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춤사위, 북소리

한국 전통무용 ‘삼고무’로 한국을 알리는 한인 2세 | 김예나·김예지 양

지난달 말에 열린 코펠의 한 몬테소리학교 설명회 및 후원금 마련행사. 백인들이 가득찬 행사에 한국 전통무용인 ‘삼고무(三鼓舞)’ 공연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그것도 어여쁘게 생긴 한인 자매들에 의해서였다.
또 다른 공연도 있었다. 지난 주말 플레이노의 한 라디오 및 TV 방송장비 회사의 창립주년 행사에서도 이 두 자매가 특별 게스트로 초청된 멋드러진 공연을 펼쳤다.
두 자매의 공연은 금세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해, 공연 요청 러브콜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유명해진 두 자매는 한인 2세인 김예나(17) 양과 김예지(13) 양.
이들 자매의 춤 사위는 이방인들의 넋을 빼았기에 충분했다. 절도있고 힘찬 몸짓은 박동하는 한국의 멋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절제된 선에서 흐르는 힘있는 몸짓과 손짓 그리고 둥둥 울리는 북소리에 맞춰 손끝에서 발끝으로 옮겨가는 한국 가락과 동작에 외국인들은 생소한 한국문화의 진수를 접한 듯, 신기해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두 자매의 공연은 잠깐 펼져친 보조 순서였을 뿐인데도, 자매의 공연이 끝난 후에는 행사의 어떤 순서보다 우렁찬 박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두 자매를 만나 보려고 외국인들이 줄을 섰다.
“저희가 공연한 춤은 ‘삼고무’로 불리는 한국 전통무용 중 하나입니다. 세개의 북으로 가락을 만들고 그 사이 사이 안무가 들어가지요. 저희가 입고 있는 옷은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이라고 합니다.”
자매는 외국인들의 질문에 당당하게 답했고, 또 기꺼이 사진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삼고무는 정말 재미있어요. 매일 연습하는 걸요. 연습을 하면 할수록, 공연을 펼치면 펼칠수록 한국 고유의 멋에 흠뻑 빠져들지요.”
주류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전령사가 된 듯,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삼고무를 소개하는 두 자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삼고무를 통해 한국을 배우고 사랑하게 됐다는 두 자매에 대해 모친 김정애 씨도 뿌듯해 한다.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의 역할은 이민사회와 한국을 연결시키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태어난 자란 아이들이지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지요.”
김 씨도 미국에서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점점 이민 1세인 부모와 괴리되며, 공통관심사와 대화가 줄어드는 것에 속상해 한 적이 있었다. 외양은 한국인인데 한국에 대해 야속할 정도로 몰라주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 아픈 적도 있었다.
그 때 김 씨에게 떠오른 게 무용이었다. 인내와 지구력을 요구하는 무용이 아이들 인성에도, 또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던 것. 발레를 시킬까, 재즈 댄스를 시킬까 고민하던 김 씨는 한국 고전무용을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달라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무용 전문가 박성신 선생을 찾았다.
박성신 선생은 아이들을 한국 전통무용 중 삼북춤의 세계로 인도했다.
“북춤의 예술적 특징 중의 하나는 소리와 몸짓의 혼연일체에 있어요. 몸 안에 꿈틀거리는 신명을 변화무쌍한 가락과 절제된 몸짓으로 풀어낸 북춤은 양손에 북채를 쥐고 장구를 치듯이 치는데, 이것은 멈춤과 이어짐이 민첩하고 다양한 가락과 함께 즉흥성과 내재된 신명으로 춤을 이끌어 가지요. 특히, 북 가락의 강렬함과 장구가락의 유연하고 섬세함이 더해져 남성적 힘과 여성적 섬세함이 어우러진 춤사위의 조화가 일품이랍니다.”
박성신 선생은 두 자매가 처음부터 삼고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차라리 드럼을 치는게 낫겠다며 뛰쳐 나갔던 적도 있었다고.
“결국 언니 예나는 2년 정도 배우다 중도 포기를 했어요. 하지만 끝까지 참고 ‘도’의 경지에 이른 동생 예지를 보고 다시 시작했지요.”
언니보다 오래 버틴 예지 양이 입양아 초청 행사를 비롯, 학교나 교회 행사 등에서 공연을 펼치며, ‘마치 혼을 빼앗아 가듯 무아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춤’이라는 극찬을 받는 걸 본 언니도 한동안 놓았던 북채를 다시 잡았다는 것.
물론 외국인들의 관심과 칭찬을 받은 예지 양 자체도 더 큰 자신감과 긍지를 갖게 된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두 자매 모두 북과 한복과 한국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된 것이다.
쌍둥이처럼 동일한 동작과 소리를 내야하는 삼고무 특성상 한 집에서 늘 함께 연습하는 이들 자매의 호흡은 가히 환상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자매의 공연에 매료된 것은 외국인만이 아니다. 모친 김 씨도 마찬가지. 그래서 김 씨 자신도 아이들과 함께 북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가족끼리 더 가까워진 것은 물론이다.
“북춤이 효자에요.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당당히 코리안임을 세상에 말하는 아이들이 됐어요.”
코펠고교 12학년에 재학중인 예나 양의 경우 그동안 커뮤니티를 위해 공연했던 기록이 모두 크레딧으로 쌓여 대학 진학시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한다. 삼북춤은 이렇게 여러모로 ‘행운’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는 예나, 예지 양.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한국을 세계 속에 알리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단다.
두 자매의 순수한 열정과 섬세한 기교가 한국 전통의 신명나는 북소리와 함께 모든 이의 심장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김지민 기자 jm@w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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