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독해 준비로 영어 실력 다지면 수학도 만점 가능

학원에서 함께 일하는 교사들을 관찰해본 결과다. 풀타임 교사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고 나머지 2명의 파트타임 교사들은 모두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이들은 엔지니어거나 랩에서 일하면서 메디컬 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학원 교사로 지원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SAT 2 바이올로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풀타임 교사가 770점으로 가장 높았다. 풀타임 교사는 인문학 전공 졸업자니 SAT 독해에서도 -1로 800점인 것은 당연하다지만 수학 역시 다른 2명보다 높은 성적을 얻었다.
다른 2명의 이공계 전공 교사들은 어이없게 쉬운 문제에서 계산 실수나 문제를 잘못 이해해 틀렸다며 다 맞추지 못한 걸 억울해 했지만 실수하지 않은 인문계 전공 교사에게 점수에서는 밀렸다. SAT 2 서브젝트 바이올로지 시험을 치를 때 3 교사 모두에게 바이올로지 텍스트 북을 오픈 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었다.
바이올로지 시험을 통해서 그들에게 확인하고자 한 것은 암기력이 아니라 이해력과 교과서를 활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응용력이었는데 내 예상대로 인문계 전공자인 제법 영특한 풀타임 교사가 독해는 물론 사이언스, 수학에서까지 최고점을 냈다. 보통 인문계 전공 졸업자는 AP Calculus나 AP Statistics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지만 SAT 수학이나 엘지브라 2 혹은 프리 칼큐러스 수준까지는 수학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공계 전공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내 생각이 여기 학원 교사들을 관찰하면서 더 확고해졌다.

공부를 잘하는 비결로 나는 늘 영어 독해 실력을 첫 번째로 꼽아왔다. 미들 스쿨 때부터 영어 독해 실력이 월등한 학생은 하이스쿨이나 대학에 가서도 대체로 공부를 아주 잘하는 편이다. 가르치는 일에 20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내가 내린 결론은 영어 독해에 정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일반 중급 수학(SAT 수학, 엘지브라 2) 정도에서도 탁월하게 잘한다는 거다. 반대로 고급 수학(AP Calculus, AP Statistics, AMC 12)에서 뛰어난 사람이라면 SAT 독해 정도는 쉽게 고득점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노라는 답을 얻었다.
한국에서 SKY 대학 정도를 나온 사람이라면 전공에 상관없이 SAT 수학은 쉽게 풀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나도 SAT 영어 독해는 SKY 대학 출신 중에서도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면 700점 이상 받기 어려울 거라고 말하곤 했다. 영어 전공인 내가 SAT를 가르칠 때도 수학은 미리 풀어 보지 않고 가지만 영어 독해 만큼은 미리 지문과 문제를 읽고 준비해 가곤 했으니 알 만하지 않겠는가. 물론 요즘은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로 영어 독해를 시간 날 때마다 풀고 있는데 곳곳에 왜 학생들이 틀릴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많은 함정을 알게된다.
4지 선다형 문제에 두 개는 완전 엉뚱한 답이어서 cross-out 시키지만 남은 두 답 중 더 나은 답을 고르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예전에 내가 가르칠 때 보면 좀 똑똑하다 싶은 학생들은 많이 틀려도 오답 체크를 하도록 다시 시험지를 주면 90% 이상 다시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도 엉뚱한 답을 고르는 학생은 아직 갈 길이 멀다. Best answer를 고르려면 시험 출제자의 view point에 맞춰야 한다.

대체로 한인 학생들은 영어가 약하다. 한국어와 영어 독해 점수는 반비례 관계다. 한국말도 잘하고 영어 독해도 잘하려면 그만큼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우리 집 세 아이들은 막내만 SAT 독해에서 -1이었고 위의 두 아이들은 -0로 800점 만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말도 잘 하면서 영어 독해에서 만점을 받았다면 자랑할 일인데 그렇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질책을 당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영어 독해 만점과 유창한 한국어 구사,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면 당연히 유창한 한국어 구사라고 세 명 다 말하고 있어 그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대학에 가서 하면 되지 했던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두 아이 다 대학에 가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나서야 늦었다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 물론 아이 셋 모두 쉽지 않다는 대학에 가서도 인문학 공부하는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아이도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영어 독해 실력이 대학에 가서도 빛을 발한다는 증거다.
영어 독해 실력은 깊이 있는 독서와 사고력에서 나온다. 학원에서도 풀타임 교사는 대학을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났어도 시간만 나면 책을 읽는다. 50이 넘은 나도 책을 끼고 산다. 그래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것 저것 너무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내느라 정작 중요한, 책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와 한다. 7학년 때만 기회가 있는 듀크 팁 그랜드 상이나 존스 합킨스 SET 멤버가 되기 위해 당장은 수학을 붙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 독해 실력은 수학처럼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어서 더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아직은 나도 SAT 수학 문제 푸는 게 독해 지문을 읽는 것보다 재미있지만 멀지 않아 수학보다 독해가 더 재밌다고 할 날이 올 것 같다.
SAT 독해는 자연과학에 대해 무지했던 내게 지식을 쌓게 해 주고, 좋아하던 문학 작품을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 양서처럼 좋은 벗이 될 것 같다. SAT를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이 나 같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뭐든 재미있어야 열정이 생기고 그 열정이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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