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여성 화학자들, 연금술부터 화장품까지

중세 유럽에서 진지하게 행해졌던 연금술 연구는 실은 이집트에서 전해진 학문이었다. 대부분의 서양 지식과 문화의 근원이 그렇듯이 연금술도 역시 이집트에서 그리스로 그리고 로마제국을 거쳐 중세 유럽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연금술이라 하면 금이 아닌 물질로 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던 학문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그 실험의 대상은 워낙 광범하여 근대 화학에서 다루던 거의 모든 영역과 더 나아가 생화학과 유전학에까지 미쳤다.
중세에서 근대까지도 여성에게 학문에 대한 진지한 근접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남성 과학자만큼 여성 과학자가 있을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화학 분야에서는 물리학이나 수학보다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 이유는 아마도 화학의 전신인 연금술이 지금의 건강식품이나 제약업, 그리고 화장품같이 여성의 관심사에 가까웠기 때문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중세에는 여성이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는 것을 종교적인 차원에서도 적극 제지했기에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연구한 결과들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숨기거나 자식들에게만 전수한 경우도 많다.
불행한 케이스에서는 그 지식으로 인해 마녀로 몰려 목숨을 잃기도 했기에 분명 여성 화학자들에게는 암흑의 시기였겠지만 이러한 시대적 배경도 여성들의 물질에 대한 호기심과 지식에 대한 욕구를 꺽지는 못했다.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 스웨덴의 여왕 크리스티나는 연금술 연구에 국가적 지원을 하고 과학지식을 통해 세상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던 여성 지도자들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카테리나 스포르차는 약학, 화학, 그리고 향장학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하여 그녀의 외손자대에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메디치 가문을 일으키게 된다.
당시 그녀가 주로 연구했던 것들을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건강식품과 화장품이었다. 1400년대에 쓰인 카테리나의 실험 기록에서는 ‘회춘’할 수 있는 성분에 관한 내용과 전염병을 방지할 수 있는 약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는데 역시 젊음과 영생과 미용에 대한 것이라면 동양에서 불로초를 찾아내고자 했듯이 서양에서도 끊임없는 시도를 했던 것이고 또 그에 관련된 상품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부자들의 관심의 대상이었기에 그녀 또한 자신만의 지식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카테리나와 달리 자신의 지식을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삼지 않고 가난한 대중을 위해 사용했던 선구적인 여성 화학자도 있었다. 18세기 프랑스의 귀족이었던 마리 므르도 라크는 일찍부터 연금술에 관심을 갖고 왕실의 지원으로 정식 연구소를 만들어 여러 약제와 향수, 화장품 등을 만들고 필요한 서민들에게 무료로 약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렇듯이 화학 분야에서 여성들이 활약했던 것은 화학은 생활 속의 과학이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어린 자식을 키우면서 항상 질병에 대해 걱정해야 했고 늙어가면서는 여성의 매력을 잃지 않기 위해 미용에 신경 써야 했기에 물리나 수학에서보다 건강과 미용에 직결되는 화학 분야에서 여성들이 더 활약한 것이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는 귀족 여성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는 비책들이 있었는데 그 역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과 요리에 사용되는 그 가문만의 조미료 등을 연금술사들을 고용하여 알아내게 한 비결을 담은 책 들이었다고 한다.
역사 속의 여성 화학자라 하면 아마도 마리 퀴리가 제일 유명할 것이다. 하지만 마리 퀴리에게는 그녀의 능력을 인정한 남편이 있었다는 것이 다른 여성 화학자들과 다른 점이었다. 남편인 피에르 퀴리는 아내인 마리와 공동명의로 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에 학계가 그녀에게도 주목하게 되었지만 이는 아주 드물었던 경우였다.
일례로 누구나 아는 20세기 최고의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을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인정받게 만든 상대성 원리의 규명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던 그의 부인이었으며 학교 동창으로 같은 물리학도였던 아내 밀레바는 그저 남편의 조수로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자 그 상금이라도 위자료로 달라고 요청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리 퀴리나 밀레바같이 대단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라도 우리 여성들은 모두 연금술사이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우리의 일상이 모두 화학이요 연금술이다.
매일의 일상에서 음식재료들을 가지고 날마다 식구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내는 주부들은 다 연금술사이다.
연금술이나 화학이나 다 물질의 기본 성질을 탐구하고 불과 물과 다른 물질로 어떤 물질의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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