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테니스 스타, 혼자 돼 기본 되새기라는 강타
DATE 18-01-26 02:11
글쓴이 : 어드민      

근래 드물었던 한 방이었다. 막혔던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준 강력한 스매싱이었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올림픽 문제로까지 답답함이 황사 먼지처럼 폐를 억누르는 듯 했는데, 그의 승전보는 숨통을 틔여주는 그 무엇이었다. 테니스 스타 정현이다. 

22세 약관의 청년이 한국 선수로 첫 메이저 테니스대회 준결승에 올랐다. 이는 기적이라고 불린다. 역사상 테니스는 한국 선수가 넘보지 못하는 벽처럼 높았다. 한 때 16강에 들었던 선수도 있었지만 이번 호주 대회에서 정현처럼 확실한 실력으로 세계 강자의 반열에 오른 적은 없었다. 그의 경기가 마치 ‘사이다’처럼 시원했던 것도 당당한 실력에 반해서였다. 

IMF 때 박세리나 박찬호 선수가 왜 국민영웅이었는지 알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 한국 분위기에서 그의 승전보는 월드컵 한국축구팀 4강 못지않은 국민적 환호의 대상이다. 그를 보는 한국의 2030 세대가 더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코트에서도, 그리고 시합 후 인터뷰나 방송에서도 당당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영어마저 유창하게 구사하는 20대 그를 보며 그들은 위안을 받고 동질성에 함께 뜨거워진 것이다. 

실제 한국 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가졌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한 상태였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취업난, 그리고 정치 사회적 암울암에 미래마저 어두었다. 그런 그들에게 같은 또래가 당당히 세계에 나가 포효하는 모습에 다 울컥한 것이다. 패배감에 젖어 비관하던 이들에게 본받고 함께 달려갈 ‘영웅’이 생긴 것이다. 

그들이 받는 위로는 이거다. 실력을 갖추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고 노력하다 보면 그 실력이 기적과 만나 빛을 발할 날도 반드시 생긴다는 것. 

정현 관련 기사에서 더 뭉클한 내용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약시였다는 핸디캡을 이겨낸 것도 그렇지만, 지난해 갑작스런 유망주로 떠오르며 투어 대회에 나갔다가 초반 탈락의 쓴 잔을 마신 뒤 모든 투어 참가를 접고 “스스로 바닥까지 내려갔다”는 기사였다. 

기본기를 다시 다지자는 자세였다고 한다. 또 멘탈을 강화하기 위한 상담도 받으며 “테니스가 그저 즐거웠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려 했다”는 것. 그런 시기를 겪은 뒤 출전한 대회에서 진가가 발휘된 것이다. 

이보다 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저항을 만나고 실패에 직면하는 순간 돌아가 기본을 되새기는 그것. 홀로 돼 자신을 새롭게 갈고 닦는 시간 대면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 내면.

심리학과 교수가 말한다. 두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고. 이는 잡아함경에서 나온 부처의 말이다. 첫번째 화살은 누구나 맞을 수 있지만, 두번째 화살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쏘는 것이다. 그것까지 맞으면 데미지가 크다. 실직이든 실패든, 실연이든 1차 고통에서 멈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못 놓고 2차로 끌고가면 그 고통과 고난의 심연은 수십배로 증폭된다. 

이는 홀로 있기로 돌아가는 훈련과도 같다. “홀로 있음은 하나의 자원이다”고 말한 이가 있다. 헝가리 공산당 정권에 스파이로 몰려 7년간 투옥된 이디스 본 박사의 자세다. 더럽고 추운 독방에서 오히려 그는 자신을 단련했다. 시를 암송하고 뭉친 빵 부스러기로 글자를 썼다. 결국 그는 수감된 게 아니라 홀로 있기를 선택했다고 여겼고, 절망보다는 위안의 시간이라고 여겨 자신의 기술을 더 단련하는 기회로 삼았다. 결국 파멸하기는커녕 더 현명해지고 희망에 가득 찬 상태로 세상에 복귀했다. 

삶의 배신을 자원삼아 자신의 도약을 위한 홀로 연단하는 시기로 삼은 자들의 환희는 겪어보지 못하면 알지 못하리다.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걸 이렇게 말한다. ”나는 혼자인 것만큼 함께 있기 좋은 동반자를 본 적이 없다”고.

사람들이 산을 타는 이유의 하나다. 특히 혼자서 가는 산행만큼 자기 훈련에 더 좋은 게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그 의미를 안다. 한 인간이 누리는 가장 완벽한 자유며, 잠시나마 가장 멋진 인간으로 사는 길이라는 혼자만의 산행. 이해인 수녀가 ‘산 위에서’ 그렇게 말한 이유다. 산에 오르면/ 산은 침묵으로 튼튼해진/ 그의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좀 더 참을성을 키우라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산이 없는 달라스 지역에 사느라 한국에서 누렸던 그 산행의 즐거움은 못 누리지만 홀로 삶의 화폭을 다듬는 기쁨은 조금 안다. 혼자가 돼 기본으로 돌아가는 개인적 마음 훈련에 대해 22세 영웅 때문에 다시금 격려를 받은 것 같았다. 그에게 큰 빚을 졌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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