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원소

잘 만들어진 영화들은 시간이 흘러 다시 봐도 역시 재미있고 지루한 줄 모른다. 그것이 감독의 재능일 것이다. 고전 예술영화들뿐만이 아니라 20-30년 전의 흥행 영화들에서도 그런 수작들은 존재한다. 필자에게는 그중에서 ‘제5원소’라는 영화가 인상에 남았었다.
영화의 테마가 ‘우주의 진리’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지만 남녀 주연배우였던 브루스 윌리스와 밀라 조보비치의 매력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했던 흥행 수작이었다.
아마 이 영화에서 4가지 원소는 서양의 전통적인 ‘물, 불, 흙, 공기’이고 다섯 번째 제5원소는 ‘사랑’ 이었다.
물리적인 조건이 완벽해도 이 세상에 사랑이 없다면 만물은 운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영화의 주제였다.
그런데 이 5가지 원소들을 아주 현대적 관점에서 다시 정리해보니 우연하게도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중력을 설명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미립자 세계에서만 작동되는 물리법칙인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통일하는 연구에 전력을 기울였고 결국은 해냈다.
거시 세계와 미시세계의 물리법칙이 같아져 좀 더 완전한 물리학에 다가갔고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는 다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통합된 이론이 M이론이라는 수학적 이론인데 이로써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의 4가지 힘이 우주 형성과 운영의 기본 에너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제 5 원소인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직도 유효하다.
동양의 사주 명리학에는 오행이 있다. 물, 불, 흙, 나무, 금 이렇게 5가지를 우주의 구성 물질로 보았다. 사람의 사주에는 두 글자씩이 있어 전부 여덟 글자가 된다. 그런데 8글자 안에 5가지 오행을 다 골고루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다. 10글자라면 2개씩 골고루 가진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주는 팔자라서 절대 고르지가 못하다.
그래서 그런 불균형에서 인생의 굴곡과 편중됨이 발생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분을 잘 알아 겸손을 배워 만물의 흐름과 순리에 대비하며 살라고 하는 것이 명리학인 듯싶다.
혹자들은 사주명리학을 무당점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필자에게는 사주명리학은 우리의 삶의 요소를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 성분으로 상징화해 사람이 살면서 겪는 모든 일들을 나와 다른 사람들 또는 다름 성분들과의 화학작용처럼 설명하는 아주 매력적인 분야로 보인다.
지인 중에 사주명리학을 접하고 인생이 너무 운명론적으로 보여 낙담했다는 분도 있지만 우리의 사주에 들어있는 8글자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평생 한 가지 성질의 성분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이생사이클인 대운과 매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세운에 따라 화학성분을 거쳐 달라지며 만나는 사람에 따라서도 그 성분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운명은 사주팔자 안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고 끌고 나가는 것이다.
10년 주기로 달라진다는 대운은 각자의 생년월일시와 성별에 따라 달라지지만 매년 돌아오는 세운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온다. 2019년 올해는 기해년이었고 2020년 내년은 경자년이다.
앞으로 두 달도 안 남은 기해년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희망찬 경자년을 준비하면서 과연 새해에는 나에게 어떤 인생의 화학작용이 일어날까, 아니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니 상당히 기대도 되고 그만큼 경계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칼럼의 제목처럼 그리고 영화 <제5원소>의 메시지처럼 동양의 오행이 원활히 운용되려면 <사랑>이라는 제6의 성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개인이 나무, 물, 불, 금속, 흙의 성분들 중 어떤 것들을 가지고 태어났고 이 성분들이 내년에 다가올 경자년 즉 금속과 물의 성격이 강한 한 해를 만나 어떠한 일들을 겪고 여러 예측불허의 과정을 지날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사랑과 겸손과 연민과 진심을 다해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 케미가 잘 맞는다 안 맞는다는 영어 표현이 있다. 새해 경자년에는 올해 기해년보다 많은 긍정적인 케미가 생겨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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