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아름다운 천체, 블랙홀

지난 4월 10일, 천문학계와 물리학계에 큰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블랙홀을 관측한 영상이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관련 과학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뉴스였습니다. 빛조차 빨려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어서 생김새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그래서 이름도 블랙홀 즉 검은 구멍이라고 이름 지어졌지만 그 모습이 영상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블랙홀과 세계 최초로 관측된 블랙홀(오른쪽)

블랙홀의 존재는 물리학계에서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었고 그 존재를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의 모습이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블랙홀의 모습과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는 것은 영화 속의 블랙홀이 단순한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물리학자 킵 손의 자문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블랙홀이 영화에서처럼 형상화되는 이유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블랙홀 자체는 엄청난 질량이 매우 작은 부피 속에 집약되어있어서 빛도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나오지 못합니다. 외부에서 보면 그냥 까만 공 모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관측으로 블랙홀을 형상화할 수 있는 이유는 주변의 빛 때문입니다. 마치 물체 자체를 보지 않아도 그림자를 보고 물체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블랙홀은 커다란 중력으로 우주에 떠다니는 물질들을 끌어당깁니다. 블랙홀 중에는 엄청난 속도로 자전하는 것들이 많은데 이 자전의 효과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게 됩니다. 회전하는 물질들이 고리를 만드는데 이를 ‘강착원반’이라고 부릅니다.
이 강착원반은 빛과 가까운 속도로 회전하고 물질들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엑스레이를 포함한 여러 가지 전자기파를 사방으로 뿌립니다. 이를 전파망원경으로 측정하여 형상화하면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강착원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강착원반은 마치 토성 주변의 고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게 됩니다. <그림1>처럼 토성과 토성 고리를 옆에서 보면 토성 뒷면의 토성 고리는 토성에 가려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블랙홀에서는 다른 일이 일어납니다. 블랙홀 뒷면의 강착원반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광선과 전자기파들이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 때문에 직진하지 못하고 휘어집니다. <그림2>처럼 휘어진 빛이나 전자기파가 우리에게 도달하여 마치 신기루처럼 블랙홀 뒤에 있는 강착원반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블랙홀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수평에 누워있는 고리가 실제 강착원반이고 아래위로 동그란 원형 고리는 사실 블랙홀 뒷면에 있는 강착원반의 신기루입니다.
이런 원리로 생각해보면 블랙홀을 어느 방향에서 보던 이 신기루 현상 때문에 블랙홀을 동그랗게 감싸는 빛의 고리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강착원반은 비스듬할 수도 있고 타원형으로 보일 수도 있죠.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 영상도 어느 정도 이러한 이론적 배경에 맞아떨어집니다. 다만 해상도가 낮아서 실제 강착원반의 모습이 정확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이번 블랙홀 관측에 사용된 장비는 전파망원경입니다. 해당 블랙홀이 무려 5500만 광년 떨어진 천체이기 때문에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전파를 측정하여 영상화합니다. 전파도 빛과 같은 성질이 있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신기루 현상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천체 관측에는 주파수가 높은 전파를 측정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큰 원반 형태의 전파망원경이 필요합니다. 이번 블랙홀 관측에는 하나의 큰 전파망원경을 제작하는 대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십 대의 전파망원경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마치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만든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렇게 여러 전파망원경을 사용하려면 같은 시간에 동시에 전파를 측정해야 하는데 모든 위치에서 날씨 좋은 날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전해집니다.
측정된 데이터의 양도 엄청나서 MP3 음악이라고 가정했을 때 재생 시간 8000년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나죠. 조각조각 얻은 전파측정 데이터를 뭉쳐서 이번에 발표된 블랙홀 영상을 얻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해상도가 높은 블랙홀 사진을 기대해 봅니다.

<그림1> 토성과 토성 고리
<그림2> 블랙홀과 강착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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