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펼친 의료봉사의 값진 경험

다트머스 대학 | 장미숙

이제 겨우 대학 4학년이 되었을 뿐인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어떤 투자를 해야하는지 결정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이는 남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고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을 뜻하며 추진력을 겸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래의 의사를 꿈꾸며 그 길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다트머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4학년 장미숙(22세) 양이 8주 동안 태국에 머물며 Rejoice Charity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얼마 전 달라스로 돌아왔다.
가슴에 새겨진 돌아가고픈 나라
내년 여름 의대 진학이 결정된 미숙 양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한 달동안 꼼꼼하게 자료 조사를 하고 대학에서 재정적인 도움을 받아 무사히 봉사활동을 마쳤다.
또한 태국으로 떠나기 전 미리 담당자와 충분한 전화통화와 이메일 교환을 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미리 숙지할 수 있었다.
이는 3년 전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페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언니 장미미 양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태국은 25명 중에 1명이 에이즈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예요. 많은 분들이 태국하면 방콕이나 푸켓 등을 떠올리기 때문에 관광의 천국인줄 아시는데 막상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빈부격차가 아주 심하고 아픈 사람들이 많아 태국에 닥친 사회문제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죠.”
미숙 양이 했던 일은 Rejoice Charity에서 제공한 의약품 공급차를 타고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을 나눠주는 일이었다.
에이즈에 필요한 약은 태국 정부에서 재정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싸게 구입할 수 있지만 오히려 타이레놀, 비타민, 감기약 같은 일반 의약품은 훨씬 비싸서 가난한 사람들은 약을 구입할 엄두를 못낸다.
미숙 양은 이 차를 타고 정해진 공원 앞이나 호수 옆 혹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학교까지 찾아다니며 약을 전해주었다.
어떤 때는 환자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픈 손녀들을 데리고 먼 곳까지 걸어와 약을 타가기도 해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이면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고아원을 찾아가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금방 친해지더라구요. 원래 태국 사람들은 외국인에게는 바가지를 씌우거나 좀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아이들은 천진난만 하기만 했어요.”
어떤 날은 한 번도 백화점을 가보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따로 내서 백화점을 구경하고 맛있는 햄버거도 사 먹였다.
자신도 부모의 품을 벗어나 대학 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4년 남짓 밖에 되지 않고 아직은 어리다면 어릴 스물 두 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참 어리고 순수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기도 했다.
미숙 양은 “처음에 비행기를 탈 때는 두렵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 마음뿐이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태국으로 다시 돌아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숙 양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에서 지내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을 텐데 태국에 있는 ‘톡톡’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교통 수단에 대해서도 즐겁게 얘기를 꺼내 어느덧 태국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좋은 추억이 되어 그녀의 가슴에 새겨졌음을 보여준다.
“에이즈하면 약이나 치료법에 관해서만 생각하기 일쑤에요. 하지만 태국을 방문하고 나니 이 문제는 의약품 만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으로 방대한 문제였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태국에는 에이즈 환자가 워낙 많다 보니 다른 나라들처럼 적대시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약만 주고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더구나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이라 돈이 없어 일도 못하니까 빵을 굽는 법 같은 기술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해요.”
태국은 두 달 동안은 무보수로 일을 하고 석 달째가 되어서야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들은 아예 일을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Rejoice Charity에서는 기술을 가르치고 이 기간에 필요한 돈을 미리 지급하고 나서 나중에 돈을 되갚는다는 약속을 받는다고 한다.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
미숙 양은 태국에서 지내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의사는 그저 환자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 살려내면 되는 건 줄 알았다.
의사에게 환자 한 사람은 많은 환자들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사는 자신이 매달려야 할 단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의사는 그걸 잊지 말고 항상 진심으로 환자를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막연하게 갖고 있었던 의사로서 가져야 할 태도를 봉사활동을 통해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한 가지 더 얻은 것이 있다면 예전보다 한층 겸손해지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태국에서 얻은 것이 많다는 미숙 양은 “사실 그 동안 병원에서 봉사활동도 해보고 고등 학교 때부터 이런 저런 활동들을 많이 해 봐서 나름대로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태국에 다녀온 후로는 제가 많이 부족한 걸 느끼고 앞으로 더 많은 지식을 쌓아 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추억이 된 태국이라는 나라
“태국은 불교가 주류를 이루는 나라에요. 불교에는 윤회사상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런지 에이즈에 걸린 환자들도 자신에게는 이 다음 세상, 또 그 다음 세상에 거쳐야 할 여러 인생이 있는데 그 중 이번 생애에서는 에이즈 환자가 되었을 뿐이라고 믿죠. 그래서 에이즈를 오히려 잘 극복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그런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미 벌어진 일에 한탄만 한다고 해서 바뀔 건 없잖아요.”
미숙 양은 태국에 머무는 동안 평소에 하지 않았던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봉사활동이 생각보다 많이 학교의 지원을 받아 가게 된 것이기는 한데 사실 처음에는 자신도 상당 부분의 비용을 충당할 생각이었다. 그만큼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었고 예상대로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런 봉사활동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요. 물론 대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죠. 나이가 들면 가족들이나 직장에 얽매여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직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나와는 다른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둘러보고 그들을 도우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 것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태국에도 인터넷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전화를 하거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이메일을 교환하는 일도 전혀 무리가 없어 외로울 틈도 없었다며 웃는 그녀 앞에는 그 미소만큼이나 당당하고 밝게 빛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이정윤 기자 uni@w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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