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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그라타, 환영할만한 인물 찾기 위한 시선
DATE 17-01-06 01:34
글쓴이 : 어드민      

그는 인기있는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자국민들에게는 전세계에 나라를 대표하는 위대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었다. 사무총장을 마치고 자국 대통령에 도전하자 당연히 환영 받았다. 대통령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악재가 터졌다. 한 언론사에서 그의 과거를 들쳐낸 것이다. 아무도 몰랐던 비밀스런 과거, 그건 그가 나치 군인으로서 열렬히 의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유대인 학살에도 열성적으로 가담했던 과거였다. 기사가 나가자 부정적 여론과 평가가 빗발쳤다. 유대인들은 그의 대통령 낙선을 위해 국내외에서 움직였다. 사실 이 정도의 데미지라면 대통령은 커녕 숨어서 살아야할 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4대 유엔 사무총장과 9대 오스트리아 대통령이었던 쿠르트 발트하임 이야기다. 
그의 변명은 “시대가 어쩔 수 없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였다.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오스트리아 자체도 ‘우리가 가장 큰 나치 희생자’라는 피해의식이 있었다. 또 그가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고 다른 나라 유대인들이 들고나선 것에 대해 오스트리아로서는 내정 간섭으로 비쳐져 기분이 상했다. 그들 때문에 발트하임은 가까스로 당선됐다. 
당선은 됐지만 그에 대해 세계는 냉담했다. 정치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명됐다. 미국에는 아예 입국 거부 대상이었다. 그의 취임 자리에도, 국정 기간에도, 심지어 그의 사망 때에도 찾아간 외국 정상은 거의 없었다. 왕따가 된 것이다. 결국 그는 재선을 포기한다. 자신 때문에 오스트리아 자체가 국제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걸 더는 볼 수 없었으리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통령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발트하임의 그림자를 보는 이들이 있다. 벌써부터 그에 대해 뇌물 수수 등의 부정적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나치 과거만큼은 아니라 해도 이제까지는 긍정적인 면만 보던 이들에게 그의 부정적 행적은 나올수록 그만큼 손해일 것이다. 어쩌면 그도 중도에 포기해야 할만큼 견디기 어려운 뭇매를 각오해야 한다. 끝까지 가려면 맷집도 있어야 하지만 진흙탕 싸움에서 오물만 뒤집어쓴 채 패배하는 최악도 각오해야 한다. 그게 정치 현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이전 대통령들을 찾았다. 대부분 염려의 말을 던졌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한국에서 대통령은 끝이 좋을 수 없는데 왜 굳이 하려고 하느냐”는 식이었다. 그들의 염려는 현실이 됐다. 반기문 후보가 그들을 찾아가도 같은 말을 해줄 것 같다. 굳이 그거 해야 하느냐고.
그런 염려 때문일까. 아직 대선 주자로 눈에 차는 이가 안 보인다. 일부에서는 선동가만 있지 국가 미래를 책임지기에 적합한 참 실력자는 없다고 말한다. 한 역술가는 현재의 인물들이 아닌 새 인물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언한다. 문제는 누가 되든 그 어느 때보다 책임과 능력이 요구되는 시기에 대통령을 떠맡게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 누릴 것이라고 여겼던 모든 특권을 버려야 그나마 버틸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만 같아도 어디냐고 말한다. 레이건은 일반 정치인과 다른 태생으로서, 나름 신선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인 자신이 앞장서 ‘거대’ 미국 정부와 싸웠다. 가장 덜 다스리는 게 가장 잘 다스리는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또 세계 평화를 위한 확고함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소련과 맞서 냉전 종식에 성공한 뚝심이다. 영국 대처 수상이 세계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된데 대해 레이건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고 썼을 정도니. 
세계는 현재 또 다른 냉전이나 핵 경쟁의 도래를 예감하게 한다. 자국 보호주의적 움직임과 ‘스트롱’ 지도자들의 압박도 심하다. 미-러 동맹의 움직임, 중국의 오만한 압력 외교도 한국으로선 불편하다. 이 불안하고 불편하고 불길한 세계 정세 속에서 한국도 강력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단지 대통령이 되고, 권력을 잡아보기 위해서만이 아닌,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자신을 초개처럼 버릴 그런 인물을. 
조정래 작가가 한 때 불화의 시대를 개탄하며 유서식으로 썼다 우리가 빠져 있는 대립과 갈등이 어떤 것이건, 상대가 영혼이 없는 짐승이라서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의심하기보다는, 더 우월한 정신과 고매한 인격으로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슬기와 겸손을 길러보자고. 자신을 먼저 비우면 남이 제대로 보인다. 환영할만한 인물 페르소나 그라타를 찾아낼 수도 있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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