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다면

  • 발렌타인 데이에 부쳐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St. Valentine‘s Day)이다.
발렌타인데이가 탄생하기까지를 살펴보면, 3세기경 로마시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당시 기혼자에게는 군복무를 면제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전쟁을 하려면 많은 젊은 청년들이 필요했던 로마황제로서는, 군인들이 가정을 가진 후 원정을 떠나면 근심 걱정이 생기므로 그것을 막기 위해 결혼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혼인을 금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병 모집은 늘 부족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발렌티누스 신부가 몰래 기독교인 커플에게 혼인성사를 맺어주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분노를 산 그 신부는 마침내 참수를 당했지만, 이는 어찌 보면 ‘연인들의 수호자’라 칭할 만도 하다. 그 후 발렌타인 사제의 순교일을 축일로 정하여 기리다가, 20세기에 이르러서 남녀가 서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이날은 연인들뿐만 아니라, 평소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지낸 할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다정한 친구나 이웃에게 ‘사랑 나눔 실천’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정든님이 오셨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
밀양아리랑 가사 중 일부이다.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한다 말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이렇듯이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한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사는 것 같다. 특히 한국인들은 유교적 가풍에서 자란 탓에 마음은 있어도 그것을 말과 행동으로 전달하는데 있어 무척이나 인색하다.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봉건적 요소로 인하여 ‘사랑한다’는 말은 왠지 낯간지러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게 고백을 못하고 주저주저하는 사이 사랑하는 님은 떠나 버리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사람들도 더러 보았다.
어찌되었든 이런 것은 우리네 전통 유교적 풍토에서, 부부간의 행복과 사랑보다 부모님이나 자녀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 탓도 컸다.
그러다 보니 태평양을 건너와 낯선 문화에 적응하느라 모진 고생을 함에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오해를 산 나머지 섭섭함이 쌓여 가정파탄으로까지 이어지는 안타까운 커플을 경험하기도 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왜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내일로 미루다 보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거절 당하더라도 침묵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그 사람을 사랑함으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입 밖으로 말할 필요까지 있겠나 싶어 망설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랑한다면 당당하게 그 뜻을 전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표현하지 않다보면, 관계가 멀어지고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경향이 있다.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 마음을 여는 자세는, 더 자유롭고, 더 진실 되기에, 본질을 알아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러니 미루지 말라. 스스로 느끼는 것을 자신 있게 입 밖으로 말해보자.

밸런타인데이는 소극적인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면서 가뭄에 단비처럼 달콤한 풍토로 자리 잡고 있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흘러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사랑의 실천은 아무리 많다 해도 넘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 이유는, 소심하고 수줍은 청춘남녀에게 핑계거리(?) 삼아서라도 사랑을 알리는 최고의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은 좋은 문화임에 틀림없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달라스서도 많은 선남선녀들이 아름다운 짝으로 맺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랑의 대상이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부부간의 사랑 아닐까? 평생 함께 할 배우자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최우선 순위에 둘 때, 우리는 진정 가정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발렌타인데이를 계기로 남자들은 아내에게 좀 더 고마운 사람이 되어보자고 다짐하면 어떨까 싶다. 아내가 나와 결혼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옛 어른들께서 “남편을 손님처럼 대하라”하셨던 것처럼, 아내는 남편을 섬김에 있어 손님처럼,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 단점을 모른 척 눈감아 주는 아량을 베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서로가 존경심이 우러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주변에서 혹시 이런 사람들에게 공처가니 하는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용기가 필요하리라.

각박한 이민생활에서 벅찬 삶에 적응하느라 표현하지 못하고 지낸 날들.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는 젊은 시절 나누었던 화끈하고 뜨거운 사랑도 좋지만, 은근하고 오래가는 ‘구들장 같은 사랑’을 따뜻하게 전해 보면 더 감동 받을 것만 같다.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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