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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무기, 즐겁거나 힘들거나 평생 안 가기에
DATE 16-12-16 02:45
글쓴이 : 어드민      

단종을 폐위하고 세조가 왕권을 찬탈한 뒤 이에 반대하는 생육신과 사육신이 생겼다. 김시습은 생육신의 하나였다. 그의 나이 스물 한 살, 단종 폐위 소식에 그는 문을 닫아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후에 크게 통곡하면서 책을 불태워버리고 머리를 깎았다. 미친 척하며 중 노릇을 했다. 왕권을 빼앗은 세조의 집권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반항이었지만, 그렇다고 그 체제를 뒤엎을 힘이나 능력도 없었기에 그는 ‘살아도 살아있지 못한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그의 시 사청사우(乍晴乍雨)는 비 온 것도 같고 갠 것도 같은 변덕스런 날씨를 인간사에 빗대 노래했다. “갰다가 비가 오고 비 오다가 다시 개이니, 하늘의 도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나를 숭상하는 사람 곧 돌이켜 또 나를 헐뜯을 터, 공명을 피하더니 저마다 또 공명을 구하네. 세상 사람들아 내 말 새겨들으시라, 즐겁고 기쁜 일 평생 가지 않나니.”
한국의 작금 정치 상황을 보며 왜 이런 시가 생각난 것일까. 대통령의 무능함에 대한 분노도 그렇지만 주변 위정자들의 이합집산, 그리고 비겁해진 모습들이 투영되어서일 것이다. 누구 말처럼, 용기있는 자는 한번 죽지만 비겁한 자는 여러번 죽는다는 말이 와닿는다. 한 때 권력을 나눠갖자고 도원결의했었을 이들이지만, 무너지는 군주 앞에서 졸렬하게 줄행랑치는 모습들이라니. 예수 제자들도 무색하리만치.
인생이 정치로만 이뤄졌다면 아마 우리는 모두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배신과 음모, 그리고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잔인함으로 가득찬 삶이었을테니. 더구나 정치가치고 소신과 신중을 그 어느 덕목보다 중요하게 유지하기는 더 쉽지 않다. 표심을 잡으러 눈치를 보고, 정당이나 집권자 비위 맞추느라 백성 목소리 귀담아듣기 쉽지 않다. 
공자 말처럼 정치가 그래서 어렵다. “큰 나라를 다스리려면 매사를 신중하게 처리해 믿음을 얻어야 하며, 쓰는 것을 아껴서 사람을 사랑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그 때를 살펴야 한다”고 했으니 그게 쉬운가.
구 소련의 페트로프 중령이 생각난다. 그는 세계를 핵전쟁의 위기에서 구한 인물이다. 1983년 미국이 소련에 핵미사일을 쏘아올린 것으로 소련 핵전쟁 감지 시스템이 경고를 보냈다. 방공군으로 책임자인 페트로프가 맞대응 핵공격 버튼을 눌러야 했다. 그렇게 되면 세계는 핵전쟁의 화마에 휩싸이게 될 판이었다. 그런데 그는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그리고 상부에는 시스템 오류라고 거짓 보고했다. 실제 미국이 쐈다는 핵미사일 5개는 터지지 않았다. 태양 섬광을 미사일 화염으로 잘못 인지한 것이었다. 
그는 왜 버튼을 안 눌렀을까.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든 생각, “미국이 소련을 핵미사일로 공격하는데 단 5개만 쏜다는 게 이상했다”는 것이다. 세계 인구가 멸망할 수도 있는 일인데, 100퍼센트 확신이 없으면 누를 수 없다는 소신과 신중함이 그와 세계를 살린 것이다. 그의 상관 회고록에서 밝혀진 이 일로 그는 영웅 취급을 받았다. 그는 “난 그저 내 직무에 충실했을 뿐, 영웅 소리는 매우 불편하다”고 답했다. 이 정도의 소신과 면모를 가진 정치가는 없는걸까.
트럼프가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을 내정했다. 그는 텍사스 엑손모빌 출신으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절친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서방국이 제재를 하려하자 그에 반대한 인물이다. 그래서 러시아가 훈장까지 줬다. 트럼프의 친러 입장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행보다. 대체 트럼프는 러시아에 무슨 빚을 지고 있는 걸까. 불투명한 흑막이 느껴진다.  
한국 정치는 한파를 겪고있다. 무너진 신뢰, 거듭된 실망으로 혹한이다. 영웅도 안 보이는 시계 제로의 상황, 이러다 봄이 되면 희망이 다시 찾아올까. 조태일의 ‘겨울보리’를 읽는다. 매운 찬바람 속에서도/ 이제 삶을 죽음이라/ 죽음을 삶이라 말하며/ 밟힐수록 힘이 솟는 우리들/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 끼리끼리 그림자 만들어/ 마침내 더불어 큰 산 이뤘네.
대통령을 자신의 손으로 탄핵한 불우한 국민들에게 필요한 위안은 희망 뿐이다. 나폴레옹처럼 외치자.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손안에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고. 반성도 필요하다. 불란서 시인 엘뤼아르가 ‘이 땅에 살기 위하여’에서 지적한, 어떠한 인간도 사라지지 않으며, 어떠한 인간도 잊혀지지 않으며, 어떠한 어둠도 투명하지 않다는 충고를 되새겨야 한다.
보내는 이도, 떠나는 이도 마음을 다스리고 반성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새겨들어야 한다. 즐겁고 기쁜 일도, 억울하고 힘든 일도 평생 가지 않는다는 말을.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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