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4월의 날 평화협정과 노벨평화상을 울리다
DATE 18-05-04 00:47
글쓴이 : 어드민      

그들은 이 날을 ‘검은 4월의 날(Black April Day)’로 불렀다. 1975년 4월 30일 공산당에게 나라를 잃은 날이다. 북텍사스 갈랜드에서 월남인들이 이 날을 기린다는 기사가 주류 신문에 실렸다. 이날 사이공이 월맹군에 넘어갔고,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 친지를 남겨두고 도미했다. 그 뒤 나라없는 설움으로 지낸 세월이 수십년. 

이날 행사에 퍼레이드와 음악, 춤이 있었지만 베트남 아메리칸 커뮤니티 센터 회장의 기념사 장면이 이 행사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해줬다. “이 날은 우리모두에게 불편한 날입니다. 특히 전쟁에서 사망한 영웅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끝내 울컥하는 그의 사진에 보는 나도 울컥했다. 

월남이 베트콩 공산당에게 나라를 잃은 이유를 역설적이게도 ‘평화협정’ 때문이라고 보는 기사도 있었다. 1973년 1월에 미국, 베트남, 베트콩 사이에 역사적인 ‘파리평화협정’이 맺어졌다. 키신저 국무장관이 직접 베트콩 최고 지도자와 손을 잡았고, 전쟁은 더 이상 없다고 맹세한 자리였다. 이 때문에 이 두 사람은 그 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기도 했다. 

평화협정 때문에 미군은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또 베트남 경제를 재건하라고 미국은 40억달러 원조까지 제공했다. 그런데 베트남은 2년 뒤 멸망했다. 평화협정도 노벨평화상도 이들의 공산화를 막아주지 못했다. 베트콩이 원했던 평화는 공산화였던 것이다.

평화협정만으로는 불안하다고 여겼던건지 미국은 철수하면서 확실한 휴전과 평화를 담보하고자 12개국 250명으로 구성된 휴전감시위원단까지 만들었다. 세계 강국들이 서명하면서 보증한 평화서명이었지만 그래도 월남의 공산화를 막지 못했다. 

평화협정으로 이제 평화가 도래하리라던 이들의 기대는 착각으로 판명났다. 베트콩은 미국의 폭격과 경제봉쇄로 벼랑 끝에 몰리자 평화회담에 나선 것이다. 시간벌기 작전이었다. 미국과 평화협상을 진행하고 또 체결하자마자 뒤로 베트남을 공격했고 민중봉기를 통한 공산정권을 이뤄가고 있었다.

고사에 나오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가게 앞에는 양 머리를 걸어놓고 실제론 개 고기를 파는 속임수다. 앞에 평화를 내걸고 있었지만 뒤로는 여전히 공산화를 파는 그런 것.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가 조만간 있을 미국과 북한 정상회담에 대해 권고문을 남겼다. ‘김정은이 평화의 다리를 팔고 있다’는 제목에서 그는 “핵없는 북한은 기름 없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회담에 과욕을 부려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낸다. “좋은 대안이 없으면 현상유지에 충실하라. 이것이 지난 65년간 우리를 위해 좋은 일을 했지 않은가”라고. 

정치적 허세와 쇼맨십에 능통한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당장 보여줘야 한다며 협상 성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충고다. 사실 북한 김정은은 이제 여유가 있다. 남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얻어낼 것은 다 얻어냈다. 남북정상회담 후 북한에서 ‘이제 잘 사는 길만 남았다’는 희망가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이를 증명한다. 남한 대통령에게 경제협력 및 대북지원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미국 보수 정치인의 대명사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뇌종양 투병으로 죽음을 앞둔 시점에 생애 마지막이 될 회고록을 썼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터프하게 보이는 것, 또는 리얼리티 쇼처럼 터프함을 모방하는 행위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충고한다. 이런 식으로 북한과 회담에서 성과만 보여주려한다면 ‘공산화 못 막는 노벨평화상’ 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매케인은 오늘날 정치의 문제는 겸손의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나는 6선 의원으로 6명의 대통령과 일하면서 그들 모두에 반대하고 싸워봤다”는 그가 내린 결론은 “정치 성향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뉴스 소스를 갖고, 자신에게 동의하는 사람들과만 생각을 나누며,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사실만을 취사선택하고 그에 반대되는 어떤 사실이나 증거, 또 상대방도 거짓으로 간주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불통에 대한 지적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다 이뤄진 것처럼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베트남 공산화를 오버랩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그러하리라. 이미 다 이뤄진 것 같이 축배를 들고 있는 불통의 그들에게 욕먹고 뭇매 받을 수도 있으리라. 그래도 저 베트남 회장처럼 나중에 울컥하는 이민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 할 말은 하고 간다. 
<이준열 뉴스코리아 부사장/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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