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를 발명한 여배우?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이어폰과 외장 스피커를 비롯해 컴퓨터에 꼭 필요한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과거에는 반드시 선으로 연결해서 쓰던 전자 제품들이 이제 무선으로 연결되어 좀 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블루투스 기술 덕분입니다. 그런데 블루투스 기술에 관한 소개 글을 찾다 보면 뜻밖에도 미국 여배우 한 명이 등장합니다. 이 여배우가 블루투스 기술의 탄생에 큰 공헌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 여배우는 할리우드에서 1930-40년대를 풍미했던 헤디 라마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헤디 라마는 유럽에서 배우로 데뷔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적인 배우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유명한 배우인 클락 게이블과도 두 편의 영화를 찍었습니다. 디즈니 사에서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를 만들 때 헤디 라마의 얼굴을 모델로 삼았다고도 합니다.
남부럽지 않은 배우 커리어를 이어가던 헤디 라마에게는 남다른 취미가 있었습니다. 바로 공학과 발명이었습니다. 헤디 라머가 특별히 과학이나 공학 교육을 심도있게 받았다는 자료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유가족에 따르면 평생 헤디 라마는 공학 기술과 발명에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2000년 플로리다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도 발명가로서의 생활을 이어갔다고 전해집니다.
그녀가 공학 기술에 심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에 있을 때 교류했던 사람들 덕분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 남편은 오스트리아인 무기상이었는데, 헤디 라마의 배우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긴 것 같습니다. 그는 그녀의 사회 활동을 제약하고, 자신이 알고 지내던 무기상이나 과학자들을 소개해주어 관심을 돌리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런 모임에서 헤디 라마가 다양한 공학 상식을 습득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2차 세계 대전이 있던 당시에는 첨단 기술이 무기에 먼저 적용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헤디 라마가 블루투스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녀가 1942년 특허를 낸 ‘주파수 도약’ 기술 때문입니다. 이 특허의 아이디어도 무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2차 세계 대전에서 연합군에 도움을 주고 싶었던 헤디 라마는 무선 조종 어뢰가 통신의 한계로 자주 무용지물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무선 통신을 위해서는 송신하는 쪽과 수신하는 쪽이 약속된 주파수로 전파를 주고받게 되는데 이때 해당 주파수에 다른 전파가 함께 존재하면 통신이 방해받고, 또 그 통신 내용을 적국이 가로챌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헤디 라마는 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고, 마치 메뚜기가 여기저기 뛰어(hopping)다니듯 여러 주파수로 바꿔 가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후대 사람들이 이를 주파수 도약(frequency hopping)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헤디 라마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알고 지내던 작곡가 조지 앤틸의 도움을 받습니다. ‘비밀 통신 시스템’으로 이름 붙인 특허에서 그들은 88개의 주파수를 사용하여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정보를 무선으로 보내는 방법을 제안하였습니다. 작곡가가 참여했으니 피아노 건반 수가 88개라는 것과 88개의 주파수를 사용했다는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죠?
먼저 정보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어떻게 주파수를 바꿀지 약속합니다. 그 약속에 따라 정보를 주고받으면 주파수 도약 규정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주고받는 내용을 알아낼 수 없습니다.
주파수 도약 기술은 블루투스 통신이 잘 끊어지지 않게 해줍니다. 블루투스가 사용하는 주파수는 79개가 있습니다. 만약 주파수 도약이 없다면 동시에 79개의 송수신 관계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주파수에 방해 전파가 들어온다면 그 주파수를 사용하는 송수신 관계는 통신이 불가능해집니다.
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여러 스마트폰이 블루투스를 사용하거나 비슷한 주파수 영역을 사용하는 와이파이가 만들어내는 주파수 간섭까지 고려하면 고정된 주파수로 구현되는 무선 통신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블루투스에서는 79개의 주파수를 1초에 무려 1600번 바꿔가면서 사용합니다. 그중 특정 주파수에서 통신 문제가 살짝 생겼다고 해도 그다음 주파수를 통해 보내지 못했던 정보를 다시 보내면 됩니다.
헤디 라마가 제안한 주파수 도약의 탄생 목적은 통신의 보안을 높이려는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는 보안에 다소 취약합니다. 와이파이와 달리 연결할 때 암호도 쓰지 않죠. 보안 문제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항상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할 것과 블루투스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스마트폰에서 해당 기능을 꺼놓을 것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블루투스 발전 역사를 보면 헤디 라마가 블루투스를 발명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비록 주파수 도약에 관한 그녀의 아이디어가 통신 기술 발전에 조금의 기여는 했겠으나 당시 주파수 도약과 관련한 비슷한 기술이 전혀 없던 것도 아니고 실제 블루투스 표준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다양한 통신 관련 기술이 이용되었습니다. 다만 이미 보장된 배우의 길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 얻어낸 결과물로 사회에 공헌하려 했던 점은 누구나 본받을 만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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