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으로서의 카스트 시스템”

오늘은 인도의 카스트 시스템이 갖는 세 번째 의미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모든 사람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진다.
이러한 소속감은 지역이나, 종교, 학교, 또는 직업이나 재산의 정도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소속감이 없다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카스트는 그 그룹에 속한 사람들에게 ‘정체성’을 갖게 해주는 근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인도와 같은 문화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정체성’이 “특정한 사회적 그룹을 다른 사회적 그룹들과의 관계성에서 구별짓게 만드는 특성과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의 사회학자 조드카 박사는 정체성을 이해하는 방법으로써 ‘열려있는 관점’을 소개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화적 정체성은 역사적으로 결정되므로 끊임없는 변화를 겪는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꾸리엔 박사의 종교적인 정체성 연구에서도 정체성이 특정한 맥락에 따라 적당한 견해를 선택하는 것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임을 밝히고 있다.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민족성(ethnicity)의 맥락에서 이뤄지는데 인도에서 민족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즉, 카스트, 종교, 언어, 지역의 네 가지 요소들에 근거한 사회적인 맥락에 의해서 개인의 정체성이 결정지어진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종교와 카스트는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모든 인간에게 카스트가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카스트가 없다는 것은 뿌리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카스트는 한국의 본(本)이 어디인지 말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도 도마가 복음을 전해서 지금까지 하나의 교단을 형성하고 있는 마토마교회는 대부분 브라만 출신의 성도들이었다.
현재까지도 이 교단에 속한 많은 이들은 결혼이 반드시 브라만 카스트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크리스천이라도 힌두 브라만과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
같은 카스트 안에서 결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카스트 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크리스찬들도 마찬가지로 결혼은 같은 카스트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남자가 그리스도인이면 부인을 전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델리 지역에 있는 산제이 목사는 같은 카스트 안에서 21살 때 16살의 부인을 맞이했는데 힌두였던 부인을 맞이해서 전도를 하였고 이 부인은 지금은 신앙이 좋은 사모가 됐다.
이러한 사실은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질 때에도 카스트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에서 수십 년간 전국적인 규모로 가장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카스트 그룹을 조사한 ‘인도 인류학 서베이’의 리서치에서도 특정 기독교 교단에 속한 신자들을 하나의 카스트로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카톨릭, 개신교, 개신교-오순절 등의 구분으로 카스트를 정하고 있다.
인도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카스트가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역사적으로 새로운 카스트 그룹이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도 카스트를 교단에 따라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카스트 제도가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보면 카스트 제도가 고도로 발달된 고대 문명에서 직업을 분화를 가져온 경제 시스템으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성격은 모든 인도인들의 개인적인 삶을 지배하는 문화적인 영역에서 정체성을 갖게 해주는 근본적인 토대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을 먼저 이해하게 된다면 카스트가 가진 넓은 적용 범위를 한 가지 성격만으로 축소해 버리는 오류를 피하고 카스트 제도에 대한 현재의 평가도 좀 더 넒은 마음으로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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