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이야기

최근 특정 비행기 모델이 다섯 달 간격으로 두 번이나 추락한 사고가 발생하여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유명한 비행기 제조사인 보잉에서 만든 737-MAX라는 기종입니다. 2018년 10월에 인도네시아에서 추락하였고, 2019년 3월에는 에디오피아에서 같은 기종이 매우 유사한 형태로 추락하였습니다.

조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원인은 자동 비행 장치의 결함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들을 보면 ‘실속’ 또는 ‘스톨’이라고 불리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톨을 이해하기 위해 비행기가 떠오르는 원리부터 간단히 되짚어 봅시다. 비행기 단면을 보면 위쪽은 볼록한 곡면이고 아랫면은 평평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위쪽 면을 따라 흐르는 공기는 속도가 빨라져서 날개 아래쪽보다 압력이 떨어집니다. 공기 가속으로 인한 압력 변화를 베르누이의 원리라고 하며, 이 압력 차이 때문에 날개는 위쪽으로 힘을 받습니다. 이를 양력이라고 부르죠.

날개 앞부분은 비행기 진행 방향보다 약간 위로 향하게 틀어져 있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행기가 진행할 때 앞에서 오는 공기가 날개의 경사진 아랫면에 부딪히고 이로 인해 날개는 다시 공기로부터 위로 떠받치는 힘을 받습니다.

날개 앞부분이 약간 위로 향하도록 틀어진 각도를 ‘받음각’이라고 부릅니다. 날개가 앞에서 오는 공기를 받는 각도라는 뜻입니다. 이 각도가 증가함에 따라 양력도 서서히 증가합니다. 하지만 특정 각도를 넘어서면 양력이 급속도로 떨어집니다. 날개 뒷부분에서 소용돌이가 생겨 압력 차에 의한 양력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양력을 올리기 위해 받음각을 계속 높이면 양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데 이 현상을 ‘실속’ 또는 ‘스톨’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현상은 모든 비행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데 왜 하필 이번에 특정 모델에서 문제가 되었을까요?

실속이 생기면 그 현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비행기 기수를 일부러 아래로 내려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양력을 회복해야 계속 운항할 수 있습니다. 여객기의 경우 안정적인 운항을 위해 많은 자동 운항 장치가 쓰입니다. 실속 방지 기능도 그중 하나입니다. 비행기 측정 장치가 실속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기수를 살짝 아래로 내리는 겁니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모델은 기존 모델과 다른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MCAS라고 불리는 자동 운항 기능이 수동 운항 모드에서도 작동을 해버린 겁니다. 불행하게도 실속 감지 장치의 오류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MCAS가 작동했는데 조종사들이 이를 수동으로 바로잡으려 했으나 MCAS가 계속 기수를 아래로 내려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이없게도 조종사의 수동 조종과 MCAS의 자동 조종이 서로 힘 싸움을 벌인 운항 데이터가 확인되었습니다.

기계적 결함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항공 운영의 실수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MCAS가 보잉 737 맥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속 발생 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완벽한 교육이 조종사에게 제공되지 않았을 거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비행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관련 이야기 몇 가지만 더 해보겠습니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자리에 하얗게 궤적이 남는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시죠. 오염물질이 가득한 배기가스가 아닌가 의심을 자아내지만 사실 이것은 구름에 가깝습니다. 국제선 비행기가 다니는 고도의 공기는 매우 차갑습니다. 수증기가 섞인 배기가스가 항공기에서 나오면 차가운 공기를 만나서 응축(유리창에 김이 서리는 원리)되고 바로 얼어서 구름처럼 하얗게 됩니다. 그래서 이름도 ‘비행운’입니다. 엔진 개수만큼 줄이 생기므로 비행운을 보고 비행기 엔진 수를 가늠해 볼 수도 있습니다.

여객기 창문 모서리는 둥근 곡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비행기 내부에는 사람이 타야 하기 때문에 기압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도록 맞추게 됩니다. 하지만 비행기 바깥은 공기가 희박하고 압력도 낮습니다. 항공기 안과 밖의 공기 압력 차이 때문에 항공기 몸체는 항상 힘을 받고 그걸 버텨야 합니다. 그 외 이착륙 시 받는 힘도 대단하죠.

흠 없는 종이의 양 끝단을 잡고 당기면 잘 찢어지지 않지만 가운데를 살짝 찢은 다음 당기면 전체가 쉽게 찢어집니다. 이는 당기는 힘이 찢어진 부분에 집중되어 더 큰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이를 ‘응력집중’이라고 부릅니다. 여객기 창문 모서리가 뾰족하면 거기에 응력집중이 생길 수 있고 만에 하나 비행기 몸체가 찢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드러운 모서리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입니다.

비행기 사고 소식을 들으면 비행기 타기가 두렵기도 합니다. 확률적으로만 보면 비행기 사고율은 일반 교통사고율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준이며 세계적으로도 비행 100만 건당 0.37회라고 합니다. 한 번의 사고가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작은 사고율이라 하더라도 더 줄이려는 노력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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