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총, 마음의 가부좌를 틀게 하소서
DATE 17-09-15 01:34
글쓴이 : 어드민      

터져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혼자 아파트에서 알콜중독에 빠진 채 우울과 분노를 씹고 있었다. 별거 중인 아내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파티를 벌이며 즐기고 있었다. 더 이상 분노를 참아낼 수가 없었다. 그는 총을 주머니에 넣고서 그 집으로 향했다. 
8명을 사살하고 본인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북텍사스 사상 최대 사망자 총기사건이 플레이노에서 발생했다. 별거 중이던 남편의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가 빚은 충동적 총기사건으로 추정된다.  
살다보면 우울증도, 또 분노조절장애도 겪을 수 있다. 삶이 워낙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이 다반사인지라 누구든 폭발할만한 분노와 불만을 품고 살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이들에게 총이 있을 경우다. 폭력을 통해 분노를 ‘외부’로 발산하려는 이들에게 총기는 최대의 살상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한 사람이 8명을 한순간에 죽이는 일은 총이 아니었으면 가능했겠냐는 질문이 대두된다.
미국 유수 대학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분노조절장애자이면서 동시에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 성인이 10명중 1명꼴이란다. 결코 함께 붙어 있어서는 안될 조합인 ‘분노’와 ‘총기’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손에 고스란히 놓여져 있는 셈이다. 
그 조합이 가까운 곳인 나에게, 내 가정에게, 또는 내 동료나 이웃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진다. 이민자인 우리는 이국 땅에서 손쉽게 분노에 노출된 채 지낸다. 치밀어오르는 화를 내려놓고 편안하고 우아한 마음으로 살기가 참 어렵다. 물론 참고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화를 참다보면 속병, 홧병이 생긴다. 분노를 자신의 ‘내부’로 향하도록 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분노 발산의 방법도 바람직하진 않다.
연암 박지원 선생이 “오직 분노가 가장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한 걸 보면 동서고금을 통해 문제거리였던 게 맞다. 특히 “일을 함에 있어 성을 내면 마음이 흔들리고 식견이 어두워져 일처리가 마땅함을 잃고 만다. 그래서 관직에 있는 자는 갑작스런 분노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충고는 진리이리라. 
괴테도 충고했다.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 싶다면 쉽게 화를 내지 말라. 언제나 지금을 즐길 것이며 남을 미워하지 말고 앞날은 신에게 의탁하라.” 
말이 쉽지, 분노 조절은 하루 아침에 통제될 게 아니다. 매순간 싸우고 또 훈련이나 수양을 통해 다스리지 않으면 일순간 무너지게 되는 감정이다. 이 점에서 유대인들은 탁월했다. 유대인 엄마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매일 해주는 말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야”다. 아이들이 잘못하면 부모는 이렇게 기도한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비난과 매질로 짓밟고 싶을 때마다 이겨낼 수 있는 자제력을 주소서. 사소한 짜증과 아픔, 고통, 보잘 것 없는 실수와 불편에 눈 감게 하소서. 참을성을, 그보다 더한 참을성을, 그리고 그보다 더한 참을성을 주소서”라고. 
열등감과 우울, 그리고 질투로 인한 부정적 사고방식이 분노로 발전될 때 그 끝은 암울하다. 탈무드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하나님은 명랑한 사람에게 축복을 내린다. 낙관은 자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밝게 만든다. 비관은 좁은 길이지만 낙관은 넓은 길이다”는 말.
화나는 대로 질러대며 살고 싶은 때도 있었다. “총만 있었다면 확!” 그런 못된 감정도 얼마나 많이 가졌던가. 과하지욕(跨下之辱)이란 말이 있다. 천하를 제패한 유방의 참모 한신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 동네 불량배들이 그에게 시비 걸며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고 욕보인다. 한신은 태연하게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다. 겁쟁이라는 비웃음도 참아낸다. “훗날의 큰 일을 위해 당장의 분함을 참았노라”는 것이다. 
사실 극단적 분노 표출을 통해 얻을 게 무엇인가. 잠깐 속이 시원한 것? 그러나 그건 갈증날 때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신처럼 훗날의 큰 일을 위해서는 아니라 해도 당장 주어진 삶의 그릇을 박살내는 지름길이기에 분노는 다스려야 하리라. 
‘무너지는 것들 옆에서’ 고정희 시인은 고백한다. “내가 화나고 성나는 날은 누군가 내 발등을 질겅질겅 밟습니다. 내가 위로받고 싶고 등을 기대고 싶은 날은 누군가 내 오른뺨과 왼뺨을 딱딱 때립니다.” 그래서 시인은 “부처님이 될 수는 없는 내 사지에 돌을 눌러놓을 수도 없노라”고 재차 고백한다. 
분노조절, 그것만 대략 다스릴 수 있어도 열반의 경지 근처라도 갈 수 있다는 말이던가. 일단 앉아본다. 숨을 깊숙히 들이쉰 뒤 마음의 가부좌를 틀고서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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