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코 리버티 고등학교에 “학부모 오케스트라가 떴다”

자녀들 오케스트라 활동에 대한 이해 차원에서 시작 … 부모들, 연습하며 스트레스 해소 및 자녀와 공감대 형성

모니카 치(Monica Chi) 씨는 황급히 첼로를 꺼내 활(bow)을 악기줄에 가져갔다. 그리고 왼쪽 연주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해야 되는거냐고 도움을 청하는 눈빛이었다. 그 옆의 연주자는 바로 그녀의 딸이었다.
치 씨의 간절한 표정은 그녀 아이들이 부모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던 눈짓인 “이게 맞아요”라는 걸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었다. 단지 이번에는 그 부모가 학생의 역할인 것만 다르다.
모녀는 이른바 ‘활 잡기’를 집에서 이미 연습을 했다. 14세인 줄리안 치(Julianne Chi) 양은 능숙한 뮤지션으로 엄마인 치 씨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볼펜을 첼로 활처럼 수평으로 유지하라고 알려줬다. 초보자인 엄마로 하여금 손 위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보여주면서 가르쳐줬다.
프리스코 학군의 리버티(Liberty) 고등학교 최근 연습 시에 부모들로 구성된 연주자들에게 오케스트라 부단장인 빅토리아 리엔(Victoria Lien)은 “여기는 텍사스니까 마치 콜라 캔이나 닥터 페퍼 캔을 들고 있는 것처럼 하셔야 합니다”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치 씨와 12명 정도의 어른들이 리버티 고교 오케스트라 연습실에 모여서 연습을 한다. 일을 마친 뒤 모인 이들은 그날 먼저 그녀 자녀들이 앉아서 연습했을 바로 그 플라스틱 의자에 앉게 된다. 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악기를 선반에서 가져와 열어서 악기를 꺼낸다. 그리고 악기의 줄을 튕기며 음을 확인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부모들이 함께 연결돼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돕는 자들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부모 자신들은 물론 학생들과의 연계를 돕는 것도 목적이다”고 올해 25세인 리엔 부단장은 강조한다.
북텍사스 대학(UNT)을 졸업한 리엔 부단장은 그녀의 음악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올해 어른들에게 현악기를 가르치기 위한 학부모 오케스트라를 조직했다.
그녀는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또 일정한 수준의 되기까지 어떤 스킬들을 습득하게 되는지를 이해하고 감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학부모 오케스트라 연습장에는 대개 어른들만 모여 연습한다. 그런데 때로 줄리안 양과 같은 9학년 아이들이 어른 연주자들을 돕고 부모들에게 문제를 지적해주기 위해 들르곤 한다. 마치 학생이 교사가 되는 역할 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리엔 부단장은 연습 전에 신입생인 줄리안에게 부탁한다 “줄리엔, 심심하면, 모든 연주자들 음을 좀 맞춰줄 수 있겠니?”
“그러면 어른들이 기분 나빠할 수 있어요”라고 줄리안은 속삭이며 대답한다.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것은 학부모들로서는 겸손해지는 경험이자 자신들이 잘 할 수 없는 위치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이전에 아이들이 도움을 청하던 그들로서는 더욱 그렇다. 이곳 오케스트라 어른들 대부분 처음 악기를 잡는 경우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치 씨와 같은 몇명은 연습을 하고 악보를 읽으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치 씨는 그녀 가족 중 현악기를 연주할 줄 모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줄리엔 양은 비올라와 첼로를 연주했고, 치 씨 남편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치 씨는 언젠가 그녀 딸과 함께 악기를 연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남편과 함께 가족 3중주를 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치 씨는 “내 딸이 나도 가족 3중주에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줬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어려운 일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 틀리면 이상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리엔 부단장의 지휘 아래 어른들은 악기를 들었을 때 올바른 자세를 연습한다. 리엔 부단장이 시연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집에서 아이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를 위해 각자 어른들의 자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전화로 영상을 직접 찍어서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준다.
어른들은 활을 왔다갔다 같은 속도록 움직이며 앙상블은 연주하는 걸 연습하기도 한다. 악보 마디 마디로 연습을 하는가 하면 악기 줄로 한 옥타브 높였다 내렸다 하는 연습도 한다.
이들은 이날 밤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Ode to Joy)’의 몇소절을 연습한 뒤 끝마쳤다. “예스!” 줄리엔 양은 어른들이 동시에 연주를 마친 순간에 환호성을 지르며 엄마를 보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리엔 부단장이 말한다. “다시 한번 합시다. 이번에는 좀 더 빠르게!”
리엔 부단장은 처음 학부모 오케스트라를 계획했을 때 10명이 참여하길 기대했다. 그런데 현재 30명이 넘는 학부모, 학교 스탭과 교사들까지 지원을 한 상태다.
리버티 고교 주차장 감독의 경우 매주 수요일 저녁 연습에 “오케스트라는 라이프”라는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와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그녀는 개인 레슨까지도 시작할 계획이다.
오케스트라 학부모 앞줄의 한 학부모는 인도에서 소녀였을 때 고대 전통 현악기인 비나(veena)를 연주하며 자랐기에 어른이 돼 바이올린을 배워 이제 그녀의 십대 아들과 함께 이중주를 연주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아파나 비스와나산(Aparna Viswanathan) 씨는 “우리는 음악이 이처럼 우리 인생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고 흥분을 전한다.
학부모 중 일이나 다른 이유로 연습에 불참하게 되면 레인 부단장은 그날 레슨을 영상으로 만들어 그걸 보고 연습해서 뒤따라올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실제 연습에 불참하는 학부모가 거의 없다고 비스와나산 씨는 말한다.
학부모들은 “처음에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 정말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게 됐다. 정말 시원하게 해준다”고 악기 연습에 대해 말한다.
다음 학기에 이 학부모들이 조명을 받게 된다. 봄 연주회에서 아이들 무대의 하나에 포함돼 연주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단장인 줄리 블랙스톡(Julie Blackstock)은 처음에 어른들이 새로운 뭔가를 배우는데 관심이 그렇게 많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첫 리허설 시간에 학부모들이 오케스트라 연습장을 꽉 메운 채 흥분해서 “우리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길 고대한다”고 말하는 걸 듣고 눈물을 터트렸다.
블랙스톡 단장은 리엔 부단장에 대해 “그녀가 이 모든 것을 해냈다. 그녀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원했다. 특히 아이들이 자기 부모와 함께 하기를 원치 않는 이런 시기에 그렇게 되도록 한 것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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