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좋다고? 죽은 후도 그리워할 지도자라면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서울 한복판에서 외친다. ‘위인’ 김정은 위원장의 팬이라고 공영방송에 나와 당당히 밝힌다. 대학마다 친북단체 백두칭송위원회가 다니며 북한의 위대한 지도자를 열렬히 환영하며 맞이하자고 학생들을 선동한다. 남한이 이제 나라가 바뀌고, 시대가 바뀐 게 분명하다.

사실 민주 국가니까 누구를 좋아하고 팬이 되고 환영하는데 자유가 있어야 한다. TV에 나와 공산당과 김정은이 좋다던 젊은이도 북한에 가서 공산당 치하에서 살고싶은 건 아니지만, 그런 입장을 서울에서도 펼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단다. 또 박정희에 이어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도 세습인데 왜 북한의 김 씨 세습만 뭐라 하느냐는 주장도 덧붙였다.

답답해서 반박하고 싶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운동장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펀더멘탈이 좌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은 가만히 놔둬도 그 쪽으로 굴러간다. 터를 바로잡는 싸움이 성공하지 않는 한 굴러가는 공을 잡아다놓은들, 또 굴러갈 것이다.

한때 북한 지도자들을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독재자로 여겼던 생각을 재정립할 시기가 왔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1명의 ‘미치광이’ 지도자로 모든 국민이 억압받고 가난과 불행에 떨고 있다고 믿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지도자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지, 그리고 반대로 행복하게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고나 할까. 유럽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연구한 외국 교수가 조직에 해를 끼치는 리더 4개 유형을 발표했다. 나르시시즘(자기애), 조울증, 사이코패스, 강박증에 빠진 리더들이 그들이라는 것.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지도자들이 의외로 많다. 정치 지도자부터 사회와 직장, 종교 단체나 모임에서 이런 리더들은 산재해 있다. 그래서 연구가들은 충고한다. “무거운 책임과 과중한 임무 등으로 인해 지치고 독단적이 될 수밖에 없는 리더의 해악이 조직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며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조직원 모두가 기능장애에 빠질 수 있다”고.

사실 이런 리더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성공과 결부시킬 뿐 아니라 마치 자신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처럼 과시하는 나르시시즘적 자기도취형 리더를. 또는 모든 목표가 가능할 것 같다가 갑자기 어떤 것도 해낼 수 없다는 깊은 절망감에 빠져 극단적 감정 변화를 보이는 조울증 리더도.

그러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불리는 사이코패스적 리더도 있다는 건 충격이다. 실제 이런 성향이 리더로도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범죄 심리학자의 연구도 있다. 이들은 유쾌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실은 무자비한 자신의 본성을 감추기 위한 것이고, 이런 유형의 리더는 감정이입을 할 수 없어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과 상처를 주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소름끼치는 유형이다.

이런 리더에게 조언할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다. 전방위 피드백이라는 작전이다. 많은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이런 리더가 어디로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압박이란다. 참고할만한 작전이다.

리더십을 생각하니, 베트남 축구의 영웅과 전설이 돼가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떠오른다. 축구 변방이자 불모지였던 베트남에 새로운 축구 역사를 써내려가는 그는 어떻게 다른 나라 국민 모두에게 영웅 칭송을 받는 리더가 됐을까. 감독 부임 1년 조금 넘었는데 베트남 축구를 아시아 강자 반열에 올려놓은 그의 리더십은 포용, 따뜻함, 그리고 존중이다.

베트남 선수들 한명 한명을 아끼고 인정하고 끝까지 안아주는 그의 정신은 눈물겹다. 인정받지 못하고 승리하지 못해 주눅들고 패배의식으로 쳐져있던 그들이 박 감독을 만나 자신감과 성취욕, 그리고 끈기의 ‘베트남 정신’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자기를 옥에 가두고 핍박한 백인들을 용서하자며 흑인들을 설득한 인종 화합의 상징 넬슨 만델라가 타계한 날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가 만델라 리더십의 특별함을 되새겼다. “지지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며 나라를 이끄는 것은 쉽다. 뭔가 나눠주며 이끄는 것도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사회 전체를 향해 더 크고 어려운 일을 하자고 말하는 일이다. 특히 자신의 지지층에게 어려운 일을 하자고 도전하는 일이다. 도덕적 권위는 그럴 때 생성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죽은 후 그리워할 첫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았던 만델라다. 이제부터 나도 이거 하나만 당당하게 말하기로 했다. 나는 만델라가 좋아요.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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