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칼럼

“로마네 방” 이야기

가을입니다. 시인 서정주의 “푸르른 날”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초록이 지친다는 표현이 얼마나 가슴에 와닿았었던지요. 그러나 사실은 지쳐서가 아니라 섭리에 순종하는 것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피조물들이 얼마나 순종을 잘하는지요. 유독 사람만 순종할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남편과 저는 1년에 두 번 90일 통독을 하고 있습니다. 1월에 한번, 7월에 한번이요. 각각 90일씩 15주로 계산해서 총 30주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전반기 통독이 끝나면 하반기 시작할 때까지 11주 정도가 남게 되는데, 그냥 보내기 아깝다고 해서 모인 사람들이 “로마네 방”을 만들어 함께 로마서를 읽었습니다. 하루에 1독만 하자고 시작했는데, 어느 날은 2독도 하고, 3독도 하다 보니 숫자가 쌓여가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7월이 되어 하반기 90일 통독을 시작했고, 지난 10월에 45명이 마쳤습니다. 이번에도 로마네 방에서 만나자는 사람들이 있어서 모였죠. 25명이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도전! 로마서 1000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로마서를 읽기 시작했던 분들 가운데 90일 통독 중에도 계속해서 읽으신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로마네 방을 오픈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시카고에 계시는 권사님 한 분이 로마서 1000독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다같이 축하했고 레제나하우스 본부에도 알려서 축하도 받았답니다.
로마네 방을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한국에 있는 친구가 카톡 상태 메시지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로마서 1000독! ‘1000독이나 읽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부터 바꾸자”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은 누구나 하나 봅니다.
그런데 그 생각부터 바꾸자는 친구의 메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말씀을 읽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자기 생각”입니다. 자기 생각들이 똘똘 뭉친 것이 “자아”이고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말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자아가 얼마나 강한지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죠. 자기 생각이 강하면 주님 생각에 순종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조상연 목사님은 로마서를 읽는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구원이 필요하다. 성경에는 구원에 대한 것이 많다. 그 중 구원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한 부분이 로마서이다. 로마서는 구원받는 방법과 구원받은 성도가 거룩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람에게는 구원이 필요하고 성도에게는 거룩이 필요한데, 믿음으로 구원받고 순종으로 거룩해진다.”
믿음과 순종이 하나이고, 구원받은 성도가 거룩하게 살아가는 것이 마땅한 일인데, 저는 마치 순종으로 거룩하게 사는 것은 구원받고 10년쯤 지나야만 할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순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즉각 순종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이 요즘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판단은 본능이라고요. 대부분 판단의 기준은 자기 생각이 되는데 그것처럼 위험한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생각으로 판단하게 되면 자신은 교만하거나 열등하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은 착한 사람 못된 사람을 만들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기 생각을 주님 생각으로 덮었을 때는 다릅니다. 진리 앞에 자신은 점점 아무것도 아니라는 고백을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오직 주님만이 소망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은 아무리 판단해도 은혜가 있는 사람과 은혜가 필요한 사람들로 나눠질 뿐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어 모인 로마네 식구들은 지금 열심히 로마서를 읽고 있습니다. 안내해주시는 하늘미소님을 비롯해서 남편의 암과 함께 싸워주시는 분, 진단받은 암을 새로운 친구로 여기며 믿음으로 나아가시는 분, 갈비뼈에 금이 갔음에도 말씀 읽기를 쉬지 않으시는 분, 듣다가 잘지언정 1독이라도 하려고 이어폰 끼고 누우시는 분, 먼 여행 중에도 함께하고 아무 말 없이 함께하는 로마네방 식구들……
저희가 말씀을 읽는 까닭은 오직 하나, 주님을 믿어 순종하고픈 이유입니다. 지금 로마네 방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른 모양으로 하고 있는 순종의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답니다.
Jo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