이라고 하는 입욕제가 몇 년 전부터 유행인데 그 인기가 사그러질 줄을 모른다. 친구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선물로도 가장 좋은 아이템인 것 같다.
배쓰밤을 쓰기위해 샤워만 해도 될 것을 일부러 욕조에 들어가기도 한다. 배스밤 뿐만 아니라 샤워젤리, 샤워스팀, 바디스크럽 등등 온갖 신 목욕제품들이 수시로 발명되고 있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이렇게나 씻어댄 적은 없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혹시 너무 씻어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안 씻던 시절엔 아토피라는 단어도 없었지 않은가?
상업적인 마켓팅이 부추킨 결벽증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유감스런 일들도 있었듯이 점점 민감성 피부로 인한 이슈들이 많아지는 것에도 지나친 세정제 사용으로 인한 피부장벽 약화가 한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심하게 씻어내리고 아무리 로션을 발라봤자 이미 보호막은 벗겨졌다. 그 위에 화학성분 가득한 자극적인 바디로션을 바르는 것은 길게 보면 안 바르니만 못할 수도 있다.
샤워 시에 꼭 매번 전신을 세정제로 닦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피부를 위한다면 세정제를 좀 덜 쓰는 것이 더 나은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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