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 가득~’ 어머니의 상차림

고향의 맛과 추억을 느낀다

“김 대리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언제나 식사와의 전쟁을 치른다. 일상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점심시간은 특히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상사와의 갈등 이상으로 커다란 문제다. 하지만, 날마다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정갈한 반찬이 갖추어진 푸짐한 밥상을 먹을 수 있다면 직장생활이 천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달라스 한인타운에 이러한 직장인들의 소망을 해결해 줄 만한 곳이 생겼다. 햄버거 하나 먹을 만한 가격으로 십 여가지가 넘는 반찬, 구수한 된장찌개, 몸에 좋은 잡곡밥, 그리고, 뒷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식혜까지… 듣기만 해도 당장 그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남도 입맛 그대로
로얄레인과 에머랄드 사거리가 만나는 곳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른편에 작은 공간이 보이는데, 그 한 가운데 ‘예향’이란 이름의 조그만 식당이 있다. ‘예향’은 우리에겐 다소 낯선 식당으로, 작년 12월 22일 개업한 후 이제 겨우 3주 째라고 하니 그도 그럴 것이다.
‘예향’의 탄생은 그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김 사장은 “완도에서 10여년 동안 공장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인부들에게 직접 식사를 제공했었는데, 이 쉽지 않은 일은 모두 아내의 특별한(?) 능력 때문이었다. 입맛 당기는 다양한 음식과 함께 날마다 다른 반찬 한 가지씩을 제공했는데, 10년 동안 개발된 반찬이 무려 100여 가지가 넘었다.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남도의 싱싱한 재료로 만들어진 반찬들은 공장 인부들의 입맛을 행복하게 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고 했다.
‘예향’은 바로 그 남도 입 맛을 그대로 한인타운에 있는 동포들에게도 전해주고자 탄생했다.
예향의 자랑 ‘일품정식’
‘예향’의 자랑 일품정식에는 무려 15가지가 넘는 기본정식반찬이 제공되고, 된장찌개, 불고기, 김치제육볶음, 홍어회무침, 한방보쌈, 양념게장 등이 또한 기본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후식은 식혜로 마무리를 짓는다.
특히 양념게장은 그 담백함이 제격이다. 게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고 하는 해녀 출신 주방장답게, 제대로 된 양념게장을 먹을 수 있다.
그 반찬 수가 너무 많아 모두 먹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식사 후에는 반드시 남은 반찬들을 싸가기를 권고한다고. 이같은 일품정식은 점심시간에도 제공된다. 반찬 가지 수가 다소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 맛은 그대로다. 또한 매일 20 그릇 한정 판매하는 사골설렁탕은 주인의 마음까지 담은 듯 그 국물맛이 진국으로, 주로 노인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
‘한 두 끼니는 거뜬’ 반찬 백화점
‘예향’에 가면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반찬들을 볼 수 있다. 한 쪽에 천사채, 탕수두부, 청포묵, 물고비나물, 양념꼬막, 조개젓, 창란젓, 홍어무침, 게장 등 상상만 해도 군침도는 70여 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종류별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식사 때만 먹기에는 아쉬운 반찬들을 집에 가서도 먹을 수 있게끔 직접 판매한다고 한다.
달라스에 몇 군데 반찬 전문매장이 있지만 ‘예향’만의 독특한 점은 ‘실속포장’이란 것이다. 김 사장은 “양을 조금 적게 담고, 가격을 낮춰서 1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3~4가지 반찬을 구입해 한 끼 혹은 두 끼 정도 해결하는데 부족함이 없게 하자는 것”고 했다.
즉, 양이 많아 버리는 일이 없도록, 소량에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에 유학생들이나 혼자 사는 직장인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또 한가지, 그 날 판매하고 남은 반찬들은 저녁 7시 이후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 날 만든 반찬은 그 날 모두 판매한다는 전략.
고향의 맛과 추억을 느낀다
예향의 다른 식당과 다른 점 하나는 영업시간이다. 남들보다 다소 늦은 11시에 오픈하여 조금 이른 8시에 문을 닫는다.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손해를 보는 일이지만, 손님들에게 날마다 신선한 반찬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을 그 손맛을 유지하는데 할애하고자 하는 주인의 바람이라고 한다.
‘예향’은 정통한정식 전문점이다.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가 있는 음식, 단아하고 깔끔한 실내 분위기… 특별히 김영복 사장의 딸이 직접 그린 식당 한 편의 벽화는 마치 시골집에 와있는 듯 하다. 한 상 가득, 고향의 맛과 추억을 느껴보자.
글 = 이승인 기자  | 사진 = 이래형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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