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신앙

“설레지 않는 물건은 모두 다 버려라!” 미니멀 라이프를 선전하는 가슴 뛰는 슬로건이다. 곤도 마리에라는 일본 작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소개하며 비우고 버릴수록 채워지는 새로운 차원의 행복감이 있음을 역설한다.
소유에서 행복감을 찾던 시대는 저물고 버림에서 행복감을 찾는 시대가 와 버렸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때문일까? 이제는 신앙생활도 미니멀로 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보며 마음을 조인다.

미니멀 신앙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로 성경의 미니멀이다. 요즘 성도들은 주일에 교회를 올 때 왠만해선 성경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성경앱을 깔고 가벼운 차림으로 교회에 온다.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보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어디를 가나 성경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원할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두껍고 무거운 파피루스 성경을 읽던 시대에 비해 얼마나 탁월한 은총인가?
그러나 필자가 염려하는 것은 지나친 편리함을 추구하다가 소중함을 잃어버릴까 하는 것이다. 중세 시대 교황과 사제들의 전유물에 불과하던 성경을 모든 믿는자에게 보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로운 피를 흘렸던가. 그러나 오늘날 한 번의 클릭으로 성경을 핸드폰에 무료로 담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오히려 성경의 소중함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실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2명만이 매일 성경을 읽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예배의 미니멀이다. 한국교회는 새벽예배를 통해 놀라운 영적 부흥을 경험했다.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 주일 저녁 예배 때마다 성도들이 방석과 담요를 들고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며 영혼의 문제를 해결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성도들은 주일 오전 예배만 드리는 것에 만족한다.
이민교회들 또한 수요예배를 드리는 교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고 심지어 새벽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성도들은 집에서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방송으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한 번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생명을 걸어야 했다. 초대 제사장 아론의 두 아들은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불이 아닌 다른 불로 예배를 드리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언약궤를 옮기던 웃사는 언약궤 한번 잘못 만졌다가 그 자리에서 심판을 받는다.
죄인을 긍휼히 여기신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어 인간의 죄를 위한 희생 제물로 삼으심으로 두렵고 떨리는 구약의 예배의 모든 복잡한 절차들을 단숨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대체시키셨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그 은혜에 감격하고 감사하기보다는 그 은혜를 남용하며 예배의 미니멀을 추구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예배를 간소화하기 위한 희생이 아니라 오히려 예배를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이다.

세 번째로는 사역의 미니멀이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전도, 구제, 봉사에 자신의 삶을 헌신했다. 초대교회는 풀타임 전임 사역자들의 명설교나 탁월한 리더십으로 부흥한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헌신적인 사역으로 세워졌다.
대표적인 예로 바울의 동역자였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천막을 만드는 직업을 가진 평신도였다. 그들은 천막을 만들며 바울의 선교 사역을 후원했고 함께 교회를 개척하며 복음을 전파했다. 그러나 오늘날 성도들은 초대교회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전도, 구제, 지역사회봉사와 같은 사역을 위한 헌신은 심각할 정도로 감소하고 있다. 평신도 사역의 미니멀이 진행되는 동안 지역사회 전도의 문은 막히고 교회는 교인 관리를 위한 사역에 치중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외치는 사람들은 버리고 비울수록 채워지는 행복이 있음을 역설한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생활은 비우고 버릴수록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약해지고 더욱 공허해진다. 성경을 소중히 여기고 예배에 충실히 임하며 사역에 헌신하는 신앙의 맥시멈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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