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빈자(貧者), 내 댓글로 누가 뭘 하는지 모른다
DATE 18-05-31 23:49
글쓴이 : 어드민      

나치 시대 선동가로 유명한 괴벨스가 요즘 자주 거론된다. 히틀러를 독재자로 만드는데 일등공신인 그는 실제 히틀러보다 더 교활하고 독설적인 선동가로 불렸다. 지금도 그의 어록이라고 많이 인용된다. 가령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라든지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 또는 ‘100%의 거짓말보다 99%의 거짓말에 1%의 진실을 섞으면 더 효과적이다’는 말들은 섬뜩하다. 그만큼 사람의 거짓 심리를 꿰뚫은 말들이라고 할까. 

이 어록들이 그의 것인지 다 확인된 건 아니라고 한다. 그의 이름을 도용해서 후세 사람들이 명언이라고 남긴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그는 선동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선동가로 승리한 그는 말했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 당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에 대해서도 그는 제대로 간파했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되면 결국 모든 대중이 믿게 된다”라고.

괴벨스가 거론되는 이유는 한국을 강타한 댓글조작 사건 때문이다. 드루킹의 댓글조작은 선동과 사이버 심리를 최대한 활용해 여론과 뉴스를 호도한 집단 범죄였다. 실제 괴벨스의 전략처럼 이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상대를 끊임없이 증오하고 물어뜯어라, 죽을 때까지 계속’이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진실이냐가 중요하지 않고 목표를 위해 거짓이든, 선동이든, 공격이든, 가짜뉴스든 최대한 활용하자는 게 그들 목표였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뤄냈다. 극작가 플라우트스가 “집단 속에서 사람들은 언제든 서로에게 늑대로 돌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한 말이 현실화됐다. 심리학자 융도 “집단 전체가 한 명을 목표로 공격하면 그 잔인함이 도를 넘을 수 있는 게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라고 한 것이 같은 맥락이다. 

이런 거창해 보이는 거짓 댓글 작업이 너무나 손쉽게 이뤄졌다는 게 또 하나의 충격이다. 170여대의 휴대전화, 수많은 가짜 아이디, 그리고 자동입력 프로그램인 매크로라는 기능만 있으면 됐다는 것이다. 댓글부대에 동원된 몇십명이 가짜 아이디 몇백개로 매크로를 돌리면 검색어든, 댓글 공격이든, 여론이든 순식간에 좌지우지하게 되는 현실이었다. 

사실 매크로를 이렇게 알게 될 정도로 우린 무지했다. 그 무지한 자들을 댓글부대가 마음껏 이리저리 휘두르며 끌고 다닌 셈이다. 이는 ‘인터넷과 SNS 바보’의 현실이다. 세계적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이를 충고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인터넷의 위험’에 대해 논하면서 “인터넷은 지적 부자들을 돕지만,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분별할 자산을 갖지 못한 지적 빈자들에게는 오히려 해롭고 위험하다”고 간파했다. 

그는 블로그에 글 쓰는 것이나 개인 운영 미디어에 대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종이책과 달리 여과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쓰레기 정보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지적 빈자들에게는 이 폐해가 더 크다고 선언한 그는 2층에서 자신의 소설책과 휴대용 컴퓨터를 아래로 집어던졌다. 종이책은 조금 구겨졌지만, 전자기기는 산산조각이 났다. 이런 결말의 날이 언젠가 있으리라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한 사회의 이념이나 가치, 그리고 문화는 선별과 여과의 긴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다. 이런 역할을 해야 할 일반인들이 확인하고 비교하고 분별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차피 인터넷을 안 할 수도, 소셜네트워크도 끊을 수는 없다. 댓글도 때론 달아야 한다. 문제는 어느날 그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날이 도래한다는 걸 인지하자는 것이다. 여론 조작으로 정치가가 달리 뽑히고, 또 애꿎은 사람이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 괴벨스 같은 교활한 선동가의 조작에 내 댓글로 일조하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오래전 철학자 야스퍼스가 한 말이 적용될까. 인간다운 인간들 사이에는 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개인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잘못과 불의, 특히 그가 알고 있는 가운데 저질러지는 범죄 행위들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그것들을 저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그 때 나는 그것들에 대한 책임을 같이 나눠지게 된다는 말. 

그래서 다짐한다. 인터넷 빈자처럼 무조건 동조하고 끼어들어 댓글하기 전에 먼저 의심하고 회의하라고. 거짓 뉴스와 가짜 목소리가 찰나에 내 눈과 귀로 침입해 오는 최첨단시대에 한발 물러서 진실을 파악하는 ‘느림의 미학’을 가져보자고. 그 ‘느림’이 조금 구겨지는 날은 있어도 박살나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이준열 뉴스코리아 편집국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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