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카이 다이버의 낙하 실험

2012년 10월 14일, 뉴멕시코주 동쪽 벌판.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바람도 세지 않습니다. 아득히 높은 하늘에서 무언가 낙하하기 시작합니다. 자세히 보니 사람입니다.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계속 낙하하더니 마침내 낙하산을 펴고 사뿐히 지상에 내립니다.
단순히 스카이 다이빙을 즐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불편해 보이는 우주복과 온갖 전자 장치를 부착하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땅에 내려온 스카이 다이버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두 팔을 들어 성공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펠릭스 바움가트너라는 이름의 이 호주 사나이는 전문 스카이 다이버입니다. 이 스카이 다이빙은 호주의 한 음료수 회사가 후원한 기록 경신 이벤트였습니다. 동시에 사람이 과연 얼마나 높은 곳에서 스카이 다이빙이 가능한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낙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과학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항공기 비행 높이보다 높은 곳에서 낙하산만 가지고 낙하해야 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사람이 그 낙하 조건을 견딜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과학적, 기술적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실험이었습니다. 준비 기간만 5년이 걸렸다고 전해집니다.
펠릭스는 커다란 헬륨 풍선에 달린 작은 우주선 모양 캡슐에 몸을 싣고 39 km 상공에 올라간 뒤 낙하했습니다. 지구의 대기는 지상에서 올라갈수록 기압과 성분, 온도들이 달라지는데 그 특성에 따라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 등으로 나뉩니다.
성층권과 중간권의 경계가 대략 고도 40km 에서 50km이기 때문에 펠릭스는 성층권의 끝자락에서 뛰어내린 것입니다. 에베레스트산보다 네 배 높고 항공기 운항 높이보다 세 배 높은 높이입니다.
그 정도 높이에서는 온도가 영하 30도에 달하고 기압도 지상 기압의 1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낮은 기압과 온도를 견디기 위해 우주복과 같은 형태의 옷을 입고 낙하하였습니다.
이 낙하에서 펠릭스는 비행기나 자동차에 타지 않은 상태로 초음속으로 움직인 최초의 인류가 되었습니다. 소리의 속도가 대략 1235km/h인데 낙하 중에 1357km/h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물체의 속도가 음속에 도달할 때 충격파라는 것을 발생시킵니다. 사람이 자유 낙하 하면서 음속에 도달하면 입고 있는 특수 옷이 몸을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펠릭스를 보호하기 위해 우주복을 사용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겠지요.
사람이 자유 낙하를 하면 계속 속도가 올라갈까요? 몸을 곧게 일직선으로 하고 수직으로 떨어지면 낙하속도는 꽤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속도가 너무 올라가면 낙하 과정을 전혀 제어할 수 없을 수도 있고 특히 낙하산을 펼 때 엄청난 저항력이 순간적으로 몸과 낙하산에 가해지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스카이 다이버들이 팔다리를 넓게 벌려서 수평 자세를 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기의 저항력을 이용해 중력에 의한 낙하 속도 상승을 더디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빗방울에서도 확인됩니다. 빗방울이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지긴 하지만 바닥에 닿을 때는 속도가 크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래로 당기는 중력과 공기의 저항력이 서로 상쇄되어 빗방울의 낙하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현상으로 이 속도를 ‘종단속도’라고 부릅니다.
펠릭스의 낙하 실험에서 사람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플랫 스핀’이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 높은 고도에서 주로 생기는 이것은 희박한 공기가 낙하하는 사람의 몸에 비대칭적인 힘을 주어 한쪽으로 계속 회전하게 만드는 현상입니다.
지상 가까이 오면 공기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공기가 오히려 플랫 스핀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높은 낙하 속도보다 플랫 스핀이 위험한 이유는 정신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가 고속으로 날아도 승객은 크게 불편함을 못 느낍니다. 하지만 훨씬 낮은 속도로 회전하는 놀이공원 시설에서 우리는 더 큰 짜릿함을 느낍니다. 회전할 때는 회전 원의 바깥쪽으로 원심력을 받기 때문입니다.
플랫 스핀 현상으로 낙하하는 사람의 몸이 돌면 머리와 발 쪽으로 피가 쏠리게 되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잠시 플랫 스핀을 겪은 뒤 펠리스는 자세를 안정화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칼럼에서 글로 전달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Felix Space Jump를 검색해 보시면 당시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필자도 인간의 도전 정신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끝으로 펠릭스가 낙하 직전에 지상 관제탑에 남긴 말을 옮깁니다.
“제가 지금 보고 있는 걸 여러분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와보니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게 되는군요. 자 그럼 이제 집으로 가겠습니다.”

그림 : 캡슐에서 뛰어 내리고 있는 펠릭스 바움가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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