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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의 달, 11월 달라스의 가을 끝자락 연가
DATE 16-11-25 06:00
글쓴이 : 어드민      

11월, 텍사스의 가을이 이렇게 황급히 도망가고 있다니. 아마 우리가 정신없이 보낸 게 이유였을 것이다. 인디언들이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말했다는 게 11월 꽁무니가 보일 때쯤이면 매번 되새겨진다. 이전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11월을 도살(屠殺)의 달이라고 했다. 짐승을 도살해서 월동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는 11월을 바람의 달로도 불렀고 프랑스에서는 안개의 달이라고도 불렀다. 해도, 달도, 꽃도, 나뭇잎도, 새도 다 시라지고 아무 것도 없는 때라는 의미였다. 
도살의 달이라는 말이 새삼 와닿는 까닭도 알 것이다. 한국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새롭고 올바른 나라를 준비하기 위한 국민들의 처절한 ‘월동 준비’로 느껴진다. 유시민이 오래전 수감되면서 제출한 진술서에서 인용한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네크라소프의 시구가 아프게 다가오는 시절이다. 
이해인 시인이 가을을 노래하며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이라고 서정적으로 읊은 것과는 천양지차인 현실. 어쩌면 한국 대통령은 이제라도 유종의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시절. 어느 산골의 교사 시인의 말 “쨍그렁 깨질 듯한 이 가을 하늘/ 눈물겹다”가 그 심정이다. 그는 이렇게 이어간다. 아, 아프구나! 가볍지 못한 존재의 무게가/ 제 무게 이기지 못하여 모두 털고 일어서는/ 이 가을날에 나는/ 무엇이 이토록 무겁게 허리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미국 대선 또한 이 11월에 우리 정신을 분주하게 했다. 아니 멘붕에 가까운 충격으로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이민자들인 우리로 그를 지켜보며 초조하게 만든다. 불법체류자를 비롯해 이민자 전체에 대해 어떤 정책을 현실화할 것인지. 아무 일 없을 것처럼 그냥 살고 있으면 되는건지. 마음이 무겁고 허리가 무거워지기만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패배와 트럼프 당선에 대한 아쉬움을 ‘가짜 뉴스’로 지적한 점도 언론인으로서 새삼 아프다. 대선 전에 근거없는 뉴스들이 페이스북, 구글 등을 통해 퍼지면서 미국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렸다는 발언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우리가 팩트에 대해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또한 만약 어떤 것이 잘못된 선동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 미국인 중 절반이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보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들이 가짜 뉴스의 헤드라인만 보고 진짜 뉴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는 것이다. 구글에서도 가짜 뉴스를 ‘많이 읽어본 뉴스’에 포함시켜서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뭐든 ‘첨단’이 폭주하고 폭증하는 건 좋지만, 그 때문에 더 깨어있고 더 영민해서 진위를 가리는 능력이 발휘돼야 할 숙제도 주어진 시절이다. 하긴 첨단기술이 있으면 인간은 더 여유로워지고 더 낭만적이고 서정적이 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려니 했지만 정반대다. 하루 종일 폰만 쳐다보고 있는 인류의 모습에서, 그러면서도 판단은 더 흐려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노래하던 청명한 가을은 더 흐릿해졌다. 
그래도 11월 끝자락에 감사하라는 절기는 무조건 또 다가왔다. 무엇을 추억하며 감사하고 삶을 아름답다 노래하라는 것일까. 무려 16년을 쓴 레미제라블을 마침내 탈고한 빅토르 위고의 말을 생각한다. “창문 너머로 비쳐드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침내 끝냈다네. 이제 죽어도 좋아”라고 친구에게 쓴 편지. 
레미제라블 마지막 말이 그거였다. “죽는 건 아무 것도 아니야. 진정으로 무서운 건 제대로 살지 못한 것이지.” 그 유명한 혁명가 트로츠키의 유언도 함께 생각해본다. “내가 살아 숨쉬는 한, 나는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이다”라던 흉내내기 어려운 처연함을. 
솔직히 이곳 11월의 가을을 박제형 시인처럼 “가을에는 잠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 수선스러운 준비는 하지 말고/ 그리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아무 데라도”의 마음으로 보냈어야 했다. 그러나 일찌기 조병화 시인이 ‘가을’에서 “전투는 끝났다/ 이제 스스로 물러날 뿐이다/ 긴 그 어리석은 싸움에서”라고 했던 말이 여러모로 더 그럴듯한, 하 수상한 세월이다. “가을이 접어들며 훤히 열리는/ 외길, 이 혼자/ 이제 전투는 끝났다/ 돌아갈 뿐이다”는 각오.
나 자신에게, 그리고 독자분들께 묻고 싶어졌다. 달라스의 가을, 11월을 잘 보내고 있었던 것이냐고.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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